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곧 마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자화상(自畵像)
매주 연재일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대충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 구상한 다음 그 내용에 대한 메모나 일기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글에 관한 가장 비슷한 시(詩)를 찾아서 맨 위에 글을 올리고 나면 그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키보드에 누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올렸던 글들이 서론이었다면 앞으로 올릴 글들은 제가 가장 친절하고 다정한 방법으로 제가 하고픈 이야기를 본론으로 쓰고자 합니다.
제 생각에는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려오다 보니 뒤를 보지 않았고 뒤돌아 제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뭔가 아쉽고 친절하지 않았던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회차부터는 좀 더 "가볍지 않게, 무겁지 않게" 발레에 관한 내용을 써 보려고 해요. 이번 회차 제목은 제가 자주 들었던 김미숙의 가정음악이라는 KBS 클래식 FM에서 예술가들을 소개했던 코너명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예술가들을 알려면 이름부터 알고 그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평일 오전 그들의 이야기를 매주 5회 차 정도로 천천히 예술가들의 살아온 삶을 천천히 반추해 주시는데 들을 때부터 무릎을 탁~~ 치기도 했고 집중해서 듣고 나서는 "그래, 그 사람이 그런 삶을 살았구나"하고 그 삶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제가 대부분에 예술가들의 삶에 남들보다 월등히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 그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마음의 시작이 뭘까? 여러 번 생각해 봤는데 저는 누구보다 이야기에 열광하고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람을 싫어하는데 무슨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며 사람을 미워하는데 삶에서 사람이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사람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손 들어보라고 한다면 저는 이제 손 들어도 부끄럽지 않을 그럴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잘 모를 땐 마음이 여러 번 헷갈리고, 질척거리고, 이상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랬습니다. 내 마음이 진심이면 상대방도 그래야 한다는 강요가 있었다는 것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알게 되었죠.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에 지금은 제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직업군에 더 열광하며, 어떤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친절과 다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부터는 좀 더 마음을 다잡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글을 써 보고자 합니다.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안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저는 저 말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저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1인이에요. 마음이 나쁜 사람은 절대 춤을 출 수 없고 설령 그런 마음으로 춤을 춘다고 해도 그걸 춤추는 사람이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감추고 싶은 그 나쁜 마음이 절대 감춰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속을 수 있어요. 말이니까요.. 그렇지만 춤은 좀 다릅니다. 그래서 움직임에는 거짓이 적고 그 움직임에는 동물적인 감각부터 본능적인 느낌까지 그 모든 게 있어서 누구를 속일 수 도 없지만 그 누구도 속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춤추는 사람에 대해 호의적이기도 하고 불편해하시기도 합니다. 그 두 마음 모두 다 이해합니다. 저도 이 세계를 몰랐다면 충분히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건 노력만큼의 과정의 성실함이고 그 성실함의 바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자 태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세련된 춤을 보는 일이 어느 때는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젊은 무용가들이 너무 춤을 잘 추기도 하고 너무 세련된 무대장식에 오케스트라 음악까지.. 가끔 공연장에서 느끼는 그 완벽의 가까운 감정들은 감동만큼 사람을 뒤로 움찔하게 해서 뒤로 물러서게 하는 그런 마음이 들게 하기도 한다고 할까요? 지금의 발레계가 화양연화처럼 느껴지는 건 어쩌면 꽤 오랜 시간 발레를 봐왔던 관객으로서 하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은 제 스스로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간극(間隙)을 찾아내기 위해 많이 고심하고 알고자 노력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 그 자문을 성실하게 답해주신 작가님의 설명에 제가 빠른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작가님의 답변은 그랬습니다. 촌스럽고 더없이 이상하기도 한 움직임 이기도 일 수도 있겠지만 세련된 춤만이 춤이 아니고 발레를 배우고 싶었던 누군가에게는 꿈이었던 발레를 뒤늦게라도 배우면서 하시는 모든 분들의 춤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로 저를 이해시켜 주셨죠. 춤을 추는 그 순간에 그들 모두가 저마다 절실했고 진심이었다는 가정 하면 그 어떤 움직임도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는 100인이 갖는 100가지 생각을 늘 존중하고 사는 삶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만 맞고 네 생각은 다르지.." 하는 사람과는 처음부터 물꼬를 틀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거예요. 제가 존중받고 살고 싶은 만큼 타인에 대한 존중이 늘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래서 저를 이해시켜 준 작가님 말씀대로 저의 이기적인 태도와 모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 자신도 당장 그 어떤 것이 바로 바뀌고 달라지진 않겠죠. 그렇지만 그런 시간들이 겹치고 겹쳐서 다듬어진 자신을 보는 일은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춤은 신성한 것이고 대단한 것이자 우리를 성장시켜 주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 좋은 마음을 위해 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다듬고 달래고 사랑해 주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춤의 진가는 더 깊게 드러나고 깊이가 달라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