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을 활용하는 팀 매니지먼트
불경기가 반복되고,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구성원의 마음은 조직을 떠나기 쉽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근무 시간 내에서 최소한만 일하겠다는 태도를 말한다. 요즘 리더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태도다. 위기일수록 리더는 구성원을 단합시켜 그 위기를 돌파하기를 원하지만, 구성원은 조직에 융화할 뜻이 없고 비용 절감이나 성과 개선에도 참여하려는 의지가 줄어든다.
이런 때일수록 존중이 중요해진다.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팀원은 팀장의 전략 방향에 따라 성과를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서로 존중하는 팀은 팀워크가 좋고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 반면 리더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은 팀원은 조용한 사직을 결심한다. 혼자만 일을 게을리하면 차라리 낫겠지만 불만을 동료에게 전달하고 결국 팀워크를 훼손한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조직 내의 존중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비단 이들만 존중을 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격이 높아지면서 기존 세대에게도 존중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경제력이 향상되고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사회 전체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다. 개개인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취향을 존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사회 발전과 개인화, 그리고 그 결과인 존중 욕구는 뗄 수 없는 현상이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 SNS를 통해 이 장면이 널리 퍼져나간다. 일부 관리자의 막말이나 폭력이 쟁점이 되었다. 네트워크의 영향으로 존중이라는 가치가 빠르게 퍼져나갔고 앞으로 더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존중을 팀 내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구성원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는 많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침을 전해주는 아티클은 의외로 드물다. 이제는 막연한 방향성보다 구체적인 실천 안내서가 필요하다. 팀 내의 ‘존중하는 문화 형성’을 위한 3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통제감을 느끼길 원한다. 불확실성은 안정성이 깨지고 곧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갑자기 펼쳐질 때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 생활에서는 구성원이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꽤 많다. 상사가 갑자기 예정에 없던 업무를 지시한다. 계획에 없던 긴급회의가 생긴다. 상사나 동료가 내 예상과 다르게 반응한다. 일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럴 때 우리는 상황이 통제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느낀다.
두 번째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차이가 문제라고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면 그 차이가 갈등을 불러온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존재이다.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큰 트렌드이고, 선진적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팀장이 먼저 인식하고 구성원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세 번째는 상황과 맥락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다. 상대가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우리는 바로 성향이나 인성을 탓한다. 쉽게 가치 판단을 개입시키고 ‘그가 나쁜 성향을 지녔기 때문’에 그러한 말과 행동을 한다고 단정한다.
실제로는 특별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타인이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면 쉽게 오해가 해소된다. 팀장이 상황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면 팀원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물론 팀원들의 깊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팀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 마찰이 줄어들고, 구성원의 수용성이 높아진다. 효과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 시급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는 경우가 흔했다. 갑자기 오늘 저녁에 회식이 이루어졌다. 리더에게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느닷없이 새로운 업무 지시가 떨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팀원은 자기 시간 활용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존중을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우선은 워크 프로세스 결정과 관련된 사항이다. 워크 프로세스란 팀이 일하는 체계를 쌓아나가기 위해 회의, 피드백, 성과 리뷰, 프로젝트 점검을 말한다. 워크 프로세스와 관련된 일정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정하도록 한다. 그러면 중요한 회의와 개인 일정이 겹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마찰이 잦은 출근 퇴근 시간이나 휴가 사용은 팀원이 모두 참여해 그라운드-룰을 만들도록 한다. 동료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휴가 일정은 미리 알리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팀의 그라운드-룰은 함께 정하고 팀원 전원의 동의를 받는다. 모두가 사전에 합의한 원칙에 따라 팀이 운영되면 세대 갈등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 협업 원칙이나 회식 주기와 방식도 함께 정해볼 수 있다.
존중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팀장이라면 의사결정의 원칙과 기준을 정해서 전달하도록 한다. 리더의 의사결정이 오락가락한다고 느낄 때 팀원은 당황해하며 방향을 잃는다. 사전에 팀장의 의사결정 기준을 안고 있다면 시행착오를 방지할 수 있다. 특별한 케이스여서 기준과 다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그 사유를 잘 알려주면 된다.
마지막으로는 충분한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회사의 현황, 우리 팀의 현황이나 성과 수준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공유한다. 팀에서 이루어지는 중요 업무의 진행에 대해서도 함께 정보를 나누면 좋다. 아무리 팀장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팀 운영에 노력해도 돌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정보 공유는 이런 돌발 상황에서 팀원이 스스로 맥락을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보는 팀원의 업무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으니 도와 달라고 하면 팀원이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예측 가능성을 위한 팀 운영 도구]
(1) 워크 프로세스(회의, 피드백, 성과 리뷰 등)는 분기/월 단위 계획을 세우고 미리 공유한다.
(2) 팀원과 함께 팀 운영의 그라운드-룰을 수립한다.
(3) 면담 시행을 미리 알리고, 일정은 팀원이 정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4) 의사 결정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공유한다.
