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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레 Apr 08. 2022

봄이 두 손에 닿는다

씨앗 심는 날

우리 집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주변이 변하고 있다. 산은 점점 초록색이 되어가고 주변의 소리도 다양해진다. 매일매일 다른 새소리가 들린다. 새소리가 들리고 아침을 그득하게 느낄  있는 푸르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기도가 이루어졌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빨간 우체통에 씨앗들이 도착해 있었다.  커뮤니티 카페에서 나눔을 받은 귀한 씨앗들이다. 이제 텃밭에 씨앗을 심을 때가 되었다. 둘째가 차에서 낮잠이  사이 밭이랑을 마저  만들었다. 아이가 차에서 잠이든 타이밍은 나에게 좋은 마당 관리 시간이 된다. 작은 텃밭이지만 아이들이 흙놀이를   있는 땅을 남겨놨고 첫째 아이가 꽃을 심을 구역도 만들었다.


씨앗을 심는다는 단어는 파종이다. 드디어 첫 씨앗을 심었다. 씨앗을 심는 방법은  <아나스타시아>  책에 나오는 방식으로 했다.


먼저 씨앗을 혀밑에 물고 9분 이상을 있는다. 그다음 손에 뱉어 양손으로 포개고 맨발로 파종할 흙 위에 올라가 30초간 서 있는다. 그리고 씨앗을 입에 가져가 숨을 불어넣는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향하여 씨앗을 햇볕에 30초간 쬐어준다. 그리고 나면 심을 수 있다. 3일간은 물을 주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이 방법으로 씨앗을 심으면, 나의 정보를 씨앗과 흙, 천체가 저장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 심은 작물을 먹으면 질병도 치료되고 그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씨앗은 본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작업에는 소독되지 않은 씨앗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씨앗 심기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아나스타시아'책 1권을 참고하길 바란다]


파종한 씨앗


한 작물당 이 과정을 거치며 천천히 심었다. 이틀에 걸쳐 토종 긴 호박, 토종 단호박, 사과참외, 토종 오이, 오크라, 스위트 바질, 상추 이렇게 7개의 씨앗을 심었다. 3일간은 물을 주면 안 되기에 한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을 골랐다. 이 과정에서 씨앗을 정성스럽게 다루게 되었다. 햇빛에 닿은 씨앗이 매우 신비롭고 커다랗게 보였다. 나와 씨앗 천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손 안의 작은 씨앗이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씨앗을 뿌렸으니 이제 나의 할 일이 끝났다. 나머지는 땅과 해, 하늘과 별들 자연이 씨앗들을 키워줄 것이다. 내 나이 38살에 처음 농작물을 심어보았다. 너무 늦은 건가 싶지만 지금이라도 이 경험을 해보는 것이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딸아이는 한편에서 정성스레 꽃씨를 심었다.

 





파종을 끝냈으니 이제 봄에 할 일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뒤이어 새로운 일이 나를 찾아왔다. 바로 풀이다. 마당을 둘러보는데 노란 잔디 사이로 초록색 풀들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곳곳에 이미 한창 자라고 있었다. 잡초가 자라고 있구나 음..  말로만 듣던 잡초와의 전쟁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인가? 호미를 들고 잡초를 캐내어본다. 주변에 자라난 잡초들이 꽤 많다. 언제 이렇게 많이 있었지?


잔디 사이에 자라난 잡초들


하나하나 캐다 보니 풀마다 모양이 다 제각각 다르게 생겼다. 무작정 뽑다 보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무엇이 잡초이고 무엇이 잡초가 아닌가 이 풀의 이름은 무엇일까? 잡초란 무엇인가

풀들의 이름이 알고 싶어 졌다. 그럼 이 마당의 식물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 천천히 배우며 이름을 알아가야겠다. 풀을 뽑으면서 뿌리의 에너지와 땅의 에너지를 느낀다. 마당을 정리해 본 적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하나씩 손을 움직이게 된다. 잡초 뽑는 게 힘들다지만 그래도 마당에 직접 내 손이 닿는 것이 좋다. 즐거움을 느낄 때마다 앞으로도 나만의 땅을 만들어 가꾸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든다.


흙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의 땅을 남겨두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초록색이 점점 늘어간다. 아파트에 살 때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계절을 느끼진 못했는데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다르다. 숨 쉬는 공기가 달다. 사라졌다는 꿀벌이 마당에 날아다니는 걸 보니 괜스레 반갑다. 계절이 두 손에 닿는다. 이제서야 제대로 사는 기분이 든다. 지금은 초록이 힘껏 돋아나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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