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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May 04. 2019

출국날 아침


                                         



조금씩 추진하고 준비했더니

이런, 정말로 인도에 가게 되는 날이 찾아왔다.



바로 오늘이다.

노래를 부르던 일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이루어 지기 직전인데 기분이 왜 이러지? 좋기는커녕 이 아늑한 집을 떠날 생각에 막막해진다. 익숙하게 뒹굴대며 곤히 자는 아이의 잠자리는 이제 없을 것이다. 밥도 매 끼니를 인도에서 제대로 먹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휴양지도 아니고 인도라니?! 가슴속에 귀찮음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있다. 심지어 인도가 궁금하지 않고 내가 왜 인도에 간다고 했을까?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와버렸다!! 으아, 인도에 안 가고 싶어 졌어!

무엇 일까 이 변덕은?
너무 많은 것을 저질러 놔서 가긴 가야겠는데 막상 배낭 다 싸 놓고 나니 여행의 흥이 사라진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23세 시절,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준비를 다 해놓고, 가기 전날, 두려움이 뒤늦게 찾아와서 꼭 죽으러 가는 기분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 나는 여행을 가서 꼭 내가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가려져있던 베일 건너편에는 보석 같은 내 인생 소중한 최고의 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고 보니 내가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마지막에 남은 하나의 관문처럼 두려움의 감정이 내가 통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두려움의 가장 큰 대상은 달이다. 달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망상의 이야기들이 두려움을 더 증폭시킨다.


Anyway. 저질러 놓았기에 가족들이 깨면 밥을 먹고, 집 청소를 하고 배낭을 메고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


달이가 인도에서의 시간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모르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달이가 싫다고 하면 즉각 모든 것을 멈추고 돌아올 것이다. 내가 아무리 하고 싶은 건 웬만하면 하고 살자는 주의지만, 달이가 싫다고 하면 안 하겠다. 그만큼 달이가 소중하기에. 아침이 밝아온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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