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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Feb 28. 2022

전원주택 살이의 시작

가족이 빛을 발하는


이삿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 밥부터 먹이고 옷을 갈아입혔다. 우리 가족의  이사이다. 이사를 진행해주실 분들이 오셨다. 포장이사를 신청했는데 전문가답게 짐을 싸고 척척 이동시켜주신다. 이삿짐이 모두 빠지고 잔금처리를 마치고  집으로 이동을 한다. 도착하니 이삿짐을 나르고 계셨다. 적은 견적의 이사업체였지만 좋은 분들을 만난  같다. 분실물이나 손상 없이 짐을  옮겨주셨다.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 청소까지 해주고 가셨다. 인터넷을 설치해주시러  기사분께서 - 앞집에 3   먹구렁이가 내려왔다고 하셨다. 구렁이는 영물이라 119에서도 그냥 놓아준다고. 그냥 뱀은 뱀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살면 되는 거라고 하신다. 우려했던  이야기를 오자마자 듣는다.


모두 돌아가고 우리들만 남았다. 미리 사둔 죽부터 데워서 배가 많이 고팠을 아이들부터 먹인다. 오늘 저녁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가능하다는 배달음식 치킨을 먹기로 한다. 멀어서 한 마리로는 배달을 안 온다고 하시길래 피자까지 시켰다. 엘피지 난방이기에 최대한 보일러를 돌리지 않고 잤다. 다행히 집은 따듯했다.






이사 후 첫 아침이 밝았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산 사이로 빨간 해가 떠오른다. 일출이다. 거실에서 일출이 보일줄은 몰랐다. 일출은 정동진 같은 데에서만 보이는 줄 알았다. 떠오르는 해를 온몸으로 가득 쬔다. 아침이다. 오늘은 시내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장을 보기로 했다. 조금씩 물건을 사던 장보기 습관이 있던 나는 처음으로 대형마트에서의 쟁여놓는 식의 소비를 시도했고 그것은 멘탈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근처에 마트가 없기 때문에 한 번에 장을 쟁여놓고 보아야만 한다는 의식은 카트를 가득 꽉 차고도 넘치게 만들어 놓았다. 내 평생 카트를 꽉 채워서 쇼핑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소량의 물건을 사려고 하면 잔뜩 묶음 되어 있는 것이 1+1이란다. 1+1이라니 손이 그리로 가게 된다. 다음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마트를 찾아봐야지. 집에 오는 길은 내비게이션이 집을 잘못 알려준 탓에 길을 헤맸다. 시골길은 눈으로 길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주택살이를 시작하고 가장 큰 변화는 가족이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는데,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다. 남편과 같이 해야 한다. 서로 돕지 않으면 해 낼 수 없는 일들도 있다. 때로는 같이 때로는 나눠서 집의 일들을 일구어 나간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팀워크가 형성된다. 남편의 단점이라고 여겼던 극세사급 꼼꼼함과 섬세함 까다로움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다. 넷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사실상 전부이다. 가족. 제일 먼저 피부에 와닿은 것이 가족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가족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가족력의 상승- 가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밥은 세끼를 꼬박 짓고 있다. 가스레인지도 LPG로 노즐을 바꾸어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부르스타 한개로 요리를 해낸다. 철저하게 레시피대로 요리를 해왔었는데, 어차피 화구는 1개이니 재료를 보고 순간적으로 휙휙 요리를 만들어낸다. 오히려 부담이 없다. 반찬 가짓수를 적당히 맞추어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도 사라졌다. 환경이 단순해질수록 어찌 마음이 더 편해지는 것 같다. 직감대로 만들고 함께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그래서인지 밥도 아주 잘 먹는다.


기존에는 일상이 바빴다. 채워지지 않는 일상의 욕구가 가득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틈이 나는 대로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목록들이 잔뜩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들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사를 온 후로 어쩐지 일상이 매우 단순해졌다. 더 이상 바쁘게 내가 해야 할 일들 속에 파묻히지 않게 되었다. 신기하게 그러고 싶은 마음 자체가 들지가 않는다. 나는 다시 0이 된 기분이다. 바깥세상이 궁금하지 않아 졌다. 쉴 때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며 사람들 이야기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저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더 구할 것이 없어졌다.


주변은 조용하다. 우리 가족의 목소리만 들리고 이따금 새 우는 소리가 들린다. 밤은 깜깜하다. 밤에는 푹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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