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레 Apr 17. 2022

꽃이 피어나고 잡초도 자란다.


가지만 남아있던 갈색산에 조금씩 초록이 입혀지더니 곳곳에 밝은 물감을 톡 찍어 놓은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봄의 전령 꽃이 피기 시작했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도 점점 푸른 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조금씩 정리하면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풀이 자라고 번져가는  보였다. 분명 며칠 전에 손질을  곳인데 보란 듯이 자라 있는  목격하고 놀랐다. 식물의 성장 속도가 이리도 빠른  몰랐다. 매일 잡초를 제거하는 시간이 필수가 되었다. 초반에 제거를 하지 않으면 씨가  퍼진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잡초와의 전쟁이라는 라는 말을 쓰는지 실감했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고 팔을 걷어붙이고 앉았다. 본격적인 잡초와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잡초제거에도 점점 노하우가 생긴다. 무작정 뿌리까지  뽑았다면 지금은 지표면에서 생장점을 제거해주는 스킬을 섞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잡초를 긁어내기 쉽다는 평호미 아이템도 새로 구입했다. 날은  갑자기  이렇게 더워진 건지 대낮에는 뜨거워서 오래 뽑을 수도 없다.  이웃분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밭을 보고 계시는지   같았다. 그리고    뒤에 잡초를 뽑는지도 알았다.    땅이 물러졌을  뽑으니 훨씬 수월하고 속도도 빠르다. 쑥쑥 뽑아져 나오는 잡초. 평소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잡초 제거가 된다. 비가 오면 마당 관리를   있는 날이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  귀에는 잡초자라는 소리가 들렸다.


  무렵  시골 커뮤니티에서 인상적인 글을 발견했다. 절대로 잡초를 이길  없다고. 인간이 자연을 이기려는  불가능한 것이니, 자연을 이기려 하지 말라고-  글을 보고 나서 깨닳음을 얻었다. 잡초를  제거해 보겠다는 마음 자체를 내려놓고 함께 공존하는 마음으로 전환해야겠다고 느꼈다. 실제로  관점이 바뀌자 전투적인 마음이 사라졌다. 내가 풀들이랑 싸우려고 시골에 내려온 것이 아니다. 이것들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있는 것은 그대로 두고 나는 조금씩  몫의 정돈을 하자는 마음으로 전환시켰다. 이제는 아이가 낮잠을   호미를 들고 적당한 구역만 손을 보고 들어간다. 마음이 평온해지니  이상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고 오히려 땅에서 에너지를 받는다. 특히 화가 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손질을 하면 정화가 되는 경험을 한다. 나에게는 마당을 손질하는 시간이 자연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식물 까막눈이다.  손으로 심은 씨앗의  모양도 모르고 잡초라는 이름으로 뽑고 있는 식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에 몰랐던 식물의 이름을 하나 익혔다. 마당에  보라색 꽃의 이름이 꽃잔디라고 한다. 순간 마음에 기쁨이 일었다. , 이게 꽃잔디이구나- 아무것도 모르던 풀밭에서 아는 친구가 생긴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날은  놀라운 일이 생겼다. 잡초인  알고 열심히 뽑던  쑥이란다. 마트에서 사려고 이리저리 찾아 헤매던 바로   말이다. 쑥이란  알고 나자 갑자기 마당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너는  이상 잡초가 아니다. 김춘수의 꽃처럼.  이름이 쑥임을 알았을  너는 내게와서 쑥이 되었다. 시장에서 소쿠리와  채반을  왔다. 쑥을 뜯어서 쑥국도 끓여먹고 말려서 차를 만들어볼 것이다. 쑥을 말려서 태우면 여름에 모기도 쫓을  있다고 한다. 고마운 너를 잡초인  알고 열심히 버렸구나. 이제 너를 알았으니 너를 쑥으로 대해줄게. 이름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놀랍고 경이롭다. 땅의 세계가 점점 넓어져간다.


꽃잔디



이사온지  달이 지났다. 눈이 닿는 곳마다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굳이 어디론가 꽃구경을  필요가 없어졌다. 동네 강아지의 이름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웃분들과 이야기하는 순간이 생겨난다. 뒤늦은 인사를 나눈다. 정이란 이렇게 들어가는 것이구나. 올해의 봄이  인생에서 가장 봄답게 느끼고 있는 봄이다. 생명력이 지천으로 느껴진다. 생명이 움트는  위에서 살고 있다. 이제야 제대로 살고 있는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두 손에 닿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