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희걸 Oct 27. 2024

다양성에 대한 두려움

다양성은 조직을 망가뜨릴까?

왜 리더는 일사불란한 팀을 원하는가?


누구도 의도하지는 않지만, 조직에는 다양한 이너 서클이 만들어진다. 조직의 성장 단계상 특별히 신입사원을 많이 채용하는 시기가 생긴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특정 기업에서 여러 명의 인력을 동시에 스카우트한다. 특정 대학 출신이나 지역 출신이 많아지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몇몇 이너 서클이 생겨나고 세력을 늘리게 된다.


팀장, 관리자라는 직책은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지션이다. 가장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발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개인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기는 하지만 은연중에 주력 이너 서클에 위치한 사람이 자주 선발된다. 소위, 인사이더 중의 인사이더가 팀장으로 선택되는 셈이다.


이렇게 주목받는 이너 서클에서 성장한 사람이 팀장이 되면, 아웃사이더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려워진다. 우리에게는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수한 역량을 가진 사람만 모아 내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팀을 만들고 싶다. 팀장이라면 누구나 이런 팀을 꿈꾼다.


만일 팀장에게 다양한 인사 실험이 허용되고 성과에 대한 압력도 낮다면 모든 팀장이 다양성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팀장은 굉장한 성과 압력에 시달린다.


'새로 팀장이 되면 100일 안에 팀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 창출까지 조직이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반년이다.

이 이상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회사는 다른 팀장 후보를 검토한다.'




선배 팀장이 팀장의 초기 성과 창출 압박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신규 팀장에 대한 평가 결론지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팀장은 최고의 팀을 만들기보다 빠른 답을 가져다줄 팀을 원한다. 다양한 장점을 가진 팀원을 모아 집단 지성을 발휘하라는 메시지에 공감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


이질적인 팀원 구성은 팀장에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도록 만든다. 가장 먼저, 팀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므로 합의된 규범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팀원 각각이 개성을 발휘하므로 협업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계속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소통 방식이나 소통의 기본 전체가 서로 다르므로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정 또한 팀장의 몫이다.


개인화되는 팀원의 특성에 맞춰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성과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다양한 연령층으로 팀원이 구성되면 동기에 대한 니즈도 서로 다르다. 시니어 계층일수록 경제적 보상과 승진에 높은 가치를 둔다. 주니어 계층은 자율과 성장하는 느낌을 원한다.


가장 큰 문제는 팀의 연대 의식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잘못하면 팀 내에 여러 그룹이 형성되고 거기서 고립되는 팀원도 생겨난다. 전쟁을 앞두고 병사의 사기가 떨어지길 원하는 장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팀장이라면 비슷한 연령, 비슷한 경험을 가진 팀원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된다.


팀장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이상이 있다. 팀장 후보자로서 팀의 미래를 그려볼 시간이 있을 때는 누구나 이상적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팀장이 되면 차가운 현실이 볼을 때린다. 현실 앞에서 이상은 무릎을 꿇는다.




다양성은 양날의 검이다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팀이 만들어지면 팀원은 각자의 사회적 정체성에 따라 카테고리화(Social Categorization)를 하게 마련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끼리, 팀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부서를 경험한 사람들끼리 다양한 그룹이 만들어진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의 모일수록 편안함을 느끼는 법이다. 사회적으로 비슷한 유형이 동료가 많을수록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며 안정감을 느낀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에는 세대 별로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끼리끼리 문화>가 만들어지기 쉽다.


끼리끼리 문화가 강화되면 해당 소그룹의 정체성이 된다. 예를 들어, 386세대 팀원은 ‘회사의 승진 경쟁에서 제외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회사가 관심이 없는 낙오자들이다. 우리끼리 뭉치지 않으면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다. 공통된 의견을 형성하고 상호지원하도록 하자." 승진에 누락한 중간층끼리 모여서 서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팀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팀원 한 명, 한 명의 애로사항을 듣고 조처하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집단으로 불만을 제기한다면 팀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색색의 팀원으로 이루어진 팀에는 산하의 소집단이 여러 개 만들어진다. 이 그룹은 서로 갈등하고 경쟁한다.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더 높은 성과를 올리면 좋겠지만, 성과 경쟁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운 경쟁하는 경향이 있다. 팀 내부의 특정 의견을 형성한다던가 팀장의 의사결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려고 애쓴다.


