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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양 Sep 04. 2020

첫 번째 페르소나 : 가치관의 미니멀리즘

확고한 가치관은 필요할까?

 해원은 퇴근을 하며 생각한다. '서브웨이에서 칼로리 높은 걸 먹을까 아님 가벼운 걸 먹을까?'

그러다 대구에 있던 친구 연경이 서울로 와서 얼굴 보자는 연락에 보기로 한다. '아,, 칼로리 줄일랬는데,,'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연경을 볼 생각에 걱정은 잠시 묻어두었다. 강남역에서 기다리니 연경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해원이 생각하는 연경은 모두의 호감상이다. 호탕한 성격과 재치 있는 센스와 언어 구사능력까지. 학창 시절 회장을 꽤나 맡을 성격의 연경을 해원은 늘 부러워해왔다. 연경과 저녁 겸 간단한 맥주를 마시는데 연경이 말한다. 


 "해원아 나 요즘 회사에서 거슬리는 인턴 동기들 있어."라고 시작한 연경의 이야기들엔 가지 각색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가지 각색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연경과 닮아있었다. 대체로 그 인턴들이 싫은 이유는 가식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너무 사회성이 넘쳐, 팀의 선배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잘하는 인턴이다. 해원이 봤을 땐 연경도 그러하였고 해원은 연경의 그런 모습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연경에게 말할 생각은 없지만 참 모순적인 대화다 라고 생각하는 해원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아님 더 말하고 싶은 분위기가 아니었는지 연경은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딴 이야긴데, 난 요즘 생각해. 이성이 못생긴 건 너무 싫더라. 자기를 꾸밀 줄 아는 것도 자기 관리인 거지 않아? 연예인만 봐도 어떻게 꾸미는가에 따라 다르잖아."라고 말하는 연경에 해원은 눈치챘다. 연경의 생각과 가치관이 뚜렷해졌다. 해원은 개인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을 어려워한다. 그 사람의 기준선은 너무나도 확고하고 단단해 굳혀지면, 그 선을 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내팽개쳐지는걸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지금 연경은 해원에게 옳고 그름을 확실히 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건 맞고, 이건 아닌 것 같아." 이 말을 반복하는 연경의 선은 단단해지고 그리고 점점 좁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을 옥죄어 올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자 숨이 막혔다. 해원은 연경과의 약속이 너무나 좋았지만, 지금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했다.


 그렇게 해원과 연경은 헤어졌다. 집에 가는 해원에게 연경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대화가 잘 안 맞았다는 걸 아는듯했다. 해원은 가로등이 깜빡이는 어둑어둑한 골목을 걸으며 연경과 다른 제3의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제3의 인물이 누구냐면, 해원보다 10살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 오빠인데 자칫 잘못 보면 주관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하물며 10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피드백과 부탁이 난무하니 동생들도 오빠를 깔보진 않았지만 우러러볼 선배는 아니라 생각했다. 갑자기 제3의 인물인 그 오빠가 생각난 이유는 연경과 제일 반대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경은 선배와 후배, 친구들에게 똑 부러지고 재치 있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면, 10살 가까이 차이 나는 그 오빠는 부탁이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해원은 문득 그 오빠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10살 차이 나는 동생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멋짐을 발견하고, 부탁을 할 줄 아는 사람. 둘러싸인 외향(말투, 성격 등등)을 떠나서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어떻게 보면 자기가 어떻게 비치는지나 선배의 위치 등에서 힘을 빼고 타인과 소통하는 사람일 것이다. 


 해원은 그런 의미에서 확고한 가치관과 본인의 선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무른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해원은 본인에게 꼭 필요한 가치관만 있다면 적당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 또한 모순적인 게, 힘을 빼는 것에도 힘(정신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을 써야 한다는 것이 해원은 복잡했지만, 마침 현관문에 도착하자 아무 생각하지 말자. 아니 필요한 생각만 하자.라는 생각의 미니멀리즘으로 곧장 씻고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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