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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Dec 03. 2019

여전히 혼돈의 빠하르 간즈


택시는 빠하르 간즈로 향했다. 사모님이 예약해주신 우버 시스템으로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델리의 아침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힌디어가 쓰인 간판들과 인도 사람, 그리고 릭샤들을 바라보았다. 반갑고 기뻤다

어느새 두려움도 사라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빠하르 간즈가 가까워질수록 기억이 되살아 났다. 놀랍도록 선명하게 길을 기억하고 있는 나를 만났다. 10년 전 많이도 지나다녔던 길이다. 모든 것이  지금 내 눈 앞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빼곡한 사람들,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 사이클 릭샤와, 오토릭샤- 그 틈을 뚫고 택시는 느릿느릿 앞으로 향했다.


빠하르 간즈에서 제일 우려한 점은 혹시나 달이가 낯선 사람과 혼돈스러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택시에서 내린 달이는 매우 평온해 보였다. 품에 안겨 태연하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달이 보다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한 듯 보였다.. 빠하르 간즈가 이렇게 북적였었나? 어째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지? 일단 침착하게 숙소부터 찾기로 했다. 빠하르 간즈는 거의가 그대로의 모습이었기에 지도 없이도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택시에 내려 배낭을 메고 일단은 미리 골라 둔 하리 피오르코 호텔로 향했다. 리셉션에서 방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굉장히 허름한 방을 보여주었다. 바로 옆은 공사 중이어서 소음이 상당했고 벽은 합판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방의 눅눅함이 느껴졌다. 사진으로 본 것과 너무 달라서 잠시 당황하였다. 하리 피오르코는 방마다 컨디션이 천차만별이라는 정보를 기억하고 다른 방을 보여달라고 하니 리셉션에서 가까운 1층 방을 보여주었다. 그 방은 아직 정돈이 되어 있지도 않았다. 미리 조사를 했을 때 1층 리셉션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방에는 절대 머물지 말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에게 정확히 그 방을 보여줄 줄이야. 됐다고 하고 옆 호텔 알 이즈 웰로 이동했다. 1500루피 같은 가격에 훨씬 퀄리티가 좋았다.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배낭의 무게가 아직 익숙지 않아서 달이를 안고 돌아다니느라 잠시 지쳤었지만 그래도 짐을 풀고, 침대에 누우니 몸의 피로가 풀렸다. 아침에 몸이 찌뿌둥했던 것에 비하면 컨디션이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빠하르 간즈 어때? 혼란스럽지 않아?"

"북적북적하니 좋네, 사람 냄새나고"

"괜찮아? 나는 처음에 여기 왔을 때 멘붕 와서 숙소에서 드러누웠었어"

"오히려 스페인보다 더 나은데?"fff


수더분한 이 남자, 인도를 좋아할 줄 예감했지만,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인도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빠하르 간즈에 입성 성공!


내일 아침엔 라다크, 레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환전과, 내일 새벽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예약,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전부다.

ALL IS WELL 호텔 내에 있는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셋이 한바탕 푹 낮잠을 잤다. 피로를 풀고 일어나, 호텔 근처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꼼꼼하게 체크를 한덕에, 밑장 빼기 한 장을 하신걸 알아채고 한 장을 챙겨 받았다.  내일 아침 공항으로 가는 택시도 무사히 예약했다. 정말 빠하르 간즈는 여전히 여행을 준비하기에 충분히 편리한 곳이다. 저녁은 빠하르 간즈가 내려다 보이는 루프탑 식당을 찾았다.


좁은 계단을 올라 난간 근처 자리를 잡았다. 머리 위로는 팬이 세차게 돌아가고 있었고, 우리가 메뉴를 고르는 사이 달이는 냅킨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래에는 반짝이는 빠하르 간즈와 인파가 내려다 보였다. 정말로 인도에 있네. 빠하르 간즈에 내가 지금 있네. 초우면과 피자를 주문하고. 내 사랑 림카도 주문했다. 림카야 얼마만이니! 내 여벌옷은 한벌도 챙겨 오지 않았기에 숙소에 들어가기 전 인도 옷을 한벌 구입했다. 내일은 레로 향하는 날이다.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짐을 다시 채비해두고, 휴식을 취했다. 천정에 돌아가는 팬이 무척 오랜만이다. 콘센트도 오랜만 안녕,  인도 티비야 반갑고 좋다!


아! 여기는 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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