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5살 아이 엄마의 고민
5살, 유치원(또는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사회생활을 시작을 함께하는 아이들의 나이이다.
대개는 어린이집을 거친 후, 생에 두 번째로 겪는 공동체 생활이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새로운 환경을 견디며 이겨내고 있다는 것만큼은 모두 같다.
어느 날 친구가 아이 고민을 털어놓는다. 동갑내기 아이를 키우고 있어 공감대가 많은 친구이다. 친구는 아이를 4살까지 가정에서 돌봄 선생님 상주하에 보육 해오던 맞벌이 가정. 5살에 유치원을 입학하며 사회생활을 처음 경험했다. 같은 연령의 반이 3개씩 있는 규모가 큰 일반 유치원이었다.
입학한 지 1주일, 선생님께 전해 듣는다. "아이가 울기만 하고 밥도 안 먹고 어울려 놀지 않아요."
'처음이라 그렇겠지,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생각으로 아이와 유치원을 믿고 보낸 지 2주 차. 자러 들어간 아이가 베개를 붙잡고 "울면 돼, 안돼? 어?" 라며 막 혼을 내고 있더란다. 적잖이 충격받은 친구는 다음날 녹음기를 가방 깊숙이 넣어 보냈다.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는 친구의 말에 가슴이 미어졌다. 하원 후 녹음기를 들으며 그 자리에서 혼이 빠져버린 친구. 녹음기로 확인한 원의 생활은 너무 암담했다고 한다.
출석 체크할 때 빼먹어 친구들이 대신 불러주고,
울고 있으면 원장님이 나와 "누가 이렇게 바보같이 울어!"라며 역정을 내고,
선생님을 7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이 없고 (...)
당연히 친구의 생각이 개입되어 와전된 상황도 있을 테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 하나는 존재한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일 수 있겠지만, 엄마에게 보인 아이의 일관된 반응이다.
유치원을 더 이상 못 보내겠다며 길고 긴 이야기를 힘들게 전해준 친구에게 건넨 첫 한마디는,
"아이한테 물어봤어?"
"응, 안 가겠데"
그렇다. 아이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엄마에게 꾸준히 말해왔다. 가기 싫다고.
아이가 변함없이 가지 않겠다고 하니 이유를 따져 묻기보다는 안 보내거나,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면 될 일이다. 하. 지. 만, 맞벌이 가정에서는 이 결단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유치원을 알아봐야 하고 다시 적응기를 가져야 하고 아이의 반응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친구가 이 상황을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다른 피해 아동이 없도록 내가 유치원에 해당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당시 몹시 바빴던 친구의 상황이라면 시작과 동시에 흐지부지해질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본인이 피해 없도록 잘 알아보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유치원을 옮겼고 너무 재미있어 매일매일 가고 싶다 한다며 연락이 왔다. 너무나 다행이다. 유치원과 잘잘못을 따질 시간에 아이에게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아이도 엄마도 안정과 미소를 되찾았다.
인생의 경력자인 부모는 자신을 방어할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 처음인 아이는 많이 서투르다. 경험한 바가 없기에 몸과 마음에 긴장이 가득하다. 이 긴장조차도 말로 표현하기 버겁고,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결국 마음도, 하고 싶은 말도 모두 울음으로 표현해버린다. 우는 아이에게 엄마는 물어본다.
“왜 울어?”
아이는 ‘왜’에 대한 답을 줄 수가 없다. 슬프니까 눈물이 나는 거다. 그냥 눈물이 나니까 울어버리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0순위여야만 하는 것이 있다.
공감
그저 토닥토닥 안아주면 된다. "많이 슬펐구나.. 눈물이 났구나.." 그럼 폭 안겨 남은 눈물을 쏟아낸다. 긴장을 놓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채 말이다.
아이의 행동에 다그치며 대답을 강요할 필요도, 어른이 나서서 속단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금, 아이가 울고 있는 이 상황’에 함께 머물러 곁을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
말이 쉽지, 솔직히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나도 그랬으니까. 부모를 인생의 경력자라 표현했던 말 기억하는가. 다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득이 되고자 했던 부모의 견해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살아 보았다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정답인 건 아니니까. 그게 아무리 부모라도 할지라도.
'Pause' and 'Hug'
1, 2, 3, 4, 5초만 아무 말 없이 바라봐주다가 꼬옥 안아주기. 이렇게만 해도 꽁꽁 얼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사랑이 되어 흐를 것이다. 이렇게 토닥여주는 것이 후에 얼마나 크게 돌아올지 아이의 행동이 말해줄 것이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행동 하나에 눈을 크게 뜨기.
엄마가 나를 읽어주고 있구나, 알아봐 주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공감 하나만으로 아이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심리적 안정감, 나아가 자아존중감을 안겨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