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레 Mar 03. 2016

갑자기 엄마가 되었다.

미래는 한치도 알 수 없다고


내 나이 서른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생각지도 못한 일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버켓 리스트 중 하나인 프랑스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번 삶의 나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고자 스스로 탐구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아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태어난 이래에 가장 쇼킹한 일이었다.

내가 평소에 결혼이나 아기를 원했었다면 충격이 덜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정말이지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는 불한당이 아니라 익숙한 내 남자친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아직 쌓여있는 많은 버켓 리스트 내가 이루고 싶은 꿈들로 가득 찬 미래와 힘차게 향하던 날들을 앞에 두고서 나는 완전히 주저 앉았다. 맨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뱃속의 아기에게 이야기해야 했다.

'찾아온 아가야- 아가야 내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단다. 미안하다 아가야, 우리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미안하다 네가 가능하다면 더 좋은 부모를 찾아서 가렴 정말 미안하다.'


뱃속의 아이에게 내 진심을 전했고, 우리의 상황을 전했다.

'아가야 갈 수 있다면, 지금 더 좋은 부모를 찾아 가렴 정말로 우리가 너무 부족하고 준비가 안되었는데, 그래도 네가 우리가 좋다면 그래 있어도 좋아.

하지만 갈 수 있다면 더 좋은 곳으로 가렴'


물리적인 방법을 생각 안 해 본건 아니지만 아기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차마 물리적일 수 없었다. 며칠을 아기에게 전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기는 수정되어 내 뱃속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극도의 불안을 겪고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아기는 너무나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었다.


나쁜 생각을 왜 안 해봤겠나.

울기도 많이 울고, 기도도 많이 했다

나는 내가 아직도 어린아이인 것 같고, 우리 엄마의 영원한 딸 같은 것을- 부디 아기가 좋은 부모를 만나 스스로 떠나주길 바랬다


엄마라는 단어는

나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남자친구와 매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이 문제를 놓고, 깊은 명상에 잠겼을 때

내 마음속에서 선명한 두 가지 대답이 들렸다.


“아무 문제가 없다”

있는 그대로 두라



문득

이건 내 영역이 아닌 우주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간의 숙고 끝에

결국 우리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로 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받아들여야만 했다.


자연의 순리대로

우주의 섭리대로.


'그래

이유가 있겠지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있겠지'


태에 자리를 잡은 이 생명도

이 세상에 나와 숨을 쉬고 살아 볼 권리가 있었다.




순식간에 나에게

아기가 생기고, 남편이 생겨 벼렸다.



그렇게 나는 갑자기 엄마가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