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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실무형 의사 결정은 다르다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다

파레토 법칙에 따른 의사결정 구조

1) 함께 해야 할 결정과
   혼자서 해야 할 결정 사항이 있다.
2) 중요한 20%의 결정은 함께한다.
3) 그 외 80% 의사결정은 팀장이 한다.

희정은 팀장이 회의하자고 부르면 한숨부터 나왔다. 희정의 팀장은 결정이 필요한 안건이 있으면 팀원 전체가 모이는 회의를 소집했다.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여 결정하는 회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인 것 같지만 희정의 팀원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팀원들이 여러 의견을 제안해도 팀장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정하지 못하니 2차, 3차 회의가 계속 이어졌다. 결정도 나지 않는 회의를 반복하니 일할 시간이 점점 모자라게 되었다. 희정은 다음 팀장이 누구든 카리스마를 발휘해 그냥 빨리만 결정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팀장의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의외로 결정을 어려워하는 팀장이 많다. 내 결정의 결과가 팀의 성과와 연결된다는 무게감 때문이다. 팀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팀장 유형이 바로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특히 실무형 팀장에게 우유부단함은 최악이다. 실무형 팀장에게는 일을 처리하는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하다. 결정하지 못해서 같은 결정을 여러 번 다시 들여다본다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방법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팀장도 많다. 그러다 보니 선배 팀장의 결정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과연 팀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해야 가장 최선의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의사결정 방식에는 단독 결정, 다수결을 활용한 결정, 합의 결정 방식이 있다. 이 중에서 80%는 팀장이 단독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대부분은, 업무의 80% 정도는 그다지 중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결정에 해당한다. 이렇게 낮은 위험성의 결정은 되도록 빠르게 혼자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의사결정 할 때마다 이 3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면 또다시 시간과 수고를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안건의 유형에 따른 결정 방식을 미리 정해놓으면 자동으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우선, 인사와 관련된 사항이라면 다수결이나 합의 보다는 팀장 1인이 단독 결정하도록 한다. 인사 문제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질 수 있고 종종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개적인 논의로는 쉽게 결론이 나이 어렵다.


소요 예산의 크기가 곧 손실 크기를 결정하는 때가 많으므로 금액 크기에 따라 의사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예산 5천만 원 이하라면 팀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되, 그 이상이라면 팀 내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80%는 팀장이 빠르게 의사결정 한다

1) 빠른 결정이 중요한 이유
2) 모든 결정에 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3) 때로는 어떤 결정이냐보다
    치밀한 실행이 중요하다.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자주 논쟁을 일으키는 화제가 있다. 바로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신중하게 오래 생각할수록 더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연 오랫동안 고민한 결정이 더 높은 성과를 가져다줄까?


순간순간이 의사결정인 게임이 있다. 바로 체스와 바둑같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펼쳐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는 게임이다. 체스, 바둑, 장기는 모두 전쟁에서 모티브를 가지고 왔다. 그만큼 순간마다 의사결정이 최종적인 승패를 좌우한다.


체스 선수의 심리를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5초를 고민한 수와 30분을 고민한 수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민하는 데 걸린 시간과 상관없이 86% 정도는 같은 결정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오래 머리를 쥐어짜도 열 중의 아홉은 결국 동일한 결정이 된다. 시간을 끈다고 더 좋을 결정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빠른 결정의 장점이 또 있다. 빠르게 의사 결정하면 팀원으로서는 자기가 결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도 한다. 혼자서 일할 때와 달리 팀장의 결정을 받을 때는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리드 타임(Lead Time)이 발생한다. 팀장이 빠르게 결정하여 이 리드 타임이 사라지면 팀원은 혼자 결정하며 일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혼자 일할 때와 팀장에게 결정을 받을 때와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빠른 의사결정의 최종 목표다.


단독으로 의사 결정한다고 해서 팀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독재를 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의사결정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한 뒤에 결정만 팀장 단독으로 하는 것이다. 다만, 최종 결정자를 미리 정해 둠으로써 빠르고 명쾌하게 결정할 수 있다.


의사결정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팀장이 있다. 대부분은 결정에 기준이나 일관된 패턴이 없어 매번 고민을 반복한다. 의사결정의 기준을 명확히 정해 두면 팀장의 고민이 줄어들어 빠른 결정이 가능하다.     

