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돌보다 도끼가 가벼울 것이다.
광장에 앉아있는 그는 오랫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 들지 못해서 뻣뻣해져 버렸다. 멀리 보이는 그를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상이라고 불렀다. 신체적 자유가 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자유했다.
그는 스스로의 틀을 깰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어느 순간, 뇌 속에서 생각을 주관하던 톱니바퀴들이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 톱니바퀴들은 서서히 마찰을 일으키며, 고장 난 시계처럼 그 흐름을 놓쳐버렸다. 지켜보다 못한 한 사람은 그에게 도끼를 쥐여주고 싶었다.
그에게는 돌보다 도끼가 가벼울 것이다. 이후 그는 귀가 멎은 듯, 그동안 들리던 모든 것이 갑자기 침묵 속에 묻혔다. 만약 그 소리들이 다시 들린다면, 그는 다시 자신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의 귀는 이미 세상과 단절된 듯, 모든 소리를 차단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을 선별적으로 거부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이제 그를 ‘선택적 난청’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숨을 쉬는 일은 점점 더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 갔다. 그의 몸은 필사적으로 숨을 쉬며, 그 속에서 생명 연장의 여백을 찾고 있었다. 그의 뻐끔거림은 어항 속 금붕어의 움직임과도 같았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그 작은 몸짓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제 그런 그를 다시 보자, 귀가 멎은 뒤, 이번에는 입이 멎고야 말았다. 사람들은 그를 ‘벙어리’라고 부르며 그의 존재를 더욱 멀리하고, 그에게서 말 한마디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동네 엄마들은 모여 속삭인다. “누가 저 사람 말할 수 있게 좀 해줘 봐. “ 그 말에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그들의 목소리가 떠도는 사이, 고개를 숙여 보이지 않던 그의 얼굴을 몇몇 아이들이 밑에서 들여다본다.
그들의 눈에 비친 그의 표정은 놀랍게도 장엄했다. 마치 그가 고개를 들기로 결심한 순간이 다가오는 듯,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