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왜 목소리가 커질까

점점 더 솔직한 피드백이 필요해진다

by 임희걸

아빠, 제발 식당에서 큰소리치지 마


최근 아내와 아이들이 내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였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시 목소리를 지적했다.


"오빠, 목소리가 너무 커. 주변에서 힐끗힐끗 쳐다보잖아. 오빠는 나이를 먹을수록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내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전혀 변한 것이 없는데, 다른 사람은 내가 변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내가 잘 못 생각한 것이라며 웃어넘겼다. 몇 번 지적이 반복되자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았다. '아, 이런 게 나이를 먹는다는 거구나.' 하고 조금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W 부사장이 떠올랐다.


W 부사장은 회의 시간이나 직원의 보고를 받을 때, 호통치듯 말했다. 목소리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말투가 상대를 힐난하는 투였다. 중간중간 "에이~", "나 참~" 이런 혼잣말까지 섞어 넣었다. 당연히 직원들은 혼나는 것으로만 여겼다. 점점 사람들은 W 부사장과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W 부사장님께 보고를 하면 늘 혼나기 일쑤예요. 칭찬을 받은 적은커녕, 별 거 아닌 일에도 역정을 낸다니까요.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어요."


직원들의 불만이 W 부사장 귀에까지 들어갔던 것일까? 결국은 직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말버릇에 대해서 해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내가 자꾸 화를 낸다고 오해를 많이 한다. 나는 말투가 원래 그래. 마음은 전혀 안 그런데, 말투만 그런 거야. 그러니 오해들 하지 말라고. 진심은 여러분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잘 알고 있어. 회의 때도 각각의 의견을 잘 듣고 있으니 전혀 걱정 말라고. 그냥 오래전부터의 습관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 뒤로도 걸핏하면 자신의 말하는 방식에 대해 해명을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직원 중 누구도 W 부사장의 본심이 다르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그는 남을 비난하기 좋아하고, 칭찬에는 인색한 나쁜 상사일 뿐이었다. 말투에 대한 해명이 반복될수록 자신의 나쁜 점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었다. 갈수록 W 부사장과 마주치길 피하는 직원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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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이가 들면 목소리가 커질까


크게 말하는 건 시니어들의 특성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어른이 있다. 다른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눈을 찌푸린다. 나 또한 모르는 사이에 그런 시니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내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런 사실조차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주니어 직원들은 큰 소리 내는 어른을 좋아하지 않는다. 큰 목소리가 노인이나 꼰대의 특성 이어서일까? 사람들은 크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를 좋아한다. 차분한 말투와 적당한 중저음을 가진 CEO가 있었다. 이야기를 할 때면 미소를 곁들였다. 이런 유형이 후배들이 좋아하는 어른의 모습이다. 잔잔하고 적당한 템포의, 미소를 짓는 리더의 말솜씨.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는 그 반대로 행동한다.


목소리가 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호통치듯 말하는 시니어들이 과거에는 말소리가 달랐다고 한다. W 부사장과 오랫동안 함께 근무한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청력 때문에 자기 목소리의 볼륨이 작게 들리니 자꾸 성량을 크게 하려고 애쓰게 된다. 남들도 자기처럼 잘 안 들린다고 여기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한다. 자기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위기감 때문일까? 큰 목소리로 상대를 강제로 집중시키려고 애쓰는 듯하다. 소리를 크게 해 '내 말만 들어.'라고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


50대의 선배 한 분은 식당에 가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꼭 지적한다.


"사장님, 이렇게 더러운 행주로 손님 식탁을 닦으면 어떡합니까? 손님들이 이런 식탁에서 밥 먹고 싶겠어요? 직원들 교육 좀 시키세요!"


선배님에게 들으니 아이들이 이런 아빠의 행동을 싫어한다고 한다.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이상 가지 않으면 그만이지, 굳이 소란을 피우며 지적을 해야겠느냐는 것이다. 식당 주인이나 직원들과 마찰이 생기고, 다른 손님들에게도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지적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배는 적절한 지적을 통해 식당 운영 방법을 개선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식당도 더 잘되고, 고객도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쪽의 말이 다 일리가 있다. 선배님의 생각도, 자녀들의 생각에도 틀린 점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그렇게나 싫어한다면 선배가 방법을 바꿔주면 어떨까. 의도가 옳은 것이었다 하더라도, 자녀에게는 어른의 오지랖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의도가 훌륭하더라도 방법에 이견이 있다면 꼭 그 방법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식당의 온라인 후기에 간단히 평을 남기는 방법을 쓸 수 있다. 그게 번거롭다면 사장님을 따로 불러 부드럽고 조용히 조언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굳이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단점을 나무라면 기뻐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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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피드백이 약이더라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언어 습관도 늙어간다. 나이 든다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이라면 굳이 그걸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새로운 언어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하여 나이가 들수록, 더욱 아름답게 말하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내의 지적 덕분에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이야기를 할 때면 내 목소리를 살피게 되었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지는 않는지, 지나치게 내 주장만 반복하지는 않는지,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의 인생에 완성이란 없다.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는 것이 삶이 아닐까.


'평소 쓰던 말투나 목소리까지 신경 쓰면서 피곤하게 살아야 해?' 그렇게 부정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반대로, '노력하니 나는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어 즐겁다.'라는 성장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삶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내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내 말투는 더 단정적이 될 것이다. 말할 때마다 상대를 억지로 설득하려 들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말투를 고치고 더 멋진 언어를 사용하는 시니어가 되기 위해 애쓰는 내가 있을 것이다.


살면서 가장 알기 어려운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 자신의 모습>을 꼽겠다. 내 낯빛이 어두워지거나, 내게서 나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은 모두가 안다. 다만 나만 그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타인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 수록 더 많은 피드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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