의사결정에 언제나 통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팀장의 리더십 스타일과 가치관에 따라 기준을 정하면 된다. 만일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면 내가 관찰한 팀장들의 결정 유형을 참고해도 좋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팀장들의 의사결정 스타일은 다음 5가지가 있었다.


<5가지 의사결정 스타일>

- 미래 성장형 - 팀의 미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실험과 배움을 중요시한다.
- 수익 추구형 - 기업의 목적은 이익 추구에 있다. 따라서 수익 극대화와 비용 절감을 염두에 두고 사안을 판단한다.
- 수평/민주형 - 최대한 팀원의 의견이 반영된 팀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돌격 대장형 - 상사의 지시를 가장 우선한다. 상사가 잘못 결정했다 해도 따라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위계가 선다고 믿는다.
- 속전속결형 - 최선의 결정이란 없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빠른 결정과 속도감 있는 실행이 가장 우선이다.


리더 혼자서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당한 낭비가 숨어 있는 때도 있다. 팀장은 내 결정 뒤에 무수한 노력이 숨겨져 있지 않은지 때때로 되돌아보고 주의해야 한다. 팀장의 결정을 돕기 위해 자료조사를 한다,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만들기 위해 보고서를 쓴다, 보고서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애쓴다, 상사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보고서의 용어와 어투를 고친다, 보고를 위해 대기한다, 팀장의 질문에 답하고 보고서를 수정한다… 이 모든 노력은 팀원의 업무량을 늘리고 의사결정 시간을 지체시키는 요인이다. 이 과정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순히 최종 결정만 빨리 내렸다고 ‘빠른 결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의사결정 패턴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팀 구성원은 은연중에 팀장의 말과 행동에서 패턴을 읽게 된다. 팀장이 결정 기준이 일관되면 리더의 생각을 읽기 쉬워진다. 팀원들이 거기에 맞춰 먼저 예상하고 일을 할 수 있다. 눈빛만 봐도 뜻이 통하고 손발이 척척 맞는 팀은 이렇게 정해진 패턴 하에서 움직인다. 결국 결정 패턴의 일관성 하나만으로도 팀이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된다.


따라서 일단 결정된 후에는 다시 번복하지 않도록 한다. 팀장의 결정 사항에 공감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다시 판단해주길 주장한다면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뿐더러, 실행의 추진력을 잃는다. 때로는 팀장이 자신의 결정에 확신하지 못하여 다시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번복하기도 한다. 간혹 이렇게 판단을 다시 검토할 수는 있지만, 이런 일이 잦아지면 구성원은 팀장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팀장 중에서는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자기 몫은 다 끝난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일을 할 때는 결정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결정은 실행을 위한 첫걸음이 된다. 그 결정으로 일이 어떻게 실행이 되고, 어떤 성과가 나고,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은 요인은 무엇인지 사후 실행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결정은 허술했으나 치밀하게 실행력을 발휘하여 더 큰 성과를 내는 팀을 자주 본다. 결정은 실행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하자.



20%는 팀원과 함께 결정한다

1) 함께 결정하는 이유
    – 의사결정의 오류, 구성원의 호응 
2) 사전에 결정 기준과 우선순위를 세운다.
3) 팀원의 의외의 아이디어를 포용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에릭 아니시치 교수팀은 약 3만 명의 고산 등반가의 성과를 분석했다. 권위적인 리더가 이끄는 경직된 등반팀은 재난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시시각각 날씨가 변하고, 강풍이 몰아친다. 때로는 산사태가 일어나거나 동료가 조난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환경에 최적의 결정을 내라고 그걸 실행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의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팀일수록 팀원이 직감적으로 문제 발생 가능성을 느껴도 확신이 들 때까지 리더에게 정보를 숨길 가능성이 컸다. 이런 팀은 결국 재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팀원과 같이 의사 결정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한 사람이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뇌의 메모장에 해당한다. 우리 뇌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으면 다 소화하기 힘드므로 일부 정보만 메모장에 담아두고 바로 사용한다. 그 외의 지식과 정보는 장기 기억이라는 큰 창고에 따로 보관한다. 우리가 매우 다양한 팩트를 고려하고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사항에만 의존해 제한적인 판단을 내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작업기억으로 기억할 수 있는 정보 덩어리는 3~5가지에 불과하다.


