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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승 Nov 12. 2019

고양이가 내게 건네는 위로의 힘

   작년 딱 이맘때쯤 남편이 그토록 원하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우연한 기회에 묘연이 닿아 입양하게 되었다. 입양을 알아본 건 한 5년 정도 되었고 묘연이 안 닿았는지 아무리 노력해도 집에 새 식구로 새 생명 한 마리들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묘연이 닿으려고 하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 동물병원에서 연락이 닿아 버려진 노란색 치즈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접종도 시켰고 집에 무사히 데리고 왔는데 도통 물 한 모금도 마시질 해서 걱정만 하다가 추워서 그런가 보다 싶어서 따뜻하게 담요를 덮어 재웠는데 우리 집에 온 지 하루도 채 안 되어 숨을 거두었다.

  입양도 처음이었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이 들었고 무엇보다 어린 아들이 받을 상처가 더 걱정스러웠는데 아이는 태연하게 이름조차 안 지은 새끼 고양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전했다.  “야옹아, 이렇게 빨리 헤어져서 아쉽지만 괜찮아! 우리 집엔 다른 고양이가 올 거니까...”라며 천국에선 잘 지내야 해! “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걸 보고 동물병원에 다시 곧바로 연락하니 자신들이 잘 묻어준다고 병원으로 데리고 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만난 고양이가 지금의 우리의 새 식구 앙꼬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다. 어릴 적에 강아지를 키워본 적은 있지만 고양이는 한 번도 키워본 적도 없었고 게다가 입양을 해서 키울 생각을 깊게 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처음부터 나는 고양이를 키울 생각 자체가 없었고 혹시라도 만약에 내가 고양이를 키운다면 내가 원하는 종으로 데려오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남편의 반대는 생각보다 컸다. 안 된다고.. 그건 아니라는 로 펫 샵에서 새 생명을 데려오겠다는 내 의견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꾸준히 알아보고 기다린 그에게 정말 선물처럼 나타난 고양이가 우리 앙꼬다. 앙꼬라는 이름은 내가 지었다. 겨울에 먹는 호빵 안에 있는 색깔처럼 그렇게 작고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의미로  앙꼬 없는 찐빵을 우리 가족으로  연상하며 지은 이름이다. 버려진 생명을 데려다 키운다는 것에 대한 특별한 느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저 남편이 좋아하니.. 아이가 좋아하니.. 된 거라고 시작된 반려묘와의 생활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내가 제일 좋아하게 되었다. 

  길 위를 떠돌던 고양이라는 편견도 언제든 길에 버려져 죽을지도 모르는 생명을 우리가 거두게 된 것 또한 이제는 내가 살면서 택한 잘한 일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도 빠르고 피드백도 좋아서 남편과 아이에게는 물론 내게도 사랑을 듬뿍 받는 집 고양이로 우리 집의 한 식구로 하루가 다르게 폭풍성장 중이다. 

  가수 이효리 씨가 동물은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말에 이제는 내가 더  100% 공감하게 된 나는 생명이 주는 위대함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삶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이어지는 우연과 인연이 주는 대단함을 이끌어 주는 것은 언제나 가슴속 깊이 안에 있는 좋은 마음인 거 같다.  오히려 키우면서 드는 깊은 정과 시간 안에 녹아드는 삶의 조각들 안에서 동물에게 받는 위로와 위안이 때론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와는 또 다른 감정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무엇이든 어떠한 생명이든 책임을 온전히 다 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도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은 그 반대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도 동물과 나누는 교감과 위로도 요즘 같은 세상엔 더없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또 다른 힘이 되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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