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 반짝이는 유리 조각

보통의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생각 조각

by 이방글

가을이 시작될 무렵, 여름이 가기 싫은지 연일 폭염인 날씨가 지구를 괴롭혔다. 늦여름의 시원한 밤바람도, 햇볕은 뜨겁지만 나무그늘 아래에서 불어오는 살랑이는 바람도 아직은 멀었나 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뉴스의 기상예보도 매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연속 폭염일수와 열대야 기록이 경신되고 있습니다. “

이러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겠다며 말하는 이들도 있고 짧아진 가을을 반기기 위해 가을맞이 대청소를 하는 이들도 있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 나는 가을이 오면 다시 동네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여름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비예보가 있어 비가 내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강수량은 예보를 빗나가기 일쑤였다. 분명 시간당 3mm라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30mm가 와버린다던지. 급작스런 폭우에 가던 길의 시야가 흐려져 무섭기까지 했다. 그렇게 내리치던 폭우가 드디어 잠잠해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이야기.


아침 기온이 내려가고 제법 서늘한 공기가 가을이 왔음을 알렸다. 나는 여름동안 멈추었던 동네길 탐방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섰다. 너무 더웠던 탓에 여름에 피는 꽃들과 초록빛 가득한 볕뉘를 눈에 담지 못해 아쉬웠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바다내음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여기저기 눈에 담기 바빴고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살펴보았다.


계절은 달라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심히 변화하는 모습도, 새롭게 자리 잡은 것들도 내게는 옅은 미소로 다가왔다. 이 맛에 산책을 했었지, 내 발길 따라 내 눈길 따라 오늘도 마음에 한 움큼 담아간다.


또 다른 계절이 올 때면 이 또한 달라질 테지만 내 마음은 늘 모두 다 담아가고 담아두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여름날, 띄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