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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실무형 팀장의 업무관리

일하는 체계와 성과관리

일하는 체계 만들기가 중요한 이유

1) 자율주행팀은 일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2)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체계 만들기를
   반복하면, 큰 영역에서도
   센스 메이킹 하게 된다.


실무형 팀장의 업무관리는 ‘성과 창출에 집중한다.’라는 것이 원칙이다. 리더십이란 결국 성과를 올리기 위한 활동이다. 아무리 팀원 모두가 만족하고 팀워크가 뛰어난 팀이라 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지치고 리더십이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어떤 팀장은 디테일을 직접 챙겨서라도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실무형 팀장에게는 그것도 여의치 않다. 관리형 팀장이라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여유라도 있겠지만 실무형 팀장은 그렇지 못하다. 자기 고유 업무가 있으니 팀원 하나하나의 일을 디테일하게 관여할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팀원들의 주도적 성과 창출이 중요해진다. 성과 중심으로 일하되 팀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팀장은 일하는 체계를 만들어주고 팀원들이 그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지만 점검하도록 한다. 자기 주도적이라고 해서 절대 일을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팀이 일하는 체계에 맞춰 일하되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뜻이다. 체계 안에서 일하면 비효율을 줄이고, 같은 시간 일해도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팀장의 일은 이렇게 일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목표는 고객이 준다. 조직은 이 목표를 세분화하여 각 부서에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개인에게까지 목표를 나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매시간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일일이 직원을 관리할 수는 없으니 조직은 구성원 각자가 알아서 수행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한주나 한 달 단위로 함께 논의한다. 피드백이라는 방식으로 결과를 리뷰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한 토의가 이루어진다.


이게 일반적으로 팀이 성과 관리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한 번만 원하는 성과가 나왔는지 들여다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성과를 올리는 체계를 만들고, 성과가 원하는 수준에 미달했을 때는 개선점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렇게 들으면 ‘이렇게 단순한 원리를 누가 몰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업무 프로세스를 체계화하여 여기에 따라 일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팀이 드물다. 시시각각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고, 문제가 생긴다. 각종 회의가 이어지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또 수정한다. 이렇게 다단한 업무가 섞이는 순간 의식은 목표에서 멀어지고 정기적인 점검 체계는 서서히 흐트러진다.


실무형 팀장은 팀의 업무를 정형화하고 업무 프로세스 구축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팀은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매뉴얼을 축적한다. 어떻게 일할지가 구체화되어 있으면 누가 그 일을 맡더라도 루틴에 따라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다. 새로운 일을 매번 새롭게 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으로 일하는 비결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거나 업무를 크게 혁신하는 것도 결국은 축적의 힘에서 나온다. 일하는 방법을 구체화하고 피드백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한다. 그 결과물을 매뉴얼화하여 오랜 시간 쌓아나간다. 이렇게 일에 관해 축적된 정보의 점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창의를 발현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센스 메이킹이라 부른다.


실무형 팀장은 팀 내의 업무 전문가로서 당면한 일을 빨리 해치워 낼 뿐 아니라, 일을 체계화하는데 애써야 한다. 그렇게 축적을 통해 센스 메이킹을 해내는 것이 실무형 팀장의 최종 목적지에 해당한다. 



성과관리 – 목적과 목표에 맞게 일한다

1) 일의 시작과 중간에
   ‘이 일을 왜 하는지’를 인식시킨다.
2) 핵심 업무에 집중한다.
3)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빨리 찾는다.


일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일을 시작하기 전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일하는 목적과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신입사원이 입사하고 몇 년만 지나면 대부분은 매너리즘에 빠진다. 매일 왜 하는지도 모른 채 To do List를 작성하고 목록에서 빨리 일을 지워내는 것이 오늘 하루의 목표가 되어 버린다.


고객사 대상의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고객사 방문’ 목표를 제시한 리더가 있었다. 최종 결과가 아닌 중간 지표를 관리해야 통제가 더 쉽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직원들은 좋은 평가를 위해 무조건 고객사를 많이 방문했다. 방문 요청이 반복되자 고객사의 담당자는 불편을 호소했다. 당연히 회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성과도 정체되었다. 고객사를 방문하고 면담하는 본래 목적은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하고 것이다. 이 경우는 본래 목적과 반대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팀장은 팀원이 목적과 목표에 맞게 일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핵심 과제에 집중하여 성과를 낼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 일은 왜 하는 것이고’, ‘이 일의 핵심 고객은 누구인지’, ‘이 업무의 최종 목표는 어떤 것인지’ 명확히 제시한다.


팀원이 아무리 목적의 의식하고 일을 시작했어도 막상 일하면서 파편화된 과제에 집중하다 보면 본래 목적에서 멀어지기 쉽다. 팀원이 중간 보고를 하면 일이 목적에 맞게 방향을 맞추고 있는지 살펴보고 피드백하도록 한다. 도요타 자동차는 핵심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업무를 3단계로 나누도록 했다. 


