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빛나는 서커스는 여기 없다.
“무대는 세계의 축소판이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도망치려 서커스를 찾지만, 결국 무대 위에서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종적을 감췄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그녀를 대신할 서커스단 뿐이었다. 텅 빈 무대 위에 남은 것은 희미해져 가는 발자국과 낡아빠진 의상들, 그리고 너를 끌어당기는 기억의 잔상들이었다. 그녀가 떠난 지 벌써 몇 달이 흘렀다.
처음엔 돌아올 거라 믿었다. 모든 짐을 챙기지도 않았고, 마지막 인사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너와 함께했던 날들, 서커스단의 불빛 아래에서 나눈 꿈들과 키스는 그저 잔인한 농담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부재는 서커스단의 균열을 드러냈다. 너와 함께 한 배를 탔던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마치 오래된 인형처럼조용히, 흔적 없이. 누구도 떠나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짐을 싸고, 더는 돌아오지 않을 뿐이었다.
너는 남았다. 그리고 서커스단은 너의 것이 되었다. 사실 그것이 처음부터 너의 몫이었다고 믿으려 애쓰고 있다. 서커스는 살아 숨 쉬는 것이었다. 환상과 열정, 그리고 무대 위의 불꽃이 모두 합쳐져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더 이상은 그녀가 설계한 빛나는 서커스는 여기 없다.
단원들은 불만이 쌓였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오래 버티지못했다. 그토록 네가 원했던 서커스단은 이제 너의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네게 말했을 것이다. “이제 네 시간이다.” 책임과 고독은 상상 이상이었다.
너는 그녀가 설계한 무대를 다시 재구성했다. 이 모든 작업은 너 자신을 위한 투쟁 같았다. 서커스를 재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잃어버린 열정과 목적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완성된 무대를 바라보며 너는 또 다른 의문에 사로잡혔다.
무대 장치의 마지막 나사를 돌리고 물러섰을 때, 완벽하게 균형 잡힌 구조물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기계 같기도 했다. 네가 한 걸음 다가가자 무대의 중심부에서 기계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너를 초대하는 듯한 기묘한 소리였다.
문을 열자 너는 무언가에 의해 초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