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중요 원칙은 공정성
아무리 정교한 절차에 따라 평가를 해도 팀원은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평가에 불만이 생기는 것은 항상 타인과 비교를 하기 때문이다. 지식근로자의 인사평가는 정성적일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교를 통해 판단하게 된다.
"A는 목표 달성이 쉬운 업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수한 평가를 받다니요!"
"제 일은 B에 비해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일입니다."
"C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저는 왜 이것밖에 평가받지 못했습니까?"
비교는 상대적이다. 더 많은 것과 비교하면 작아 보이지만, 부족한 쪽과 비교하면 많아 보인다. 우리는 끊임없이 대상을 바꿔가며 비교하는 존재이다. A와의 성과 차이로 설명하면 B와 비교하고, B와 차이를 이야기하면 C를 언급한다. 팀장이 이런 비교에 일일이 답을 하려 애써봐야 팀원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은 비슷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팀보다 평가가 어렵다. 계층별로 가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사평가를 생각하는 잣대가 서로 다르다. GEN-Z는 기회의 균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간 피드백 결과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니어 계층은 경력과 경험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선배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했으므로 이제는 선배가 된 자신이 더 우대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장은 조직에 보다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평가 제도와 방법은 지속해서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과 절차가 나아진다고 평가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평가는 실질의 문제이지만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기준과 절차를 준수해서 인사평가를 한다고 해도 구성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소용이 없다. 따라서 공정한 평가를 위한 체계를 개선하는 것 외에도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운영 원칙으로는 다양성, 자율성, 존중과 배려가 있다. 이 모든 것은 공정성이라는 도태가 갖춰져 있어야만 제대로 작동한다. 다양성을 가진 팀을 만들되 팀장이 어느 집단의 편에 서있다고 느끼지 않으려면 공평한 자원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시니어 계층이 예산을 더 많이 할애받는다면 다양성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팀원 각자가 자율적으로 일하고,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루어지려면 공정한 평가가 필수이다. 최근 성과가 부진하거나 열정이 부족한 팀원이 있다면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율이 제대로 작동한다. 존중 또한 공정성이 기반이 된다. 존중과 배려가 당연한 권리가 되지 않으려면 과도한 존중만을 기대하는 팀원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회사의 평가 제도를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해 애쓰는 팀장이 의외로 드물다. 평가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팀장의 역할이지만 제도 안내는 인사팀이나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팀장은 평가 제도와 체계를 깊이 이해하고 구성원에게 안내하도록 한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평가에 노력하는 팀장으로 비칠 수 있다.
평가와 관련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팀장은 절대 평가 제도를 불신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리더가 신뢰하지 않는 제도를 수긍할 구성원은 없다. 평가 제도에 믿음이 가지 않으면, 조용히 개선 방안을 회사에 제안하자. 어떤 경우라도 ‘우리 회사의 평가 체계는 나도 불만이야.’ 팀원에게 이런 불만을 밖으로 털어놓아서 안 된다.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팀장이 팀원을 통제할 수단도 무너진다.
팀원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아도 정기적으로 평가 제도를 이해시키도록 한다. 어떤 평가 지표가 사용되고, 어떤 주기로 평가를 한다. 신입사원이 아니라면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반복적, 정기적으로 평가 제도를 이야기하면 어떤 기준에 따라 일하면 좋을지 방향성이 잡히게 된다. 따로 제도를 보완하지 않아도 체계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팀장이 평가에 노력하고 있고 명확한 지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최근 평가 제도의 트렌드를 공유하는 편이 좋다. 과거의 관례에 익숙한 선배님들에게는 최근 인사평가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알려드리는 편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트렌드에 민감하다.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하며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했던 경험 덕분이다.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한국 경제의 논리가 우리를 트렌드에 민감하게 만들었다. 걸핏하면 나때 이야기를 늘어놓는 선배님이라 하더라도 '트렌드가 그렇다.'라고 하면 받아들이곤 한다.
과거의 평가는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우수 인재를 가려내는 것이었다. 우수 인재 한 사람이 회사 전체의 성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지금의 평가는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육성, 코칭의 포인트를 잡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학습, 창의와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평가를 결과를 위한 것이 아닌 과정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평가는 팀원의 성장과 육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성과 리뷰와 코칭이 강조된다. 평가 결과가 중요하지, 과정이 중요한 것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이제는 경영환경 변화와 조직 내 이슈 변화가 시시때때로 발생한다. 그만큼 목표나 전략의 변경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결과로만 평가할 수 없으며 팀원 스스로 이슈 변화에 대응하도록 성장을 유도한다.
성과 창출 과정에서 수시 리뷰가 강조된다. 이렇게 자주 리뷰와 피드백이 이루어지려면 팀장 한 사람의 관점으로만 부족하다. 따라서 혁신기업에서는 동료 평가가 확대되는 추세이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관점의 평가를 조합하는 방식이 발전하리라 생각된다.
우리 회사의 평가가 트렌드와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우리는 몇십 년째 뻔한 MBO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가 추이를 이야기하면 팀원이 오히려 반발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한다. 회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든, 팀장인 나는 트렌드에 따라 평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면 된다.
팀원에 대한 존중과 마찬가지로 평가 또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유진 대리는 평소 팀장으로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피드백을 자주 들었다. 평가 결과를 받아보니 역시나 평균 이하로 평가를 받았다. 마음이 상하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 평가 시기에는 평가자의 기대 수준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한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성과와 현재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선배인 팀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럴 때는 평가가 성장과 육성을 위한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자. 지금의 부정적인 피드백은 다음 평가 시기에는 더 성장해고 개선된 성과를 보여달라는 의미다.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피드백하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도 크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장이라면 ‘선배 팀원일수록 정확하게 피드백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심하도록 한다. 어떤 계층이라도 달리 대하는 순간 다른 계층의 불만이 생긴다. 아무리 면담 자리가 불편하더라도 지적할 사항을 명확히 짚는 피드백을 한다.
평가가 구성원에게 예측 가능하려면 연초 목표 수립 단계에서부터 <평가의 원칙과 기준>을 공유하여야 한다. 팀장 중에 평가 원칙을 세워놓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 전의 팀장과 지금 나는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 같은 본부라 하더라도 팀장에 따라 평가 기준이 크게 차이가 난다. 팀원은 성과 평가 기준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평가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올해의 전략적 과제에 평가 비중을 높게 둘 것인가? 임원이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 평가 기준을 운영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팀장인 내 선택만 있을 뿐이다. 평가의 원칙과 기준은 반드시 사전에 제시되고 구성원과 반복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만일 평가 원칙이 분명하다면 중간 피드백도 이 기준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피드백이 훨씬 수월해진다. 분명한 평가 기준의 제시 또한 평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명심하자. 우리 팀의 핵심 전략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평가를 할 것인지 먼저 제시한다. 결과의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솔직히 전달한다. 시니어, 선배라고 해서 두루뭉술하게 피드백하기보다는 원칙을 지킨다. 어떤 계층도 특별히 대하지 않는 평가가 멀티 제너레이션 팀 운영의 기본이다.
물론, 피드백하는 방법에서는 존중과 맥락을 이해하고자 노력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