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험이 내게 주는 특별한 위로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면서요?

by 홍지승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어림도 없지.

하지만 날마다 연습하면 어느 순간 너도 모르게 어려운 역경들을

벌떡 들어 올리는 널 발견하게 될 거야.

장미란 선수의 어깨가 처음부터 그 무거운 것을 들어 오렸던 것은 아니잖아.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그리로 가 보는 것.

조금씩 어쨌든 그쪽으로 가 보려고 애쓰는 것.

그건 꼭 보답을 받아.

물론 너 자신에게 말이야

공지영.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한겨레 출판. 2009





결국은 경험담이라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매 회차 어렵지 않게 글을 썼다는 사실을 이번 회차에 절감하면서 이번 회차에서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글을 쓰다 쉬다를 12번도 더 하다가 포기하고 이제야 겨우 실마리를 풀고 글을 씁니다. 결국 글도 발레연습이랑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 사는 게 참 다 똑같구나.. 싶은 뭐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었죠. 글이 안 써진다고 이번 회차는 '잠깐 쉽니다' 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안 되는 머리를 쥐어짜 낼 수 조차 없다는 비굴함이 나를 감싸고 있는 걸 보면... 글을 매번 잘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시(詩)를 딱 읽는 순간. "맞아! 바로 그거야! "하고 이번 회차도 이제야 또 잘 한번 써보면 되겠구나? 싶은 그런 마음의 소리가 울리자 저는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발레연습도 그랬거든요. 가장 하기 싫은 날, 그 하기 싫은 그 수많은 마음들을 이겨내고 연습을 해야 그것이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저는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뭐 발레만 그렇겠습니까? 세상을 사는 모든 일이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만날 때마다 인상을 쓰고 하기 싫다고 투덜댄다고 해서 해결되었던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유독 더 안 되고 힘든 그런 날이 또 있기도 한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마음속에 잘하고 싶은 그 마음 하나가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게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위안 삼아 보면서 또다시 한 고비를 넘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분명한 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싶은 일이 되는 매직은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있었겠죠. 그렇지만 게으르거나 대충 하면서 그런 요령을 부리면 부려봤자 그런 매직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일은 내가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것이니까요..




공주놀이보다 공놀이.


저는 어렸을 적에, 집 앞에 살았던 딸 셋인 친구집을 가장 부러워했습니다. 친구의 어머니는 양장점을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그 친구가 입는 옷들은 늘 예뻤고 좋아 보였죠. 게다가 매일같이 친하게 노는 두 여동생들이 더 부럽기도 했지만 저는 위, 아래 남자형제들만 있어서 공놀이나 술래잡기 같이 몸으로 노는 놀이를 주로 하고 놀면서 컸습니다. 어릴 때 어린이 무용단 활동을 할 때도 한국춤을 배울 때도 남자 역할로 옷을 입고 뛰고 구르는 그런 춤을 추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배웠던 한국춤의 칼춤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짜 칼을 들고 춤을 배웠고 추었지만 그 춤의 절도 있는 움직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기도 하죠. 그런 저라서 그런지 처음에 발레를 배울 때 여성스러운 움직임에 익숙해지는 일이 참 낯설고 어색했던 기억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특별했던 경험이어서 그런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편인걸 보면 경험이라는 것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특별하게 각인되기도 하나 봅니다.



어떻게 매일이 즐겁고 홈런만 치고 살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 제게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발레를 통해 배운 센스와 배려 그리고 미소를 품고 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배려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건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특히나 제가 알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같이 살아갈 사람들에게 전보다 더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이 되어 다가가고 싶은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춤출 때 배웠던 센스나 배려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은 저절로 체득된 것은 아니었고 꽤 긴 시간 동안 자신에게 엄격하게 나름 요구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어제보다는 좀 더 나은 저로 성장시켜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짜증이 많아서 그 마음을 자주 들키진 않았지만 습관처럼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이는 부끄러움이 아직도 제가 바보처럼 느껴져서 슬플 때도 있어요. 정말 나는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싶은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쥐구멍이 있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그런 부끄러움이 제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생각합니다. 아직은 부족해도 그래도 걸어갈 걸음들과 살아갈 날들과 그리고 앞으로 그릴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잘 걷지 못하고, 뛰지 못하고, 날지 못해도 그런 날이 올 거라는 믿음과 상상만으로도 조금은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가 생겨서 저는 개인적으로 좋더라고요. 물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거나 새로운 일들이 더 많이 제게 생길 거라는 기대보다는 제가 반복적으로 했던 일들을 좀 더 잘 다듬고 만들어서 세상에 어떤 콘텐츠로 잘 만드는 일도 사실 엄청 기대되고 흥분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잘하려고 하니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고 엉망진창인 한 주를 보낸 것 같아 많이 아쉬운 이번 주에는 좀 더 정성스럽게 글을 쓰기 위해 다음 한 주는 좀 더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늘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이번 회차에는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그래도 요즘엔 남편과 밤산책을 나가서 꽃을 볼 때마다 사는 게 더없이 참 감사하고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둘 다 적지 않은 나이에 투닥대고 괜스레 삐쳐서 눈도 흘기고 그랬는데.. 서로가 각자 홀로 서서 맞이하는 갱년기 덕분에 그런 거니 서로 조심하기로 하고 화해하고 나서 같이 나선 밤산책은 더없이 평온해서 위로가 되고 좋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으시고 있다는 거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늘 나쁘기만 하겠습니까? 다 지나갈 것이고 우리는 "그땐 그랬지~ "하며 웃으면서 이때를 이야기하는 그날도 멀지 않아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살아있다는 더없이 큰 축복 앞에서 투덜대지 않는 한 주만 보내도 우리는 그래도 어제보다 좋은 사람들로 성장해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제겐 있습니다. 모두들 행복한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모두가 잠시라도 행복한 봄 날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봄날이 되셨으면 합니다.

keyword
이전 18화연습실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