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커튼을 걷는다.
창 밖에는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한결같이 설산이 있다. 달이에게 커드나 시리얼 과일 등을 챙겨주고 함께 설산을 보며 아침을 먹는다. 달이는 늘 잘 자고 일어난 얼굴이다. 창문에 낀 서리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다. 다 그리면 잠시 후 숙소 아래층 거실에 있는 고양이를 보러 가자고 한다. 준희는 늘 좀 더 푹 자고 일어난다. 준희가 일어날 때까지 달이와 아침을 보낸다. 찬 밤이 지나고 태양이 대지를 다시 데워주는 아침, 이토록 태양이 반갑고 따스한 것이 었는지- 이렇게 태양 빛을 온몸으로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라다크에서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고산에 적응하는 동안 천천히 행하던 속도를 있는 내내 이어 나갔다.
한 명이 컨디션을 회복하면 한 명이 좀 떨어지거나 했다. 우리는 셋 모두를 살펴서 움직였다. 남들이 이곳저곳을 다 둘러볼 동안에도 우리 셋의 컨디션이 온전히 좋아져서 메인 바자르에 나가보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조그만 오르막에도 한 명이 숨이 차면 길을 가다가 앉아서 무조건 쉬다가 다시 길을 걸어갔다. 도로에 차가 지나가면 달이가 무서운지 안아 달라고 했기에 준희와 나는 언제든 달이를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챙겨 온 내 무거운 카메라도 한동안은 밖에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달이가 안아 달라고 하면 안고서 몇 걸음이라도 더 걷기 위해서다. 절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허락하는 날들 속에 머물렀다.
라다크는 이런 느린 우리에게도 우리가 만나야 할 순간들을 선물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신에게 저 사람에게는 주고 왜 나에게는 주지 않는지를 원망하지 말아라- 신은 네가 꼭 가져야 하는 것은 절대로 뺏지 않는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과 순간은 꼭 만나게 되고 내가 가야 할 곳에는 반드시 이르게 되리니. 나는 그저 내게 허락된 순간을 감사하며 받아들이면 된다.
그 어느 곳보다
숨과 쉼이 중요한 라다크-
숨을 쉬고 쉬다 보니
라다크가 우리를 천천히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