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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Mar 09. 2022

새로운 리듬을 따라서

시골 주택생활 적응기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시골살이를 하고 가장 크게 피부에 와닿은 점은 밤에 잠이 잘 온다는 것이다. 예전엔 자다 깨면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서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 밤을 지새우곤 했다. 지금은 자다가 깨어도 달콤한 잠이 솔솔 와서 그냥 다시 푹 잠을 자고 싶어 진다. 주변이 조용하고 어두워서 일까. 잠을 잘 자서 인지 남편이 얼굴이 좋아졌다고 한다. 밤이 깜깜하다. 진짜 밤, 별들만이 빛을 밝히는 까만 밤이다.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LPG 가스요금- 일단 아끼고자 아주 추울 때만 보일러를 틀었다. 가스값의 기본 단위는 루베이다. 계량기의 숫자가 1 올라가면 1루베를 쓴 것이다. 루베의 가격은 매달 다르게 책정된다. 3일간 우리 가족은 6루베를 사용했다. 요금 폭탄에 대한 겁을 많이 먹었는데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 다행히 집의 단열이 잘 되어서 낮에는 해가 집을 달구어 주니 쓸 일이 없고 새벽에 1도만큼의 보일러만 돌리면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이제 점점 날이 따뜻해지니 가스값에 대한 걱정은 점점 줄어들 것 같다.


집에는 무당벌레가 창문 곳곳에 붙어 있었다. 간혹 집게 벌래도 보인다. 착하게 생긴 벌래들이라 그런지 그다지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방바닥에서 밟힐 위험이 있어 보이면 잡아서 밖에 놓아준다. 무당벌레는 무늬가 독특했는데 찾아보니 남생이 무당벌레라고 한다. 무당벌레여도 종류가 많았다. 진딧물을 먹는 육식과 잎을 먹는 채식이 있다고 한다. 남생이 무당벌레는 이로운 익충이라고 한다. 어떤 날은 간혹 새로운 곤충 노린재가 출몰하기도 하고, 작은 거미가 보이기도 한다. 달이가 가만히 곤충을 관찰하더니 곤충을 키우고 싶다며 갑자기 곤충 집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한다. 네가 한번 곤충 집을 생각해서 만들어 보라고 하니 플라스틱 상자를 가지고 와서 휴지를 깔고 생수 뚜껑에 물을 담아 넣어준다. 머지않아 곤충이 나오고 싶어 하는  같다고 이내  풀어주긴 했지만 이렇게 곤충들과 함께 공생하고 있다. 생각보다 덤덤한  자신을 만난다. 피해를 주지 않으니 그래 너희들까진 괜찮다!




첫째 아이는 집과 가까운 분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학생수가 너무 적어서 괜찮을까 싶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첫 등교날 하원을 하는 아이는 입학식에서 받은 꽃다발과 점퍼 가방을 나에게 맡기고 아이들과 놀러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활달한 아이는 금세 학교에 적응했다. 방과 후 수업도 다양하고 과목도 알차다. 걱정은 사라졌다. 학교에 대한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모두 다 무료이다. 아이의 등원 둘째 날 아침, 아이들과 선생님이 운동장을 뛰고 있다. 달이도 신나서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아침 공기가 좋다.


주택은 쓰레기 처리가 불편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의외의 반전이다. 아파트는 일주일간 쓰레기를 쌓아놓고 버리는 날에만 버릴 수 있었다면 여기에서는 틈나는 대로 쓰레기 수거함에 가져다 버릴 수가 있다. 등 하원 때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올 수 있으니 집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아서 더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은 30분쯤 차를 타고 나가서 장을 봐서 들어온다. 대형마트와 중간 마트 그리고 5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까지 다양하게 선택해서 장을 볼 수 있다. 처음에 겁을 많이 먹고 거대한 양을 장을 봐왔었는데, 지내보니  많이 쟁여놓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서 장을 보면 충분하다. 조금씩 이곳에서의 리듬을 익혀가고 있다.


밖에는 산이 보이고 마당에서 볕을 쬘 수 있다. 어쩐지 삶의 질이 올라간다. 현재까지 만족도가 아주 높다. 계절과 온도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주택생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 본격적인 봄이 오면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마당에는 텃밭이 있다. 이제 계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때가 되었다. 둘째가 자는 동안 호미 한 자루를 들고 텃밭을 정리한다. 이 밭을 잘 갈고 곱게 정리해 새로운 씨앗을 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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