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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Apr 12. 2020

숨과 쉼이 중요한 라다크

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커튼을 걷는다.


 밖에는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한결같이 설산이 있다. 달이에게 커드나 시리얼 과일 등을 챙겨주고 함께 설산을 보며 아침을 먹는다. 달이는   자고 일어난 얼굴이다. 창문에  서리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리면 잠시  숙소 아래층 거실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가자고 한다. 준희는     자고 일어난다. 준희가 일어날 때까지 달이와 아침을 보낸다.  밤이 지나고 태양이 대지를 다시 데워주는 아침, 이토록 태양이 반갑고 따스한 것이 었는지- 이렇게 태양 빛을 온몸으로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라다크에서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고산에 적응하는 동안 천천히 행하던 속도를 있는 내내 이어 나갔다.


한 명이 컨디션을 회복하면 한 명이 좀 떨어지거나 했다. 우리는 셋 모두를 살펴서 움직였다. 남들이 이곳저곳을 다 둘러볼 동안에도 우리 셋의 컨디션이 온전히 좋아져서 메인 바자르에 나가보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조그만 오르막에도 한 명이 숨이 차면 길을 가다가 앉아서 무조건 쉬다가 다시 길을 걸어갔다. 도로에 차가 지나가면 달이가 무서운지 안아 달라고 했기에 준희와 나는 언제든 달이를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챙겨 온 내 무거운 카메라도 한동안은 밖에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달이가 안아 달라고 하면 안고서 몇 걸음이라도 더 걷기 위해서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허락하는 날들 속에 머물렀다.


라다크는 이런 느린 우리에게도 우리가 만나야 할 순간들을 선물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신에게 저 사람에게는 주고 왜 나에게는 주지 않는지를 원망하지 말아라- 신은 네가 꼭 가져야 하는 것은 절대로 뺏지 않는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과 순간은 꼭 만나게 되고 내가 가야 할 곳에는 반드시 이르게 되리니. 나는 그저 내게 허락된 순간을 감사하며 받아들이면 된다.


그 어느 곳보다

숨과 쉼이 중요한 라다크-

쉬고 쉬다 보니

라다크가 우리를 천천히 이끌기 시작했다



창문 밖의 설산
숙소에서 보이는 남걀 사원
아침마다 창문에 그림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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