이런 모습은 마치 여러 정치 집단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과 비슷하다. 서로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파벌을 늘리려고 애쓴다. 나름의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의견을 강화한다. 본래의 업무보다는 집단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노력이 커진다. 이것 팀장이 우려하는 상황이다.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내 정치를 우선하는 팀이 되지는 않을까?


팀 내부의 파벌이 많아지면 팀의 소통과 협력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심하게 증가한다. 팀장은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기 전에 유사한 구성원으로 팀을 꾸리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이 됨으로써 팀원 간에 갈등이 생긴다면, 이는 꼭 부정적인 결과를 뜻할까?


와튼 스쿨 애덤 그랜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과가 높은 팀일수록 초기에는 갈등이 많이 표출된다. 구성원 각자가 성과에 대한 의견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뛰어난 팀은 갈등을 잘 해결하며 점차 갈등이 줄어들고 높은 성과를 올리게 된다. 반대로, 부진한 팀은 갈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갈등 요소가 있어도 쉬쉬하며 이를 묻어두기 때문이다. 성과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그때야 갈등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팀이 방향을 잃고 헤맨다.


팀 내의 다양성으로 인한 갈등은 의사소통에 많은 시행착오가 생기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노력이 소요됨을 뜻한다. 이런 갈등은 초기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구성원이 팀에 합류하는 초기에는 성격, 가치관, 업무 스타일 등으로 부득이하게 부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난다. 팀원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특성에 대해 알아갈수록 이러한 갈등은 잦아들게 된다.


다양성 갈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하면 갈등은 피해 갈 수 없다. 더 다양한 인적 구성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갈등은 서로의 소통과 이해의 문제일 뿐이다.


일사불란한 팀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비슷비슷한 사람으로 구성된 팀은 서로 어울리며 더 강한 동질성을 갖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은 외부로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 다른 팀이나 회사 외부 전문가의 지원을 요청하는 빈도도 줄어든다.


고도로 창의적인 작업 중 금융 시장의 예측과 같은 업무가 있다. 금융 시장은 글로벌 정세,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 이슈, 경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 최근에는 ESG 등 환경과 지배 구조에 관심이 많은 시민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에 의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금융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와 외부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분석가로 구성된 팀은 뻔한 예측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전혀 다른 예측을 가진 사람이 있더라도 예측이 크게 어긋났을 때의 비난을 떠올리면 쉽게 의견을 꺼낼 수 없다.





사일로(Silo)는 곡식을 저장하는 원기둥 모양의 창고를 말한다. 마치 이 창고 안에 들어있는 곡식처럼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특정 의견을 고집하는 현상을 사일로 효과(Silo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부서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영업부서와 재무부서는 서로 견해가 다르기에 다투기 쉽다. 이 다툼이 잘 조율되어 전략적으로 영업 비용을 사용하면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내부 다툼이 평행선을 그으면 조직 전체는 파괴적인 국면에 들어간다. 서로 동질 한 특성을 가진 팀은 부서 이기주의에 쉽게 빠진다.


다양성이 꼭 체계가 없는 혼란스러운 팀을 뜻하지는 않는다. 잘 관리된 다양성은 동질 한 팀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리더라면 누구나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다. 다양성을 허용한다는 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팀원 구성이 다양해지는 것을 꺼릴 수 있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갈등은 관리될 수 있다. 세대 차이로 인한 관점이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 계층의 장점이 분명하다. 386이나 X세대는 일단 조직의 전략이 결정되면 이를 잘 수용하고 업무에 몰입한다. 팀 내 주니어 계층은 팀 방향에 공통된 합의를 끌어내기까지 소통 노력이 많이 소요되지만, 일단 공통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수용하고 합리적으로 일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논의가 팀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합의된 이후에는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팀이 된다.


몸을 움츠리는 건 본능이지만 그렇다고 본능적인 행동이 꼭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도전에는 반드시 두려움이 따른다. 팀장이라면, 리더라면 늘 두려움에 맞서 발을 내디딜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전 05화 팀의 다양성 관리 스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