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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Feb 07. 2020

10월, 레로 향하다

안녕 라다크

인도를 여행지로 삼은 것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라다크였다. 우리가 도착한 10월은 추위로 인해 이미 비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여 관광객들은 빠져나오고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기 때문에 제일 먼저 라다크로 향하기로 했다. 이른 아침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미리 짐을 싸 두고 잠을 청했다. 늦지 않게 일어나 아침에 공항 택시 예약을 한 장소에 나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곳 문은 닫혀 있었고 우리를 픽업해줄 택시 기사도 보이질 않았다. 이런 비행기를 놓치면 큰일인데! 배낭을 메고 서성이는 우리를 본 사람들이 하나 둘 접근을 했다. 어떤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거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약속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하고, 침착하게 호텔로 다시 돌아가 예약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질 않는다. 몇 번을 걸어도 그대로이다. 돈은 어제  다 지불했는데- 그나저나 돈이고 뭐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런데 그때 호텔 전화벨이 울렸다. 직감적으로 회신 전화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 예약을 했는데 사람이 나오질 않았어요!. 아무도 없는데요?”/ “다시 가보세요 있을 거예요”


알고 보니 우리에게 접근했던 의심스러운 사람 중에 한 명이 정말 택시 기사였다. 그는 말도 또렷하게 하지 않고 꼭 어딘가 취해있는 것 같았기에 그 사람이 우리를 데려다 줄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으로 향하고 있는데 택시 기사가 말한다.

"너네 나한테 팁 줘야 해.. 왜냐하면 나는 제때 나왔는데 보스는 내가 안 나온 줄 알잖아. 그러면 난 잡을 잃는다." /“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보스한테 다시 얘기해서 당신이 제때 나왔는데 우리가 실수한 거라고 말해줄게 정말 정말 미안해." 사과를 했지만 그는 집요하게 팁을 계속 요구했고, 예전 같았으면 합리적인 소비만 했을 테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이고, 그저 비행기만 무사히 타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길 가는 길이니 그냥 팁을 주고 헤어졌다.


공항에는 무사히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가 출력해간 항공권이 영어가 아니라서 들어갈 수 없다며 출입을 거절당했다. 지금 어디에 가서 새로 프린트를 해온단 말인가. 열심히 설명해봤지만 냉정하게 돌아가라는 대답을 들었다. 시간이 없다. 이번엔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다시 표를 보여주고 설명을 했다. 그는 전 사람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주었다. 직접 공항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의 비행기 편을 확인한 후 우리를 통과시켜 주었다. 감사합니다! 아침도 못 먹었기에 대충 비리야니를 한 접시 시켜서 나누어 먹었다. 준희와 나는 아무거나 먹어서 배를 채우면 되지만 달이는 자극적인 향신료를 못 먹을 수도 있어서 우선적으로 달이가 먹을만한 것으로 골랐다.


드디어 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인도를 많이 여행했지만 라다크에 가는 것은 처음이다. 창밖에 펼쳐지는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은 장관이었다. 준희는 말도 안 된다고 감탄하며 풍경을 바라보았다. 좀처럼 꺼내지 않는 핸드폰을 들고 창문에 붙어서 촬영을 했다. 아침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던 탓일까, 레는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내 눈에는 풍경들이 잘 들어오질 않았다.


무사히 레 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항을 둘러싸고 있는 돌산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풍경은 굉장히 이국적이었는데, 뭔가 우리가 전혀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레에 관하여 제일 우려한 점은 첫째도 둘째도 고산병이었고, 셋째는 추위였다. 배낭을 찾고 외국인 여행객 작성 종이를 적고 있는데 벌써 조금씩 숨이 차는 게 느껴진다. 공항 옆 택시 부스에서 택시를 잡고 준희가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로 이동을 했다. 숙소로 향하는 중 구글 지도에 찍힌 호텔 위치와 택시기사가 알고 있는 위치가 달라서 살짝 멘붕이 왔지만, 일단 택시기사의 확신에 찬 태도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구글 지도는 이미 한참 빗나간 지 오래- 기사가 내려준 곳에서 어찌 저찌 일단 걸음을 옮겨 보았다. 날은 맑았고 햇볕은 따뜻했으며 주변은 조용했다. 이리저리 골목을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탐색해 보았다. 어디에도 호텔이라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한 남자가 보인다. "empyrean house?!" "yes yes" 다행히 호텔 주인을 눈앞에서 만났다. “yes~!”


주인은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에 배낭을 내려놓고 설산을 바라보며 의자에 앉았다. 이제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미안하다며 방이 없다고 했다. NO ROOM이란다. 오잉?? 우리는 어제 분명히 미리 예약을 했고 정상적으로 결제를 마쳤는데?? 그가 취소 메일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환불을 해준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비수기 시즌에 방이 다 찰 줄이야. 레에는 숙소가 꽤 많기에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문제는 내 체력이었다. 이미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사이 몸이 지칠 대로 지쳐있있었다. 이 상태로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인아저씨가 우리를 데려가더니 1층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방을 보여주었다. 화장실도 없는 창고 같은 방이었다. 여기에 묶으면 방 값을 깎아주고 난로를 주겠다고 하며 묶겠냐고 묻는다. 방에 있는 물건들로 보아 그 방은 정말 창고로 쓰이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해가 들지 않아 대낮인데도 한기가 가득했다. 이미 내 몸은 헉 헉 대며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방에서 하루 묶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약을 해버릴 정도였다. 일단 방이고 뭐고 휴식을 취하는 게 급선무였다. 창고 같은 그 방은 너무 추워서 일단 따뜻한 공용 거실에 머무르며 방에서는 잠만 자기로 했다.


고산증이 온 건지 몸에 힘이 없어 자꾸 눕고 싶었다. 몸을 눕히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아저씨가 윗 층에 방이 날 것 같다는 희소식을 전해주셨다. 그곳은 더 넓고 더 따뜻하다고 4시부터 사용 가능할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우리는 흔퀘히 오케이를 외쳤다.!! 정말로 그 방은 훨씬 따뜻했고 뷰도 아주 멋졌다. 침대는 셋이 뒹굴대기 충분할 만큼 넓었고 따뜻한 물도 잘 나왔다. 방에서 와이파이도 터지고 밤에도 그리 춥지 않게 잘 지어진 방이었다. 정말 다행이다. 방이 정말 좋구나!


한참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 방은 바로 주인아저씨 부부가 쓰시는 방이었다. 두 분이 우리가 머무는 동안, 우리 가족에게 그 방을 선뜻 내어준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덕분에 라다크에서 아주 편안하게 쉬며 여행할 수 있었다.


인도에 입국한 지 이틀 만에 드디어 가슴이 부르던 라다크에 왔고, 우리는 그렇게 특별한 라다크의 보금자리에 머물며 라다크에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레로 향하는 비행기


숙소에서 보이는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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