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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Feb 16. 2022

델리 정거장

라다크에서 델리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을 뿐인데 느낌이 달라졌다. 추운 나라 라다크에서 더운 나라 델리로 넘어온 느낌이다. 두꺼운 점퍼를 벗는다.


다시 돌아온 델리 공항에서 빠하르 간즈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빠하르 간즈까지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복잡하다는 지하철에서 기차역을 넘어 빠하르 간즈까지 가는 마의 구간도 처음이었다.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나는 이 길을 잘 알고 있어! 식은 죽 먹기라는 표정으로 미리 동영상으로 습득한 길을 찾아갔다. 하지만 동영상이 알려주던 길이 막혀있었다. 다시 태연한 척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드는 곳에 휩쓸려 길을 찾았다. 10년 만이지만 세포가 기억하는 본능적인 길 찾기가 내 안에 남아있었다. 인도 여행을 잘하는 노하우라면 일단 허름하게 입는 것이 좋다. 나에겐 십년 넘게 입고 다니는 해외여행용 점퍼가 따로 있다. 카메라 가방도 일부러 잔뜩 낡은 것을 들고 다닌다. 최대한 여행한 지 오래된 초연한 포스를 풍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지간하면 사기를 치러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시 빠하르 간즈에 입성.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 이곳은 여행자에겐 환승 정거장과 같은 곳이다. 여러 가지 재정비를 하고 다음 행선지로 가는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알이즈웰 호텔이 풀이여서 이번에는 그 옆 하리 피오르코에 체크인을 했다. 다행히 한 번에 쾌적한 양질의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여기서 며칠간 휴식을 취하고 야간 버스를 타고 맥그로드 간즈로 넘어가기로 한다. 그때까지는 되도록이면 쉬자! 라다크에서는 전기장판을 켜고 잤는데 델리에서는 천장에 펜을 돌리고 잔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이나믹한 인도다.


긴장을 풀고 뒹굴대며 좀 쉬어보자. 짐을 풀고 일단은 인도 방랑기 식당부터 찾았다. 빠하르 간즈에는 한국식당이 무려 3개나 있다. 달이가 맛있게 미역국을 뚝딱, 된장찌개를 뚝딱! 밥 잘 먹는 모습에 엄마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엄마와 아빠는 라면과 제육덮밥, 오징어 덮밥을 뚝딱 해치운다. 몸보신에는 한식이 최고다. 라다크에서 흘리던 달이의 콧물도 뚝 멈췄다. 마켓에서 주스와 과일 간식을 사들고 숙소로 가 펜 바람을 쐐며 뒹굴대며 쉰다. 본격적인 여행을 위하여 유심도 구입하였다. 인도 내 모든 전화 문자가 무료이고 매일 데이터가 제공된다. 전화번호도 생겼으니 이제 준희랑 서로 떨어져도 통화할 수 있다. 여행하기가 너무 편해졌다. 여행객끼리는 오픈 채팅방으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다. 달이 손에 채워주던 미아방지 팔찌에도 우리 전화번호를 써둘 수 있게 되었다.

천정 펜 틀고 빨래 말리는 중


아이를 데리고 로컬 음식 모험을 할 순 없었다. 현대적인 감성을 누릴 수 있는 곳 피자헛에서 피자를 먹고 코넛 플레이스 스타벅스에서 카페모카를 마시며 인도인 듯 아닌 듯 시간을 보냈다.

코넛플레이스 스타벅스

이동수단은 역시 사이클 릭샤다. 나는 여전히 사이클 릭샤가 제일 좋다.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과 그 특유의 리듬이 좋다.






낮잠 들기 전에는 숙소에서 달이랑 타요 스티커 놀이를 한다. 아이랑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이런 놀이북이 굉장히 도움이 되는데 숙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최고다. 꽤 많이 준비해왔는데 몇 권 남지 않았다.


달이는 여기에서도 1일 1 킨더를 먹는다. 아저씨가 달이만 보면 쓱 달이에게 킨더 박스를 내미는데 아저씨가 살짝 얄밉기도 하지만 하나씩 사준다. 달이에게도 이런 기쁨이 있어야지. 한국에서 과자나 음료를 싸올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도 맛있는 과자와 음료들이 풍성했기에



델리 국립박물관도 처음 방문했다. 박물관의 규모는 굉장했다. 유모차 대신 휠체어를 하나 빌려서 달이를 앉히고 밀고 다녔다. 여러 유물들과 예술품 붓다의 사리탑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0층이었다. 숫자 0을 발명한 인도의 클래스답게 0층이 존재하고 있었다.

0층



늘 북적이는 빠하르 간즈- 하지만 여행자로 가득 차던 거리엔 여행자가 확실히 많이 줄었다. 인도 여행 전성기 시절에는 길거리에서 3분에  명씩 한국 여행자를 만날 정도였다. 다국적 여행자로 어딜 가나 그야말로 시끌벅적했었다. 하지만 확실히 많이 줄었다. 인도의 사건 사고들이 영향을 끼친  같았다. 델리의 미세먼지 수치는 400 치솟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적도 없는 수치다. 이제는 미세먼지 걱정까지 하며 여행을 해야 하는구나. 그래도 코로나로  세계가 시끌벅적하기 전에 다녀온 것에 감사한다. 지금은 가고 싶어도  수가 없다.


다음 행선지는 맥그로드 간즈이다. 인도에서 내가 사랑하는 도시중 하나 달라이 라마님이 계시고 많은 티베트인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인도는 도시마다 너무도 다채로워서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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