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고개를 굳히기 전까지, 언젠가 본 적은 없지만 소문으로는 그는 말을 곧잘 했다고 한다. 그의 목소리가 그 동네에서 하나의 풍경처럼 퍼졌고,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모두가 주목했으며, 그가 나타나면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가 걸을 때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비추는 듯, 그의 존재 자체가 화려했다. 그래서 점차 그의 주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것이 이 광장의 시작점이었단다.사람들은 그의 말이나 행동에 빠져들었고, 그의 주변은 어느새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작은 세계처럼 변해갔다.
어느 순간, 광장에서 연설하던 그는 세부적인 디테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가 착용한 넥타이의 색감, 문양, 기울기까지.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더 이상 연설의 내용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대신, 콧수염에 난 미세한 수염들, 코 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코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곳에 생긴 뾰루지까지, 그의 시선은 점점 더 사소한 것들에 머물렀다.
주변에서 그를 걱정하며 “아무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네.”라고 조언해 주었지만, 그는 이미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더 이상 세상의 소리가 그의 귀에 닿지 않았다. 나중에는 걸음걸이까지 신경 쓰며, 뒷머리에 눌린 머리카락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경 쓰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마치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하나의 결심이 필요했다. 그가 고개를 들기까지. 그가 뻣뻣해진 이후, 광장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시선은 그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집중되고 있었다. 발을 살짝 떼었을 때, 저기서 작은 꼬마 녀석이 말했다. “어, 발움직였다.” 그 말에 그는 더 이상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그 목소리는 그에게서 모든 것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그 녀석들을 광장 분수대에 처박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는 결심이 필요했다. 광장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결심이. 혼자 발걸음을 떼고 쓸쓸히 돌아가는 그에게 ‘혼자’라는 사실은 죽음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결심이, 그의 목숨보다 소중했다.
여기 광장의 시작점을 지켜보던 벤치에 앉은 노인에게 시선이 머문다. 그는 오래된 친구처럼 개의 목줄을 움켜잡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오래전부터 지켜본듯한 표정이었다.
인터뷰이가 그에게 다가가 물어본다. “저 사람, 대체 어떤 사람이었나요?” 노인이 고개를 돌리며 아쉬운 듯 답한다. “아니, 실력이 대단히 굉장한 사람이었거든.” 그 말에 인터뷰이는 더 묻는다. “그럼, 저렇게 된 게 저자의 잘못일까요?” 노인은 주저 없이 대답한다. “아니.”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건 저 자가 원한 거야. 물론 처음엔 본인도 고개를 들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들이며 카메라며구경거리라며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