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스펙으로 공금을 횡령한 직원

분노와 질투도 때로는 약이 된다

by 임희걸

최고의 스펙을 가진 Q 대리의 어긋난 이야기


Q 대리는 국내 최고 S 대학의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이미 신입사원 때부터 잠재적인 우수인력으로 평가받았다. 촉망받는 사원이었던 만큼 회사에서 가장 유망한 자산운용 직무에 발령받았다. 나는 한 때 펀드매니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4~5개의 모니터를 보며 펀드를 운영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보곤 했다. 따라서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Q 대리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연히 회사 연수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를 만났다. 옆 자리에 앉아 버스로 이동하는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는 쉽게 자기 얘기를 하는 사람이었고 회사 생활부터, 가정사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겉으로 보기에 Q 대리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3년 선배인 그는 이미 주변에서도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듯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 보니 만족보다는 불만이 많았다. 특히 놀랐던 점은 후배들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수한 선배인 그가 굳이 후배를 경쟁 상대로 볼 이유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자꾸 후배들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우리 부서에 새로운 신입사원이 한 명 배치될 때마다 두려운 생각이 든다. 요즘 애들은 이전보다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정말 똑똑해. 아무래도 자산 운용이라는 업무가 최신 지식이 많으면 유리한 게 사실이거든. 그래서 그 애들한테 밀려날까 늘 두려워. 내가 과연 언제까지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이제 막 대리로 승진한 그가 이렇게 생각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대리라는 직급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고, 꿈과 열정이 가득해야 할 시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강점은 모두 잊고 타인의 강점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사내 경쟁의 두려움과 빠른 성과에 대한 욕심으로 대출을 받아 주식과 선물에 크게 배팅을 하기 시작했다. 똑똑한 것만으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일까. 결국 그의 투자는 큰 손실을 입었다. 그 손실을 단기에 만회하기 위해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범죄까지 저질렀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는 것이 그에 관해 들은 마지막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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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만 보면 내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내 안에 강점이 많아도 그걸 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 강점을 발견할 시간에 타인이 가진 재능만 보면 내 것이 더 작아 보인다.


199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각 기업의 임원 보수를 공개하도록 했다. 그들은 임원의 보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임원들이 과다한 보수를 책정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연봉 공개 직후에는 CEO의 연봉과 일반 직원 연봉의 차이가 훨씬 더 커졌다. 이후로도 임원과 직원의 연봉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연봉이 공개된 후 CEO들이 자신의 연봉을 다른 CEO와 비교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직원보다 100배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경쟁사 CEO보다 연봉이 적다는 사실만 보였다. 각 기업에서는 임원 연봉 경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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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가 심화되면서 마치 혼자서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처럼 보인다. IT 기기와 네트워크만 있으면 혼자서 못할 일이 없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건 혼자 남겨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의사 결정을 할 때도 혼자만 다른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늘 불안하다. 그래서 늘 남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쏟는다. 디지털의 시대에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시시각각 타인의 모습을 훔쳐본다. 그가 먹으면 나도 먹고, 그녀가 입으면 나도 입어야 한다. 이 와중에 늘 질투라는 감정에 시달린다. '나 혼자 뒤떨어지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과 나도 그와 같은 수준에서 입고, 써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다.


질투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질투는 일종의 피드백이다. 대상이 되는 상대와 간격이 벌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지위나 재산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간격에만 초점을 맞추면 질투를 성장의 촉매로 이용할 수 있다. 간격이 생겼다는 건, 내가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느라 성장을 게을리했다는 피드백이다. 일단 이 상황을 인정하고 노력해서 간격을 줄이면 된다.




책 <나를 위해 출근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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