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에 서면 아집쟁이(이런 말이 있으려나 모르겠다만)가 된다. 내 생각이 옳고 내 생각이 맞다는 신념에, 주위의 말들이 들리지 않는다. 이런 아집은 취업을 할 때에도, 잔잔히 공간의 첫 시작과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의 취향은 비교적 한결같다고 느낀다. 이와 연결 지어 좋아하는 것들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유행을 타지도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대로 살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생각을 하게 되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소신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줏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는 고집이자 아집이라고 부른다.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아집에 가까운 선택적 선택이다.
카페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제청 만들기였다. 내가 만든 제품을 우리 가족들이 먹었을 때를 생각하며 음료 베이스로 수제청을 선택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던 유자청이나 생강청을 생각하며 쉽게 덤볐던 어리석었던 지난날의 나. 과일의 특성도, 설탕의 농도도, 완성된 청의 숙성도 몰랐던 무지한 과거의 나에게 용기의 박수와 실패는 값비싼 경험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과일은 제철 과일로, 맛있고 가장 신선할 때 만들어야 한다. 신선하지만 싸다고(원가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요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고, 먹을 수 있는 정도를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제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큰 교훈이다. 만들자마자 버리기도 해보고, 숙성이 된 후 전량 폐기도 해보고, 과숙성으로 폐기도 해보았다. 수많은 수제청 만들기 레시피와 방법들이 있지만(사람마다 나만의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결국 내가 직접 해봐야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
결국 반복된 시행착오 끝에 나만의 레시피를 확정할 수 있었고 신념이 생겼다.(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현실과 타협했던 나에게 질책을 했었다.) 신념 하나로 잔잔히 수제청은 자리를 잡았다.
식품첨가물은 안정적인 식품을 가정까지 공급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원료 베이스다. 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며 여기서만큼은 최소한으로 먹도록 시중품이 아닌 내가 원료부터 선별하여 만든 베이스를 사용한다. 카페와 공방과 소품을 함께 하면서 힘겹기도 하지만 잔잔히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기준이 되었다.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냐는 말에 가끔은 나도 편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은, 아주아주 조금은 든다. 그 생각에 반대하는 나의 마음도 아주 강력하지만. 결국 이게 나다. 내가 생각했다면 웬만해선 절대 굽히지 않는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런 게 고집이자 아집이지 않을까.
소품도 사입하면 쉽게 시작할 수 있겠지만, 나의 아집을 꺾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내가 재료를 고르고, 디자인하고, 내 마음에 드는 완성품(이자 작품)만 소품샵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마음속에서 이야기한다. 내가 봐도 이런 아집, 진짜 나도 질린다. 이게 나인걸 어쩌겠냐며 또 다른 마음이 다독이며 오늘도 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 내가 나에게 울분에 차 화가 나지 않도록 말이다.
똥고집보다 더 한 아집으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함께하겠지만 이런 내가 나는 좋다. 결국엔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