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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May 08. 2022

일기

2022/05/08


  하루 일과라고는 퇴근  동네 구석에서 글이나 쓰는 게 전부인 나에게도 전염병이 왔다. 조금 억울하긴 하다. 철저하게 아싸의 삶을 섬기고, 구도를 위해 고행하던 내가 왜 인싸병에 걸려야 하는 건가. 그나마 다행인 건 장비나 여포 마냥 위엄 넘치던 코로나는 어느새 동네 양아치 수준의 오미크론으로 격하되어 있었다는 점. 이 참에 일 좀 쉴 수 있다는 점.


  이때 아니면 언제 책 읽고 영화 보고 놀 수 있을까 싶어 평소 보고 싶었던 B급 혹은 옛날 공포영화들을 줄줄이 클리어했다. 다들 아이맥스에서 의사 이상한 2 본다고 인증 때리고 다니는 시기. 나야 뭐 옛날 사람이니깐. 암 그렇고 말고. 코로나 걸린 김에 습작 따위는 신경 좀 끌란다. 흥. 이 시간도 결국 빈약하고 박약한 나의 상상력을 충전하기 위한 것들 아니겠어. 성수기에 직원까지 모자라다며 전화로 성을 내는 사장님의 바쁜 식당도 내 알 바 아니지.


  첫날은 목에 걸린 가래를 연신 뱉어 가며 공포의 3일 밤과 크리스틴, 분노의 13번가를, 둘째 날은 막힌 코를 풀어가며 피의 삐로와 공포의 묘지, 괴물을 연달아 보면서 정신 좀 피폐하게 만들었다. '넘흐 재미썽'거리며 확인해보니 조지 로메로 각본 1편, 존 카펜터 감독 3편, 스티븐 킹 원작이 5편이네. 볼만한 옛날 공포 영화에서 저 세 명의 이름을 피해 간다는 게 쉽지는 않지. 물론 그래. 아무리 그래도 또티븐 킹 또 야? 무슨 교보재니? 심지어 크리스틴은 또티븐 킹 원작을 카펜터 성님이 가져다 찍은거네. 그래도 즐거웠으니 됐어. 내 가난한 상상력에 도움이 됐을까 싶었는데 택도 없더라. 나는 영화 볼 때 뇌를 비우는 놈이라 걸 다시 확인했을 뿐. 그나저나 존 목수 성님은 빅 트러블이나 코브라 22시 같은 영화는 더 안 만드시나? 아니면 안개 같은 것도 좋은데 말이지. 그지 같은 할로윈은 이제 그만 좀 찍으시고.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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