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승 May 13. 2022

너의 삶을 응원해!

- 누군가를 위한 기도 -

  오랜만에 정말로 오래된 엄마의 친구 딸과 통화를 했다. 여러 가지 인연이 겹쳐있었지만 딱히 따로 자주 연락을 하기에도 명확한 명분이 없었기에 그저 멀리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속 응원을 보내는 사이었는데 근래 들어 이상하게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하고픈 마음이 들어서 내가 먼저 전화를 걸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통화에서는 자신이 더없이 힘들다고 말하며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래서 나 또한 이런저런 적당한 담소를 나눈 후에 통화를 끊고 나서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노트북을 켜고 그녀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고 싶어졌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왜 글을 쓰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말을 생각처럼 신뢰하진 않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고 싶다. 말은 생각보다 거짓과 꾸밈이  많고 그 말의  진심과 진정성이 통하기까지의 검증해야 할 시간과 감정 소모가 많은 편에 비해 글은 다소 촌스럽고 다음날 다시 읽어봐도 유치하고 보내지 못할 편지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일지라도 그래도 쓰는 동안에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지녔던 그 소중한 마음 자체는 진짜임을 알기에 말로 전하는 진심보다는 글로 전하는 진심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표현처럼 새 밥, 새 반찬, 새로운 그 모든 것들을 내놓은 정성스러움의 바탕은 사랑이다. 지금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기 위해 한 자, 한 자, 그녀를 위해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순간의 삶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순간들이 얼마나 지독하고 얼마나 치열했는지... 그 순간만 떠올리면 아직도 머릿속이 갑자기 정전되는 것처럼 그렇게  기억될 만큼의 순간이 분명 있었다.

  남들도 내게 터널이 끝이 있다고 말은 해도 막상 그 터널 안에 있을 땐 그게 터널 안 이었는지.. 이 순간이 지나면 곧 터널 밖이 되는 건지.. 알 수 없었을 때... 그때 차라리 그 순간에 내가  이 세상에 있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괴감이 든다고 생각할 만큼 그런 삶의 순간들도 내게 있었다.

  그랬던 시간들이 다 지나고 나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덜 좀 예민하게 살아볼 것을.. 차라리 덜 좀 신경 쓰고 살아갈 것을... 괜스레 더 예민해하고 속상해하고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을 만큼 억울한 마음이 극에 달하던 그런 마음의 슬픔 안에 빠져있던 때도 있었는데..... 그 조차도 다 지나고 보니 진짜 다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 걸어가는 그 깜깜한 길이 어느 날 돌아보면 자신이 잘 이겨내고 걸어온 길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그런 길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걸아봐서 지금도 그때의 막막함이 떠오르면 당장이라도 바로 울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들어 울컥울컥 하지만 어쩌면 빛이 어디서 나올지 몰라서 걸어가는 내내 갖았던 그 막막함을 이겨내고 조금 더 천천히 어둠을 걷고 걸어 나오길 응원해주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삶은 살아가는 건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강한 게 버티는 것이고 버티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버티고 이겨낸 그 시간들이 지금에 와서 그저 미화되고 그저 좋은 생각으로만 남는 것도 아니었어도 결국 그 모든 선택의 시작과 끝의 마음엔 내가 있었다.

  평범하게 살았으면 삶이 좀 더 편했을까? 원하고자 하는 것을 덜 이루고자 했으면 삶이 덜 고달팠을까? 하는 식으로 언제나 생각은 생각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그때마다의 선택은 그때마다의 최선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매번 내게 정답이었고 최선이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그저 삶이란 건 살면서 배우는 대부분의 기억들에 의해 또다시 다른 그림들이 오버랩되는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지금 이 글을 그녀가 읽어 내려간다면 내가 꼭 말해주고 싶다. 내가 응원하고 있다고, 기운 내라고, 다시 좋아진 컨디션으로 햇살 좋은 날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보는 하늘은 그전에 보았던 하늘보다도 분명 더 좋고 더 행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하며 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용기가 생겼다고 다시 전화를 걸어주면 너무나 행복한 밤이 될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너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