복잡한 결정일수록 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다양한 가능성과 위험성을 점검하는 절차가 도움이 된다. 팀장은 핵심 의사결정은 단독으로 하는 정신적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누구나 결정을 어려워하고 잘못된 결정을 할까 두려워한다. 이럴 때 팀원이 참여하는 결정 회의는 정서적으로 큰 위안이 된다.


함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구성원의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구성원들은 리더가 혼자 내린 결정보다는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내린 결정을 호응하고 더 열정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팀원들에게는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맡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올바른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 이 고민지 축적되면 그 팀원의 일관된 의견이 된다. 이렇게 어렵게 형성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일에 열정을 가질 수 없다. 내 의견이 우리 팀의 업무 방향 결정에 반영되면 흥미가 생기고 나름의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특히 팀원 각자의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팀 전체의 규칙이나 장기 전략을 세울 때는 팀원들과 함께 논의하는 편이 좋다. 많은 팀장이 전략을 치밀하게 계획되고, 철저하게 준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전략은 정밀함보다는 유연함이 강조되고 있다.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우연이 성과를 결정짓는 때가 많아졌다. 그러므로 경쟁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유연하고 탄력적인 전략의 수립과 운영이 중요해졌다. 전략을 세울 때는 팀원과 함께 상의하고 수시로 우리 팀의 전략 방향이 적절한지, 수정이 필요하지 않은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팀원의 참여를 통해 의사결정할 때 브레인스토밍을 사용하려는 팀장이 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리가 있는 생각이지만 잘못하면 시간만 잔뜩 들일 뿐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어찌어찌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결정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막상 실행할 때가 되면 애써 내린 결정이 흔들리게 된다.


대안을 체계적으로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결정의 기준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대안을 선택하는 기준을 2~3가지 정해 둔다. 기준이 하나라면 빠른 판단이 가능하지만 편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흑백이나 가부를 가르는 결정이 아니라면 기준은 하나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결정 기준이 너무 많으면 기준이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3가지 이내의 기준이 적합하다.


선택 기준을 세워도 이 기준에 서로 어긋나는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기준의 우선순위도 미리 정해 두도록 한다. 우선순위가 높은 기준부터 적용하고 그것으로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다음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기준에 따라 정한다.


회사의 HR 정보 시스템 업체를 선정해야 했다. 저명한 글로벌 IT 기업부터 국내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신생 업체까지 총 6개 회사가 큰 비용이 걸려 있는 HR정보 시스템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가 속한 HR팀은 [1. 시스템의 확장성], [2. 추출 정보의 다양성], [3. 개발 비용]이라는 3가지 기준을 선택했다. 그리고 (확장성) – (추출 정보 다양성) - (비용) 순서로 우선순위를 매겼다.


당시 회사는 인사제도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시기였다. 언제 어떻게 새로운 인사 제도를 도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었을 때 시스템을 쉽게 개선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확장성을 결정 기준으로 하고 우선순위도 1순위로 했다. 제안 회사 중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뛰어난 회사도 있었다. 다른 회사보다 몇 배 빠른 구축 속도를 제안한 회사도 있었고, 아주 낮은 비용을 제안한 회사도 있었다. 만일 선택 기준이 없었다면 각 회사의 강점을 모두 고민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준와 우선순위가 있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개발사를 선택하고 정해진 납기 이내에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


명확한 선택의 기준이 있으면 팀원이 참여하는 결정이라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제대로 의사결정 체계가 갖춰진다면 팀원의 참여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면서도 빠른 결론에 도달이 가능하다.


팀원을 참여시키면 단순히 좋을 결정을 하는 것 외에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의 제안에 자부심이 있는 팀원이라면 마음이 상할 수 있다. 따라서 결정은 빠르게 하되 충분히 의견을 듣고 중간 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내 말이 충분히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팀원들은 계속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채택되지 않더라도 계속 의견을 말하게 된다.


빨리 결정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 그런데 팀원 중 누군가가 계속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 갑갑하게 마련이다. 이럴 때 그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으라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단 한 번의 결정이라면 상관없지만, 팀장은 중요한 20%의 핵심 결정을 팀원과 정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팀원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사결정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도 놓치지 않도록 애쓰자.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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