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레 May 04. 2019

출국날 아침


                                         



조금씩 추진하고 준비했더니

이런, 정말로 인도에 가게 되는 날이 찾아왔다.



바로 오늘이다.

노래를 부르던 일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이루어 지기 직전인데 기분이 왜 이러지? 좋기는커녕 이 아늑한 집을 떠날 생각에 막막해진다. 익숙하게 뒹굴대며 곤히 자는 아이의 잠자리는 이제 없을 것이다. 밥도 매 끼니를 인도에서 제대로 먹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휴양지도 아니고 인도라니?! 가슴속에 귀찮음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다. 심지어 인도가 궁금하지 않고 내가 왜 인도에 간다고 했을까?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으아, 인도에 안 가고 싶어 졌어!

무엇 일까 이 변덕은?
너무 많은 것을 저질러 놔서 가긴 가야겠는데 막상 배낭 다 싸 놓고 나니 여행의 흥이 사라진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23세 시절,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준비를 다 해놓고, 가기 전날, 두려움이 뒤늦게 찾아와서 꼭 죽으러 가는 기분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 나는 여행을 가서 꼭 내가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가려져있던 베일 건너편에는 보석 같은 내 인생 소중한 최고의 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고 보니 내가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마지막에 남은 하나의 관문처럼 두려움의 감정이 내가 통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두려움의 가장 큰 대상은 달이다. 달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망상의 이야기들이 두려움을 더 증폭시킨다.


Anyway. 저질러 놓았기에 가족들이 깨면 밥을 먹고, 집 청소를 하고 배낭을 메고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


달이가 인도에서의 시간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달이가 싫다고 하면 즉각 모든 것을 멈추고 돌아올 것이다. 내가 아무리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하고 살자는 주의지만, 달이가 싫다고 하면 안 하겠다. 그만큼 달이가 소중하기에. 아침이 밝아온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있어 진짜 인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