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by 이방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걸 아는 우리.




며칠 전만 해도 폭설이 내려 발길이 닿는 곳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본능적으로 이번에 내리는 눈이 겨울의 마지막이라 느껴 눈꽃을 보러 갔었다. 그 후 거짓말같이 기온이 오르고 불어오는 바람이 날선 느낌이 아닌 훈풍이 불었다. 바람마저 봄기운을 싣고 먼저 다가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집 대문을 나서면 옆집 담장에 핀 홍매화가 나를 반긴다. 이른 봄꽃 양대 산맥인 수선화와 매화꽃이 봉우리 지기 시작하면 봄의 정령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 홍매화의 봉우리가 지고 하나둘씩 터져 고운 자태의 꽃이 필 때마다 카메라의 셔터를 멈출 수 없다. 만개하기까지 그 과정이 다 담겨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ED%99%8D%EB%A7%A4%ED%99%94.jpg?type=w773 만개한 홍매화


매화가 만개하면 나를 더 간지럽히는 게 있다. 바로 묵직하게 퍼지는 진한 매화향. 오며 가며 은은하게 퍼지는 매화향을 맡으면 이 향을 가둬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향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호불호가 강한 내게는 묵직하게 남는 향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향이다. 꽃과 향기를 좋아하는 내가 방향제와 같이 향과 관련된 소품을 만들 때 자연 그대로 담아내고 싶어 늘 쫓던 봄이 오는 향이기도 하다. 매화향이 퍼지면 진정한 봄의 절기가 되었다고.




봄이 오면 가장 들뜨는 나. 좋아하는 꽃과 하늘과 향기와 색감이 전부 담긴 계절이다. 지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면서 점차 짧아지는 봄이 아쉽고 또 아쉽다. 짧은 봄을 오감으로 담아내기 바쁘다. 밖으로 나가 봄을 쫓아다니며 가득가득 담으며 마음에도 한가득 차오른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가 있다. 시를 좋아하는 친구가 나를 생각하며 써 준 시. 흰 반팔 티 뒷면에 손으로 직접 쓴 시를 적어 선물해 준 적이 있다. 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시로 풀어냈다며 써준 자작 시를 읽으며 감탄을 했다. 어렸던 그때의 친구의 감성에 오늘도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리고 여전히 봄을 가장 사랑하며 좋아하는 중인 나에게 감탄했다.







%EB%B4%84%EC%9D%B4%EC%98%A4%EB%8A%94%EC%86%8C%EB%A6%AC.jpg?type=w773 봄이 오는 소리, 빈이



봄을 사랑하고 꽃을 좋아하며 따뜻함을 기록하는 일은 여전하다. 그리고 여전히 벌을 무서워하며 피해 다닌다. 관찰자 시점에서 아주 정확하게 잘 쓰인 이 시가, 10년도 더 된 이야기라는 거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거다. 사진첩을 펼쳐보면 압도적으로 봄에 찍은 사진 수가 많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해 그 순간, 순간을 남기고자 하는 나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 않을까.




봄은 내가 가장 마음이 가득 차는 계절이며 편안한 날이다. 마음에도 주파수가 있다면 아마도 고주파에서 내려오지 않는 시기라 생각해도 될 만큼, 나에게는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올봄에는 꼭 봄을 마주하며 가득 담아내고 싶다. 셔터 소리로 가득 채운 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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