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양 Sep 11. 2020

두 번째 페르소나 :남이 보는 나,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해원, 해원이 보는 해원

 터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

해원은 참 이상한 직업 가치관을 가졌다.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서 일하고 싶기보단 터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해원이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종로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시청과 잔디밭이 보이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쭉 걸으면 언론사들이 가득한 넓은 도로가 보인다. 아마 그 옆엔 청계천이 쫄쫄 흐르며 많은 연인과 친구들은 그 길을 걸을 것이다. 해원은 지방에 태어나서 그런지 빌딩 숲이 가득한 서울보다 종로와 같은 서울에 있으면 꿈꿔온 상경을 한 것 같아 기분이 남달라 진다. 


 아마 원래 서울에 살던 친구들은 이런 기분을 모를 거야.

그래서 해원은 월세를 낼 때 빼고는, 서울 사는 사람들을 딱히 부러워해본 적은 없다. 똑같이 걸어 나가는 이 사람들 중에 서울이 주는 감성에 취한 사람은 드물 테니깐 말이다. 그래서인지 해원은 사는 곳, 일하는 곳 등 실제로 해원이 위치하는 공간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취향은 굳건해 보이면서도 남의 시선에 취약하다. 해원의 직업 가치관을 듣는 지인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그럼 연봉 2700 종로 vs 연봉 3500 강남 둘 중 선택해봐. 어때 벨붕이지?(밸런스 붕괴)"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먼. 우리 업계에서 좋은 기업들은 강남 아니면 판교야."

이런 이야기를 들은 해원은 고민한다. '하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엔 너무 팍팍하니깐. 순진한 이야기인 것 같아.' 하지만 곧장 혼자 있을 땐 또 다른 생각이 든다.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터조차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다니.' 이것 참 우울한 사실 아닌가. 이젠 직업 가치관마저 남의 눈치를 보며 정해야 하는 게 어이없기도 하면서 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눈을 지끈 감았다.


해원은 더 이상 생각하려 하지 않으러 침대에 누웠으나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에 대해서 한동안 고민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여기서 더 깊게 생각하면 오늘 잠은 다 잤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 번 시작된 생각의 흐름은 꼬리가 꼬리를 물어 끊기지 않았다. 


 누군가가 해원을 이야기할 때면 극명하게 반대 성향으로 말했다. 어떤 사람은 '활발하고, 무슨 말을 할지 늘 기대되는 친구야. 기발한 생각을 하는 게 부럽기도 하고. 사실 그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게 멋지기도 해. 걔는 어딜 가든 사랑받을 것 같아.' 그리고 어떤 사람은 '조용한 친구야. 그리고 말하는 게 좀 어눌하다 해야 하나. 답답한 구석이 있어.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할 것 같아.' '자존감이 높아 보여. 항상 확신을 가지고 하는 게 어리지만 멋있어.' '자주 우울해하는 것 같아. 그래서 옆에서 보면 가끔 나도 우울해져.' 


 해원은 인정한다. 해원에겐 한 가지의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니깐. 그래서 남들이 봤을 때 해원의 장점만 보여주려 하고 있다. 어두운 부분은 보여주려 하지 않는 것도 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해원은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이 사람은 내 모든 모습을 다 보면 달아날까. 혹은 옆에 묵묵히 있어줄까? 이런 머릿속 질문들은 의심으로 이어지고 모든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좋아하지 못하게 되었다.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긴 하지만 해원은 이러한 생각을 고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마음만 편한 외톨이가 되기 싫으니깐.


 이렇듯 해원은 남이 보는 해원에서 벗어나는 게 참 힘들다. 이런 고민의 시작도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서부터 꼬리잡기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점에 널브러진 에세이집에서 말하는 남을 의식하지 않기는 아마 평생 안될 것 같다. 덜 의식할 순 있어도 말이다. 그래서 요즘 해원은 사람을 편식하며 만나고 있다. 해원이 비교하지 않아도 될 대상들과 해원의 가는 길에 토론하지 않는 사람들. 가끔씩 고기반찬 속 고사리 먹듯 해원을 채찍질해주는 사람을 만나긴 하지만 늘 야채를 먹을 땐 쓰지만, 고기반찬 속 야채는 식욕을 돋우니 해원의 일상 속에서도 선한 효과를 주곤 한다. 완벽한 사람이 되려 하지 않지만 완벽한 멘탈을 찾은 것 같아 해원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페르소나 : 가치관의 미니멀리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