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띄우는 편지

아빠에게 엄마를 부탁할게

by 이방글

수술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어 7시간 만에 끝이 났다. 수술을 끝내고 나온 교수님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낯빛과는 다르게 수술은 잘되었다고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회복실로 온 엄마는 편안하게 깊은 잠을 자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그 곁에 선 오빠와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엄마만 바라보았다.

엄마의 항암 치료는 생각보다 더 힘든 여정이었다. 극도로 예민해진 엄마와 항암을 이어나갈수록 나약해지는 엄마의 모습이 교차로 나타났다.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 가까워져 가면 엄마의 신경은 곤두섰다. 코끝에서 병원 냄새가 역하게 난다며 식음을 전폐하였고 항암 치료를 받을 때에는 갓난아이처럼 울음으로 의사와 감정을 표현했다.

엄마 곁에 있는 동안 오빠와 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곤 했다. 옛날이야기부터 최근 일까지 이야기하며 불만과 섭섭했던 마음을 토로했고 그 끝은 늘 먼저 간 아빠를 향한 원망으로 울분을 토해냈다. 엄마가 아프게 된 것도 다 아빠의 탓으로 돌렸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전해지는 엄마의 속내는 아빠에게 힘들다고 일어설 힘을 달라는 간절한 투정이 느껴졌다. 이럴 때 아빠가 옆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몇 번의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온 정신이 엄마를 향해 있었다. 근무 시간에는 내게 주어진 일을 쳐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퇴근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기분은 어땠는지, 무얼 얼마나 먹었는지, 하루 종일 뭘 하며 지냈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듯 묻는 게 일상이 되었고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감정을 읽어내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남은 에너지를 엄마에게 쏟아낸 후 기력이 없던 나를 이해 못 하던 남자 친구와도 사이가 소원해졌고 결국 그 해 여름날을 넘기지 못하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한 여름날 떠난 아빠의 기일이었다. 가지 않겠다는 엄마를 뒤로 하고 오빠와 단둘이 아빠가 있는 납골당으로 향했다. 누군가가 먼저 왔다 갔는지 새로운 꽃이 꽂혀 있었고 그 옆에 내가 사 온 새하얀 꽃을 함께 꽂았다. 아빠의 사진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허연 띠를 두르고 있었다. 탈탈 털어내며 사진 속 아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야기했다. 엄마를 잘 부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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