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ank you so much cynthia harvey -
지구 반대편 발레리나의 공연을 보고..
지난주 글을 마치고 나서부터 바로 다음 주 연재를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주제별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나눠놓긴 했지만 그 나름의 회차의 순서가 있어서 어떤 이야기를 올리는 게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잊힌 이름이었으나 내게 가장 강하게 다가온 그 이름이 갑자기 선명하게 떠올랐다.
신·시·아 하·비 (Cynthia harvey)
맞아. 내겐 그녀가 있었다. 그녀 덕분에 발레 세계에 입문할 수 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보통 공연을 봐야 그 감흥으로 어떤 식으로든 발레와 인연을 맺는다고들 했지만 지금처럼 발레 공연이 풍성하지 않던 시절에 비디오는 또 다른 공연의 매개체가 되기도 했었다. 공연을 본다는 건 실제로 보는 것이 가장 좋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알고, 춤의 동작을 알고, 밍쿠스의 음악을 알고 공연을 본다는 건 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발레학원이나 콩쿨중에서 짧게만 보았던 키트리 바리에이션 덕분에 음악과 동작만 알았지만 비디오를 통해서 처음 본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merican ballet theater) 전막발레 공연 돈키호테(Don Quxiote)를 본다는 게 보기 전부터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것인지 몰랐던 이유는 그때 당시에는 주로 지젤같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익숙한 발레만 관람했었던 이유가 가장 컸었다. 그래서 춤을 잘 모를 때 발레는 그렇게 우울한 것일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이유는 다채롭게 공연을 본 경험이 가장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로 비디오로 보았던 돈키호테조차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은 기대에 익숙하지 않았던 무지(無知)의 관객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연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생각보다 관람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도 그렇게 촌스럽고 발레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이다.
공연을 본다는 게 저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그저 그런 지루했던 공연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것은 백 사람이 보는 백 가지의 생각과 마찬가지 이야기로 공연을 같은 공간에서 보더라도 저마다 보는 시각은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이유를 막론하고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1974년에 망명한 미하일 바르시니코프 (Mikhail Baryshnikov)의 명성은 발레에 입문하기 전 중학교 재학 시절, 단체 영화관람이라는 미명하게 그의 대표작 백야(White night)를 친구들과 같이 가서 봤음에도 솔직히 그때 당시 내 마음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는 않았었다. 영화를 봤던 친구들은 다들 특별한 감정들이 들었다고 친구들은 말하기도 했었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백야의 바리시니코프는 그저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가 만들어서 1983년에 공연했던 희극발레 돈키호테 (Don Quxiote) 전막을 비디오로 보고서는나서야 내 눈에는 사랑이 뚝뚝, 꿀이 뚝뚝 떨어지는 마음으로 발레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그 공연물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토록 발레의 세계에 빠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것을 그들의 춤을 보고 알았다. 유머와 웃음, 기본적으로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보아서 행복했던 돈키호테의 모든 음악과 춤들이 내게 발레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며 가장 맨 앞에 바르시니코프와 하비의 춤을 보았던 행운을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물론 실제 공연도 아니고 비디오로 보았던 공연이었다 하더라도 키트리역의 신시아 하비 (Cynthia harvey)는 내 눈에는 어린 내 마음을 데이 브레이크(Day break)의 곡처럼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했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신나하며 희극발레를 관람하고 나니 전과는 다르게 그렇게 발레가 그리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러니 그다음부터 보게 되는 발레 동작들이 전과는 다르게 내게 다가오기도 했었다.
춤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생겼던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공연을 본 이후에 공연을 보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던 기억이 있었고 돈키호테에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바르시니코프와 하비의 2 인무를 보고서는 눈물이 다 나기도 했다. 누군가는 물어보겠지? 눈물이 다 났다고? 희극발레인데? 아~~ 눈물이 났던 건 춤이 아름답고, 음악이 아름답고, 그 모든 것이 아름답게 어울려 하모니로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완벽했던 그런 기억 때문에 눈물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그 이후에 보게 되는 공연들은 집중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의 몰입이란 게 그런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발레는 볼 때마다 내게 다른 감정들과 기억들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 도화선과 시작점을 찾아 나서다 보니 내가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그 이름. 그녀를 알게 된 이후, 나는 그 영상물이 내게 터닝포인트가 되어 발레를 알고 공연을 보는 일이 얼마나 신기하고 즐겁고 춤출 만큼 짜릿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발레 공연을 심취해서 보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을 것이라고 자신해보기도 한다.
어떤 발레리나를 보고도 마음을 빼앗겨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때 그 영상물을 보기만 한 것으로도 그렇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조금은 낯설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발레는 내게 낯선 예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녔을는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ABT 발레단의 신시아 하비(Cynthia harvey) 덕분에 발레는 내 인생의 넘버 원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공연에 충실했을 뿐이었겠지만 지구 반대편 아시아의 어느 나라 한 곳에 있던 나는 그 공연을 보고, 꿈을 꾸고, 발레라는 세상에 천천히 입문할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했었다. 그녀는 몰랐겠지만 그녀의 춤 덕분에 누군가는 용기를 얻고 희망도 보아서 이 외롭고 힘든 기록자의 삶조차도 기쁘게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인연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기하고 또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처럼 공연이 풍성한 시절에 산다는 건...
풍요로움보다는 결핍이 주는 에너지에 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던 나는 참고, 인내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에 길들여진 경험이 있다. 그래서 참는 자가 복을 더 받고 무언가를 잘하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인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1인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실제 살아보니 풍요로움이 주는 에너지보다 결핍이 주는 에너지가 저마다의 개인의 성장에는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았다고 자부한다.
인생이 공연이 아니듯 삶 또한 그렇다. 그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되 그 성실함이 무언가를 바로 가져다주지 않는다 것도 늘 알고 있다. 노력해도, 아무리 노력을 해도 되지 않는 일도 많고 아무리 사랑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많다는 걸 알게 된 나이에서 삶은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50대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부르나 보다 싶었다. "열심히 해 봐,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이라는 말은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저마다의 경험담일 수도 있고, 그렇게 해도 안 되는 일은 내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해도 된다는 말임을 나이를 먹고서야 알았다.
무던해서 이 일을 했고, 매번 몸을 사리고 있어서, 별 반 다르게 크게 어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속에 물 밖으로 튀어 나가기를 바라는 물고기의 마음 같은 게 있었다 하더라도 무언가를 사랑하는 본질의 마음은 그 마음 자체로 존중받고 싶었다. 세월이 이렇게 지난 줄은 얼마 전 어떤 분과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때서야 "아~~ 세월이 또 이렇게 흘렀구나!" 싶었다.
남편은 결혼초에 잘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을 구분하라고 내게 충고한 적이 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일 막막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아무것도 못 할 수밖에 없던 그 시절이 개인적으로 나는 제일 막막했었다. 경험이 적고, 잘하고 싶은 마음은 하늘을 찌르지만 결국 잘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따라주지 않는 실력이란 게 얼마나 비루하고 초라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티칭중인 신시아 하비 (Cynthia harvey)
https://youtu.be/xyqT9W_VwDQ?si=SEdqcgQW598dRiOK
추신
날이 많이 이제 더워졌어요. 추운 겨울에 연재 시작해서 맞이하는 봄은 또 다른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연재 20회 차인데 아직도 할 일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어서 기쁘고 부족한 글이어도 늘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이렇게 용기 내서 쓸 수 있음에 늘 고개 숙여 감사 인사 전하고 저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