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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의 예술상점 Nov 25. 2024

04. 한결 II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그를 붙잡고 있었다.

사실 그는 너무도 피곤하다. 처음엔 그도 이렇게 규칙적이지않았다. 그저 ‘꾸준하게 일관성 없는 놈’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 이 광장에 나왔다. 그 길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그를 붙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가진 ‘완벽한’ 일상에 손을 뻗는다. 심지어 그의 지인들은 그가 무엇을 하고 살며, 아침마다 무엇을 먹는지까지 투명하게 알고 있다. 그의 집안에 설치한 cctv도 사람들 만큼이나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마치 정해진 공식을 따르는 듯하고, 그 예측 가능성은 모든 재미를 앗아간다. 마치 수학 문제에서 ‘1+1=귀요미’가 답이 아닌, 그저 ‘1+1=2’라는 명백한 정답이 나오는 것처럼, 그의 삶도 너무나 당연하고 기계적이어서 감동이나 흥미를 느낄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의 순간순간들은 성취의 연속인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여기 꾸준하게 일관성이 없는 자가 있다. 그녀는 때로는 공부해야 할 시간에 빨래를 하고, 글을 쓸 시간에는 산책을 나간다. 아침에 맞춰 둔 알람이 울리지만, 그녀는 그것을 끄지 못하고, 한 번은 알람도 모르고 잠을 푹 자기도 한다. 그녀는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언제나 틈새로 흐르는 자유로운 순간들을 놓칠 수 없다.


그런 그녀의 삶은, 마치 시간을 재는 규칙 없이 바람처럼 흐른다. 늘 정해진 루틴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 순간순간에 집중한다. 그녀의 삶을 보면, 일정한 기준이나 틀을 찾을 수 없다.  정해진 공식을 따르기보단, 매일이 조금씩다른 가능성으로 펼쳐진다.


그녀는 여기 이 광장에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보러 나오는 사람도 없다. 그녀 또한 타인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타인을 만나는 시간 역시 그녀가 정한다. 그녀가 어울릴 사람, 그리고 그녀의 사생활을 밝혀야 할 사람 역시도 그녀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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