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악당 상사!?

가장 싫어하는 빌런과 닮아가지 않으려면

by 임희걸

후배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상사들 인물평이 오갔다.


어느새 화제는 누가 가장 최악의 선배 인가로 모이기 시작했다.


"전 옆 부서 과장님이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서에 제 동기가 있는데 일이 잘 안 풀리고 문제가 꼬이면 후배에게 책임을 다 떠넘긴다고 하더라고요."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당연히 L 과장을 최악의 선배로 꼽았다.


"나는 L 과장! 매일 같이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몇 번이나 확인했으면서 잘 되어 가냐고 묻고 또 물어. 그러니 일에 집중할 수가 있나. 정작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소심해져서 아무런 결정도 못 내리고. 왜 일이 잘못될 거라고만 생각하지? L 과장의 불안과 초조가 나한테까지 옮는 거 같아."


결국 그 술자리 대화는 누가 최악의 오피스 빌런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서로 불만인 상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빌런으로 넘쳐난다는 팩트만을 확인한 채 자리를 마무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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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 정도 지난 후의 일이다. 그 사이 우리 부서에 신입사원이 배치되면서 나는 L 과장과 떨어져 신입사원과 파트너가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보였던 어느 날 신입사원과 함께 남아 야근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 확인하라고 했던 그 아웃소싱 업체 계약서는 어떻게 되어가? 원래 외주 업무 마무리하기로 한 날이 꽤 지난 것 같은데."


문득 우리가 챙겨야 할 업무를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신입사원에게 물었다. 신입사원은 조금 짜증 난 말투로 대답했다.


"그건 엊그제도 물으셔서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오늘 낮에서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선배님과 상의했어요. 업체에 우리 쪽 의견 전달도 마무리되었고요. 너무 자주 물으시는 것 같네요."


그의 대답에 나도 순간 발끈하고 말았다. 녀석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그가 정곡을 찌르는 한 마디를 던졌다.


"선배님은 늘 L 과장님처럼 직장 생활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L 과장님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늘 일이 잘못될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시고 항상 초조해해요. 그런 불안감이 같이 일하는 사람까지 안절부절 못하게 해요."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를 위해 출근합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어떤 집단 이든 그 집단만의 가치관, 선호, 행동방식을 가진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특성을 아비투스(Habitus)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아비투스는 '가지다, 보유하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개념이다. 우리가 세상을 읽고 판단하는 데는 이 아비투스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서도 서로 어울리며 영향을 주는 소집단에 따라 아비투스가 형성된다.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구의 모습을 더 깊이 관찰하고 내 마음에 담아둘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 가능한 좋은 사람과 어울리며 바람직한 배움의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성장하는 지름길이다.



책 <나를 위해 출근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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