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광장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었다.
난 오래전부터 너와 내가 만든 광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너는 언제나 남의 이야기를 말하길 좋아했고, 들어주는 법이 없었다. 난 그런 네가 모여 결국 이 광장을 만들 것을 알고 있었다.
너는 즐거워했고 난 즐거워하지 않았다. 네가 웃을 때면 나는 이상하게 복사뼈가 아팠다. 네 말속에서 나는 한 편의 무대에 주인공처럼 어울리지 않게 서성이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너는 언제나 그렇게 떠들고, 웃고, 세상에서 가장 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점점 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리가 만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네가 만든 광장이 하나씩 커져갔다. 그곳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네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흘러넘쳤다. 너는 그 속에서 더욱 커져갔고, 나는 점점 더 작은 존재가 되어갔다. 광장에선 사람들은 흥미롭게 들으며 환호했고, 나는 사람들의 말에묻혀, 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익숙한 어조와 몸짓, 그리고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능숙한 말솜씨. 그러나 이제 그 이야기는 네 것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너의 말을 가공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네 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또 어떤 이는 그것을 살짝 비틀어 전혀 다른 형태로 재창조했다.
광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너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변형하고,심지어 왜곡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그 어떤 것도처음과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사람들이 너의 말을 재생산하는 이 흐름이 얼마나 오래갈지,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지.
그 끝이 창대할 것이라는 나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광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네 목소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칠 것이다. 네가 처음에 말했던 그 원초적인 이야기는 사라지고, 너조차도 네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지못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광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 찼고, 너는 그 중심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너의 말은 이제 너의 것이 아니며, 광장은 너를 위한 무대가 아니라, 너를 삼키는 또 하나의 기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너의이야기를 이어갔고, 나는 그 광장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네 목소리는 여전히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그것이 점점 더 먼 소음처럼 들렸다.
하늘에서 본 광장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었다. 처음 우리가 만들었던 그 공간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광장은 여러 개체로 쪼개져, 서로 얽히고 뒤섞이며 거대한 유기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유기체는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하늘에서 그 광장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처음 우리가만든 그 광장은 단순한 소통의 장소였다. 그러나 지금, 이 광장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가 되었다. 이제 너는 그 안에서 작은 점에 불과했다. 네가 광장의 중심에서 쏟아냈던 이야기들은 조각나고, 뒤섞이고, 재조합되어 네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너를 기억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기억하더라도 그것이 네 본래 모습이 아님을 알지 못할 것이다. 너의 이야기는 조직체의 일부가 되었고, 그 안에서 너는 하나의 점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광장은 이제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며, 우리가 꿈꾸었던 그 어떤 모습도 아니었다.
너는 그 안에서 작은 점으로 남아, 여전히 무엇인가를 말하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