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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집단지성

by 또대리

안녕하세요? 언제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 엄마입니다. 현재 2살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남편 혼자 벌어서 세 식구가 먹고사는 외벌이 가정입니다.

놀이터에서 과로하고 뻗으신 아기



놀이터 죽순이

저 고백할 게 있어요. 저 사실 요즘 죽순이에요. 바로 놀이터 죽순이에요. 아기가 17개월이 되면서 넘치는 에너지를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꾸 밖에 나가자고 하는데요. 어찌나 밖에 나갔던지 아기 피부도 저도 노릇노릇 구워졌답니다.


놀이터 죽순이에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은 놀이터예요. 왜냐하면 비슷한 또래의 아기들이 나와 같이 놀기 때문이에요. 비록 아기들이 2~3살로 어려서 같이 노는 건 짧지만요. 그래도 한 공간에 있으며 엄마들, 할머니들과 수다를 떨면 저에게도 놀이터 죽순이로서의 흥이 생겨요.


놀이터 집단지성
뭉치면 힘이 된다.


오늘 놀이터에서 경험한 말이에요. 이걸 유식하게 '집단지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찌 되었든 오늘 놀이터에서 집단지성을 경험했어요. 제 얘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첫째, 극적으로 탄생한 비눗방울 놀이

아기랑 비눗방울 놀이를 하려고 비눗방울 기구와 보충액을 챙겨 갔어요. 비눗방울은 웬만한 아기들이 좋아하는 비밀병기거든요. 놀이터 놀이가 지루에 질 때쯤 왕비눗방울 놀이를 하면요. 아이들이 신나서 비눗방울을 잡으러 다녀요.


근데 비눗방울 기구를 안 가지고 온 거예요!!


비눗방울 기누는 쏙 빠드리고 비눗방울 보충액만 챙겨 간 거예요. 아이고! 내 정신~. 그런데 마침 어떤 엄마가 비눗방울 기구를 가지고 계셨어요. 비눗방울 보충액을 다 쓰셔서 놀이를 못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보충액을 채워서 함께 놀았어요. 여차하면 비눗방울 놀이를 못할 뻔했는데, 놀이터 아이들이 다 즐거워하였어요.


극적으로 탄생한 비눗방울 놀이! 집단지성의 힘!



둘째, 버려질뻔한 나무젓가락으로 땅파기 놀이

저희 아기가 요즘 놀이터 땅 파는 재미에 빠졌어요. 놀이터 틈 사이에 낀 나뭇잎을 파내는 거에 고도의 몰입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왜 그런 게 재밌을까요...) 그래서 맹모삼천지교는 못하더라도 맹모삼천 땅파기 엄마는 되려고, 나무젓가락을 준비해 갔어요.


그리고는 땅을 열심히 파는데, 옆에 저희 아기랑 비슷한 또래의 아기도 놀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무젓가락을 한 개 나눠주었죠. 둘이 열심히 땅을 팠어요. 그랬더니 그 아기를 돌봐주시는 친할머니께서 잘 놀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이고, 아기 엄마 젓가락 덕분에 내가 편하게 아기보다 가네~


할머니께서 아기랑 놀아주시는데, 나무젓가락 덕분에 편하셨나 봐요. 평소에는 손자랑 놀아주시느라 허리 한번 펴실 틈이 없어졌거든요. 그런데 제가 나무젓가락을 준비해 다니는 것도 어떤 엄마가 알려준 팁이었어요.


결국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거죠.


품앗이가 이래서 생겼나 봐요

결국 이렇게 놀이터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놀 다보 면요. 정말 시간이 잘 흘러요. 어느 정도냐면요. 같이 노는 것의 1시간이 혼자 놀 때 10분 노는 것과 체감이 비슷해요. 자연스레 품앗이가 되는 기분이에요. 힘을 합쳐 노니 훨씬 더 수훨하달 까요?


놀이터 집단지성의 힘 대단하지요!



오늘은 놀이터에서 감명받은 내용을 주절주절 읊어 보았어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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