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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양 Mar 03. 2019

그 남자의 찌질함에 대하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혹시

내가 누군가를 만날 때

누군가는 나에게 거스름돈을 주려

주머니 속에 넣은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외로운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얼마를 주었든

그것은 대가 없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길

바래 그리했던 것인데

당신은

딱 이만큼만 받겠노라

선을 그어놓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넘으면

그건 모두 돌려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

쓸쓸했던 적 있으신가요?


이석원 씨가 쓴 '언제 들어도 좋은 말'에 있는 내용이다.

(조금 어투만 변형시키긴 했지만)


이석원 씨는 거스름돈을 움켜쥔 것 같은 그 여성분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성분은 항상 '뭐해요?'라고 물었기 때문에

그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뭐해요?'였다.


사실 이 책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중 '언제'에 초점 맞추며 이야기하고 있다.

짝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짝사랑남(독자가 남성이면 짝사랑녀라고 해석하시길)

이 연락 오기 전까지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걸


그가 나를 방관하는 태도에 화도 나고,

제멋대로인 것 같은 느낌에 철저한 을이 된 것 같고(맞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했던 행동을 회상하며 해석해보고,

그 해석을 친구에게 재해석해보라고 시켜도 보고,

내가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시간에 그는 뭐할까 고민해보면,

그는 내 생각 안 할게 뻔하고 ,

그런 생각해보니 지금 너무 자존심 상하고,


그런 수많은 부정적인 언제 속  '뭐해요?'라는 연락 한통에

나는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 


얼마나 찌질한가.

그러나 다들 알 것이다.

찌질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작가 양의 지난 글을 보면 알겠지만

작가 양 또한 쿨한 성격은 아니다.


작가 양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밥 먹었어?'이다.

작가 양은 그 말 한마디로부터 그 사람에게 얽매이게 된다.

사소한 물음은 오히려 사소한 의미가 아니게 된다.

사소한 물음 하나가 작가 양의 하루 기분을 좌지우지시키니 말이다.

그걸 잘 알기에 매번 당하고 다짐한다.

쉽게 마음 주지 말아야지.

그런데 마음이란 게 내 멋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오죽하면 제일 친한 친구가 내가 좋아했던 사람과 몰래 연애할까.


이석원 씨는 나 자신을 가꾸는 일이 소중한 이유는

그 일을 함으로써 나와 내 삶이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믿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질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살이라도 몇 킬로 빼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게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 해도, 그 작은 변화의 여지라도

내 남은 생이, 내 몸과 마음이 이대로 정해져 버리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언제까지고 결정되지 않을 삶을 위하여.


나는 좋아할 것 같은 사람과 대면할 때

항상 생각한다.

얽매이지 않겠다고.

그에 의해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겠다고.

그 노력은 '연애하면 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갇히지 않기 위해서

내 몸과 마음이 '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정해져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언제까지고 결정되지 않을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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