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소는 누가 키우지

모든 계층이 열정을 상실한 요즘 회사

by 임희걸

“그건 거래처에서 우리 회사와의 거래가 수익이 적다고 소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제휴 마케팅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건이 아니었어요.”


“그건 제 업무 성과가 나빴다고 볼 수 없어요. 전임자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간 일을 왜 제 책임이라고 합니까?”


50대의 선배님은 회의 시간에 말씀이 참 많다. 회의 시간마다 이건 왜 안되는지, 이건 왜 내 책임이 아닌지, 이건 왜 해 보나 마나인지 설명하느라 상당 시간을 쏟는다. 50대가 말을 시작하면 ‘아, 오늘 회의는 보나 마나 길어지겠구나.’ 생각이 든다. 이들은 버티기 정신이 강하다.


버티기 위해 일한다는 건 참 힘들어 보인다. 물론 일이 재밌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단순히 오래 버티기 위해, 월급을 받기 위해 이 지긋지긋한 곳에 나온다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까. 50대는 사교육비나 대출금 상환을 위해 일한다. 따라서 혹여라도 인사 평가가 나빠지거나 위태로운 부서에 가게 될까 봐 어떻게든 책임을 맡지 않으려 애쓴다.


20~30대들은 굳이 언쟁을 벌일 만큼 회사 일에 관심이 있지 않다. 회사 일은 딱 월급 주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재테크를 연구하거나 부업, 취미 거리를 찾는다. 굳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딴짓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 에너지가 남는다 해도 그걸 일에 쏟을 생각은 없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 MZ세대 후배들은 대부분 5년 안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을 생각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잘 팔릴만한 시기인 5년차 이내에 여기 남을지 새로운 회사에 미래를 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럼, 남은 40대는 어떨까? 그들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다. 20~30대처럼 회사보다 자신을 챙기지도 못하고, 50대처럼 버티기에 목숨을 거는 것도 아니다. 늘 그만둘 것처럼 푸념을 달고 살지만 과감하게 커리어를 바꾸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팀장들이 가장 믿는다고 말하고(실제로 믿는지는 모르겠다.), 그 말 한마디로 일은 전부 그들의 몫이다. 포지션이 어정쩡하니 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대들지도 못한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며 50대를 향해 달려간다.


이렇게 쓰고 보니, ‘그럼 회사의 미래는 누가 맡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누구도 열심히 하지 않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긴 한 걸까. 꽃게잡이 어부들은 게를 잡으면 그냥 바구니에 던져 넣는다. 게는 바구니를 쉽게 기어 올라올 수 있다. 한 마리만 있다면 아무 문제없이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런데 게가 여러 마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게들은 서로 먼저 바구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다 다른 게를 끌어내리고 만다. 내가 먼저 살겠다는 생각이 바구니 안의 게 모두를 찜통행으로 만든다.


그렇다고 ‘직장인들이여, 마음을 바꿔 자기 일에 열정을 다 해라.’ 이런 친 회사적인 얘기를 늘어놓으려는 건 아니다. 누구도 열정을 바치지 않는 회사를 만든 건 직원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다. 50대가 어떻게든 버티려 애쓰는 것도, 40대가 과도한 업무에도 쓴소리를 못하는 것도, 20~30대가 개인주의를 탐닉하게 된 것은 조직의 업보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그동안의 폭압적인 회식, 그동안의 ‘하라면 해’ 조직문화가 조금씩 조금씩 직원의 마음을 식게 만든 탓일 테다.


나는 리더십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는다. 작가 사이먼 사이넥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리더는 자신이 책임진 사람들을 지원하고 보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게 리더가 직원을 위해 헌신하면 직원은 그에 대한 대가로 리더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피와 땀과 열정을 바친다.


오랫동안 이런 리더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주변 누구도 좋은 리더를 만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좋은 리더가 없으니 그를 위해 피와 땀을 바치는 직원도 없다. 이대로라면 자랑스럽게 외치던 ‘다이내믹 코리아’는 누구도 소를 키우지 않는 ‘빈 외양간 코리아’가 될 것이다.


이제 회사가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할 일은 리더 양성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보면 리더 양성은 엄청난 수익을 안겨 줄 투자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아직 리더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알고 있다면 고작 2~3일의 리더십 수업에 팀장을 보내면서 그렇게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다. 회식비로 지출할 돈이 있다면 리더십 교육에 써 보면 어떨까, 아마 돈이 엄청 남아서 또 회식을 하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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