(5) 자주, 충분히 정보 공유를 하여 돌발 상황에도 모두가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 갈등은 차이에서 온다. 우리는 모두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개인으로서는 큰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따듯한 봄을 좋아하지만, 다른 이는 시원한 가을을 좋아한다. ‘왜 저 사람은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니?’ 여기에 강한 의문을 가질 때 갈등이 불거진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남녀가 서로 사고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따르면 남성은 목표 지향적이다.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여성도 목표를 위해 애쓰지만, 누구와 어떻게 목표 달성을 추구하느냐가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은 가족이라도 서로 생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어난다. 부모는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사춘기의 자녀는 또래들에게 인정받고 주목받는 것이 중요하다.
차이를 인정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생각이나 가치 기준이 다른 것이 꼭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양성 관점에서 본다면 인지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세대가 다름을 발생하는 갈등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 기준, 우리 세대의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려대 심리학부의 연구에 따르면,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기성세대일수록 MZ세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편견을 갖지 않고, MZ세대가 디지털에 능숙한 세대라는 견해를 가진 이들은 새로운 세대에게 호의적이었다. 시니어이면서도 MZ세대와 잘 협업할 수 있었다.
팀장이라면, 리더라면,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도록 한다. 일단, 다른 것이 큰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름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개성, 취향의 존중이 더 성숙한 조직의 원칙임을 반복해서 밝힌다.
팀원은 은연중에 팀장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팀장이 의도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와 상관없다. 팀장은 속마음을 숨기고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팀원은 그걸 귀신같이 읽어낸다. 리더의 가치 판단은 구성원에게 영향력이 크다. 팀장이 먼저 열린 마음을 가진다. 과연 나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고 점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걸까? 인간은 유사한 그룹과 어울리면 편안함을 느낀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녀는 공통점이 더 많이 발견할수록 연인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 서로 공통점이 많을 때 우리라는 결속력을 느끼고 협력을 강화한다. 한편으로는 내집단끼리 똘똘 뭉칠수록 동시에 외집단을 배척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공통점과 차이는 서로 다른 가치이지만 각각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진다.
과도한 차이는 협력과 실행력 강화에 걸림돌이 된다. 차이로 인한 갈등이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고 느낄 때는 팀장이 개입하여 조정하도록 한다. 아무리 개성을 존중한다고 해도 회의나 워크숍에 반복적으로 불참하는 팀원은 따끔하게 피드백한다. 지나친 취향 강조로 다른 팀원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여겨질 때는 개입하여 차단한다.
(1) '서로 달라서 문제'라는 이슈를 '개성과 취향의 존중'으로 바꿔 이야기한다.
(2) 팀장이 먼저 다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마음을 팀원에게 자주 전달한다.
(3) 과도한 다름이 갈등을 일으킬 때 조정하는 원칙을 만든다.
맥락(Context)란 무엇일까? 맥락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ntext는 Con(함께) + Text(직물을 짜다)라는 뜻을 가졌다. 베틀로 실을 가로, 세로로 엮어 하나의 옷감을 만드는 것처럼, 여러 상황 정보를 엮으면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을 말한다.
지현 팀장은 언제부터인가 재성 과장의 보고서가 무척 못마땅하다. 분석 데이터의 숫자가 틀리는 것은 물론, 오탈자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지현 팀장은 늘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재성 과장은 팀의 선임으로 팀장의 지침을 잘 따라주었는데 최근 들어 기본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재성 과장이 아주 느슨해졌어. 역시 연차가 높아지니 초심을 잃은 거야. 더 강한 피드백을 통해 정신 차리게 해야겠다.'
팀장의 계속된 지적에도 재성 과장의 실수는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심해지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들었다.
얼마 후, 팀에 새로운 팀장이 부임하게 되었다. 새로운 팀장은 재성 과장이 보고서를 읽을 때, 가늘게 눈을 뜨는 습관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글자가 잘 안 보이는 것 아닌가요? 과장님, 안과에 가보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재성 과장은 노안의 영향으로 문자나 숫자를 인식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이전과 같이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사람으로 돌리려는 나쁜 경향이 있다. 뇌는 빠르게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사람에게 원인을 돌리는 편이 쉽고 빠르게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원인을 찾기보다 쉬운 원인을 찾으려는 성향을 <귀인 오류>라고 부른다.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가 발생했을 때는 팀원과 소통을 통해 충분한 <맥락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맥락을 읽고 보면, 그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알게 된다.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팀장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에 쫓기는 팀장이 충분한 맥락 정보를 얻기 위해서 매번 팀원과 오랜 시간 면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팀원으로서는 무척 억울한 상황이다. 오해가 생긴 팀원이라면 누구나 팀장이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라지 않을까?
맥락을 읽으려 노력하는 것은 최고 존중 스킬에 해당한다. 꼭 맥락에 해당하는 원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편견 없이 들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팀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