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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Jul 14. 2019

델리에 도착하다

오랜만이야, INDIA

두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비행기는 델리 공항에 착륙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도착시간은 인도 시각 01시 00분 (한국 시각으로는 4시가 넘은 시각)으로 평소라면 한창 잠들어 있을 시간이다.


도착해서 짐을 찾고 입국 수속을 하고 숙소에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배낭여행을 할 때마다 오감이 깨어나고 온 감각이 되살아나는 경험 속에 있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도착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의 감각과, 정신은 더 명료해졌다.


잠들어 있던 남편과 달이를 깨우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예전에 비해 깔끔한 공항의 모습이었고 군데군데 인도 느낌이 물씬 났다. 달이는 잠에서 깨어나 인천 공항과 같은 듯 다른 새롭게 빛나는 장소를 폴짝이며 걸었다.


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미리 준비한 비자를 들고 입국 심사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달이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근처에는 화장실이 보이지 않았다. 멀찌감치 돌아갔다가 다시 줄을 서야 하는 상황. 그런데 입국 심사대 너머로 바로 화장실이 보였고 경계를 지키고 계신 분에게 아이가 잠시 넘어가서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분은 안된다고 하시다가 다급한 모습을 보시고 서류를 보여달라고 했고, 아이는 참기 힘들다 했고 통과하기 위해 급히 서류를 뒤적거리는 동안 아저씨가 그냥 다녀오라고 문을 열어주셨다. 그렇게 무사히 인도 첫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다. 처음부터 Thangk you very much INDIA!


우리가 늦은 시각에 도착했음에도 공항에서 비교적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빠하르 간즈의 '인도 방랑기' 식당에 미리 신청해 둔 픽업 서비스 덕분이었다. 10년 전에도 이용했고 애정 했던 인도 방랑기 한식당. 인도 여행자들의 아지트와도 같은 곳, 아이와 공항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지금 시간에 밖으로 나가 택시나 릭샤를 타는 것은 더더욱 무모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인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만난 분이 인도 방랑기 사장님이셨다.


늦은 시간 공항에 나와계신 사장님을 만났다. 안전하게 짐을 싫고 사장님의 배려로 함께 댁에 있는 숙소로 향하게 되었다. 숙소로 향하는 밤거리- 스쳐가는 오토릭샤를 보는 순간  우와! 10년 만에 보는 릭샤가 무척 반갑다. 오토릭샤가 지나가는 걸 보니 내가 진짜 인도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늦디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우리 집보다 훨씬 더 쾌적한 숙소에서 감사히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드디어 첫 짐을 풀고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달이는 또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인도 시각 새벽 4시 (한국시각으로는 7시 30분)가 넘어가고 날이 밝을 시간이 될 때 까지도 노래를 부르며 침대를 오르내렸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  왜 안 자는 거니.. 속에서 복잡한 감정들이 치밀어 올랐다. 내 몸도 몹시 피곤하지만 피곤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도 잠들지 못하는 딸이 속상했다. 갑자기 달이가 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잠들고 있는 사장님 가족분에게 방해라도 될까 싶어 나도 모르게 입을 막고 ‘조용히 해!’라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밀려오는 후회. 내가 달이에게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런 식의 여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달이가 누구 때문에 환경 변화를 겪고 있는데 그건 나 때문이잖아.


달이를 살며시 끌어안아 올렸다.
그리고 토닥토닥-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자장자장 우리 달이- 자장자장 잘도 잔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그제야 달이의 몸에 힘이 풀리고 고개가 어깨에 파묻힌다. 그토록 잠들기 어려워하더니 금세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이렇게 따뜻하게 안고 토닥여 주었으면 되었을 것을- 내가 자야 한다고 다그치기만 했구나.


달아- 미안해 푹 자렴-

복잡한 심경으로 달이가 깊게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극도로 피곤하고 아팠다. 밤새 쌓인 긴장이 내 몸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듯했다. 정말이지 두드려 맞은 것처럼 한발 한발 걷기 힘들 정도로 몸상태가 나빴다. 이대로 앞으로의 여행을 하기엔 무리일 것 같았다. 몸살 날 것 같은 몸을 일으켜서 주섬 주섬 욕실로 몸을 옮겨 몸을 씻었다. 따뜻한 물로 씻으니 몸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 인도의 첫 아침, 한국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소리가 들렸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준비해 온 쿠커에 햇반을 넣고 아이 밥을 끓였다. 아이 밥을 만들어 먹일 생각이었는데 밖으로 나가보니 인도 방랑기 사모님이 특별히 아침상을 차려 주셨다. 너무나 따뜻한 밥상에 감동을 받았다. 밥을 먹는 동안 고단했던 몸이 충전되는 기분, 두 분의 마음과 두 분의 스토리를 들으며 다시 용기도 듬뿍 얻었다. 그래 우리도 여행을 할 수 있겠다!  인도 방랑기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정말이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회복을 했고 두 분께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을 받았다.

 

여러모로 너무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을 품고 우리는 혼돈의 빠하르 간즈로 떠났다.


인도의 첫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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