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면 먼저 노력하고, 대가를 바라지 말았으면
리더가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솔선수범해야 한다. 먼저 직원 하나하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의사가 반영된 조직 운영을 위해 쉴새 없이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는 그런 리더가 드물다. 그 이유는 쉽게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세계적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교수는 저서 <기브 앤 테이크>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 ‘테이커’ 보다 주는 사람인 ‘기버’가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리더는 순수한 ‘기버’가 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내가 이만큼 해주었으니 너도 응당 대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너무 쉽게 생각해 버린다. 직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는 리더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직장인들이 함께 모여 학습하는 HFK(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포럼 코리아) 라는 커뮤니티에 등록한 적이 있었다. HFK 에서는 테마별로 소그룹 모임을 하는데, 내가 속한 소그룹은 리더십을 공부했다. 약 3달간의 모임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C 팀장과의 만남이었다. C 팀장은 IT 기업에서 처음 팀장이 된 상태로 자신의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공부하러 왔다고 했다.
어느 날 우리는 팀원이나 후배에게 어떻게 피드백하는지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C 팀장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굉장히 흥미로운 아이템에 대해 들려주었다.
“저는 처음 팀장이 되자마자 20명의 팀원 전원에게 <나 사용설명서>를 적도록 했어요.”
<나 사용설명서>는 팀원들이 자신의 성향에 대해 솔직하게 적도록 그녀가 고안해 낸 양식이었다. 팀원들은 거기에 팀장이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말, 꼭 해주었으면 하는 말, 자신의 성향,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항 등을 적었다. C 팀장이 양식을 나눠주자 팀원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적어내기 시작했다.
“면담할 때 주말에 뭐 했냐는 둥, 개인사를 묻지 말아주세요.”
“막내라고 점심 메뉴나 회식 레퍼토리를 정하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정기적으로 제 업무 성과가 뭔지 얘기해 주세요.”
“꼭 필요한 대면 면담이 아니라면 될 수 있으면 메신저로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C 팀장의 회사는 팀장에게 분기마다 정기 피드백을 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나 사용설명서>를 다시 읽고 나서 직원과의 면담에 임했다. 혹시, 민감한 말이나 꼭 해달라고 당부한 것을 잊을까 해서였다. 이외에도 C 팀장은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한 조직 운영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었다. 서베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간 팀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다거나, 3~4명을 소그룹으로 묶고 소그룹 리더를 정하는 방식으로 직원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토론 시간임에도 C 팀장의 팀 관리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순간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 나도 이런 팀장과 일해 봤으면….’
회사에 돌아와서도 신임 팀장의 열정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점심을 먹으며 친한 후배에게 C 팀장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후배의 의견은 이랬다.
“우리 회사에도 그런 팀장이 있었다면 회사가 지금보다 두 배는 성장했을 것 같네요.”
나는 교육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에서는 팀원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한다. 그때마다 팀장들의 불평이 이어진다. 족히 천 번은 들었을 만한 불평이다.
“한때는 나도 다 해 본 것들이다. 그런데 해도 안 되더라. 팀장이 아무리 애써도 팀원들은 그런 마음을 전혀 몰라준다.”
해 봤지만 안된다는 생각은 언제나 진보를 가로막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몇 번의 시도로 변화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소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아주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을 뿐이다. 적은 노력으로 쉽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면, 그토록 많은 리더십 책이 쓰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C 팀장의 팀원이라고 모두가 팀에 만족하며 일에 몰입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녀의 팀 운영 방향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모임에 나온 많은 사람이 그녀의 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 자체에 감동하였기 때문이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완벽한 시도는 없다. 발을 헛디디고 미끄러지더라도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르는 법이다. 어차피 실패할 거라고 단정 짓고 시도하지 않으면 그 상태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한다.
나는 C 팀장이 언젠가 직원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받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신뢰’라는 선물이다. 설사 팀원 20명 중에 한두 명에 불과할지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신뢰하는 직원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리더로서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신뢰받는 순간, 그건 단연코 회사 생활에서 가장 최고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