<도요타의 3단계 업무 분류>

핵심 작업 :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가치를 직접 만들어내는 일 (고객 면담, 계약 절차 수행 등)
부수 작업 : 가치를 만들지는 않지만, 필요한 작업 (보고서 작성, 회의, 업무 협의)
낭비 작업 : 가치 생산에 관련도가 떨어지는 작업


그리고 핵심 업무를 최대한 많이 늘리고 낭비 작업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관리했다. 핵심 작업이 얼마나 늘어나거나 줄어드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했다.


우리 일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중간중간 지금 하는 일이 3단계 분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떠올려본다. 핵심 작업이라면 최대한 집중해서 결과를 끌어내도록 한다. 부수 작업은 최소한의 투자로 마무리하도록 노력한다. 낭비 작업은 제거하여 불필요한 노력이 투입되지 않도록 한다. 팀장은 팀원들이 스스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돌아보고 핵심 업무에 더 집중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알려주고 습관화가 되도록 꾸준히 피드백한다.



업무 프로세스 만들기

1) 일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헤매는 사람이 있다.
2) 프로에게는 나만의 일하는 방식이 있다.
3)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해 놓으면
    어떤 일이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처음 하는 새로운 일을 맡으면 실제로 일을 하느라 힘든 것보다 이 일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느라 시간을 모두 허비한다. 연차가 낮을 때에는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 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당황해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마감이 눈앞에 닥쳐서야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다. 내가 며칠 동안 고민했던 걸 바로 해결해 내는 선배의 스킬에 입이 떡 벌어지곤 했다.


일 잘하는 선배들은 자기만의 일 처리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선배인 태 과장은 어려운 기획을 할 때면 몇 가지 단계를 거치곤 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슈 제기였다. ‘이 일을 왜 하는 것인지?’, ‘가용한 자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렇게 이슈를 적고 그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적어본다. 다음으로는 기획안의 개요를 백지에 정리한다. 도형과 연결선을 사용하여 각종 이슈를 도식화한다. 여기까지 완성되면 기획에 필요한 참고 자료와 통계를 찾는다. 이렇게 하고 나면 실제 기획안을 쓰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안이 작성되면 상사의 예상 질문을 몇 가지 뽑아 스스로 답을 해보고 수정안에 반영했다. 태성 과장은 후배들보다 몇 배 빠르게 기획을 할 수 있었다. 마치 기획안을 찍어내는 컨베어 벨트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태성 선배의 일하는 방식이 업무를 프로세스로 만든 것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업무 프로세스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행동을 정형화된 처리 방식에 따라 정리해 놓은 것>을 말한다. 좋은 조직은 어떤 담당자가 업무를 담당하든 똑같이 훌륭한 성과를 내놓는다. 조직 내에 일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누가 그 일을 맡든 성과 차이가 크지 않다.


일 잘하는 사람이 처음 만든 프로세스를 여러 사람이 개량하고 발전함으로써 더 좋은 프로세스가 된다. 이런 훌륭한 프로세스는 조직의 지적 자산이 되고, 좋은 프로세스를 많이 가진 조직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후배들에게 나만의 일 처리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오히려 반문이 이어졌다. ‘그런 거 왜 필요한데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매번 일할 때마다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프로는 여러 종류의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 두고 일이 주어지면 거기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꺼내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프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백지 상태로 고민하지 않는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꺼내고 새로운 일과 맞지 않는 부분을 고쳐가며 프로세스를 최적화시킨다. 이렇게 일하면 시간과 자원을 크게 절약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일마다 처리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므로 정형화된 프로세스는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환경 변화가 크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전에 정해진 프로세스가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창의성은 무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축적된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낫게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가 발현된다.


팀장의 일은 팀에 좋은 업무 프로세스를 많이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다. 현대 기업의 일은 매우 복잡한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금융 회사가 상품을 만드는 과정은 방대한 빅-데이터, 복잡한 계산 공식,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산출하는 시스템, 이 과정을 다루는 여러 전문가가 투입된다.


이 모든 과정을 머리로만 생각해 실행해 내기는 불가능하다. 팀장은 복잡한 업무를 몇 개의 프로세스로 쪼개고 다시 세부 프로세스로 나누어 가시화시키는 것이다. 구성원이 체계적으로 일하도록 프로세스를 만들고 나누도록 한다. 어느 팀원이 좋은 프로세스인 베스트 프랙티스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팀원에게 가르치고 공유하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는 프로세스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지 점검하고 피드백하면 된다.


수십 가지 요리를 다루는 프랑스 식당의 쉐프는 요리사들이 요리를 만들 때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 레시피를 정리하고 거기에 따라 요리가 만들어지는지 점검할 뿐이다. 요리하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몇 단계를 들여다본다. 쉐프는 가장 책임이 크고 업무 영역이 넓지만, 가장 바쁜 사람은 사람은 아니다. 프로세스만을 총괄하므로 실제 요리를 할 때는 바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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