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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의 예술상점 Nov 25. 2024

03. 한결 I

광장의 개인들에 대하여.

광장의 개인들에 대하여. 광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 길을 잃은 관광객들, 그리고 잠시 쉬어 가는 이들까지. 그들 사이로 한 사람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가 가는 길은 언제나 일정했고, 그가 지나간 후에도 그를 아는 이들은 한 마디씩 나누곤 했다.


저기, 저 사람들이 손으로 가리켜 롤 모델이라 말하는 ‘루틴’을 체계화한 한결같은 사람을 봐라.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일찍 걸음을 내디디며 명상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한 뒤 출근하는 그를 보라. 매일 그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사는 그를 보라. 광장에서 사람들은 그를 ‘갓생(god-like life)’이라고 부르며, 그의 일상은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그는 매일 아침,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일어나 자신의 루틴을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그는 이 모든 일상이 단순한 반복에 그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면, 그의 일상은 단순히 ‘루틴’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매일 그는 카메라를 켜고, 몸을 풀고, 명상하는 모습을 찍었다. 여유롭게 책을 펼치고, 공부하는 장면을 찍고, 출근 준비를 마치는 모습을 찍었다. 이 영상들은 그에게 있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마주하는 방식이었다.


카메라는 그에게 자신을 감시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는 그 감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했다. 이 거대한 소비의 기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그에게는 “루틴”이란 존재는 마치 살아가는 이유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가 매일 올리는 영상 속에서, 화면에 갇힌 채점점 더 깊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다.


그에게 영상이란 자신을 감시하는 CCTV에 불과하다. 그에게 영상은 더 이상 자기표현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감시하는 CCTV와 같았다. 카메라가 켜질 때마다 그는자신을 검열했고, 화면 속에서 그가 미처 놓친 감정들을 되돌려보려 애썼다.


그러나 그 화면 속에서 자신의 눈을 정확히 찾을 수 없었다.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그가 영상 속에서 웃을 때, 그 웃음은 점점 더 비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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