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닭 모가지를 손질할 때 엄마가 되었다고 느낀다

by 또대리

안녕하세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입니다. 현재 2살 아기를 키우고 있고요. 남편 혼자 벌어서 세 식구가 먹고사는 외벌이 가정이에요.



언제 결혼을 실감하세요?

언제 결혼했음을 실감하세요? 데이트하고도 집에 각자 안 가도 될 때? 같이 밥 먹고 놀고 여행 온 것 같은데 그 여행이 안 끝날 때? 사람마다 다양할 것 같아요.


어떤 분이 그러시길요. 본인은 결혼하고 화장실 청소했을 때 결혼했음을 실감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화장실 청소를 신경 써 본 적이 없대요.


엄마가 해주시던 아빠가 해주시던 화장실은 항상 깨끗했다고요.


그런데 결혼을 하니 화장실 청소를 누군가는 해야 했던 거예요. 그분은 남자분이셨는데 본인이 화장실 청소도구를 잡으셨대요. 그래서 청소를 하는데 새삼 결혼했음을 실감했더라는 거예요. 심지어 결혼식을 올려도 실감이 안 났던 그 느낌이 화장실 청소를 하며 온 거지요.


삼계상을 자주 끓여요

최근에 삼계탕을 자주 끓여요.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끓이는 것 같은데요. 한번 끓일 때마다 커다란 냄비에 백숙용 닭을 3마리쯤 넣지요. 한 마리는 제 거, 한 마리는 남편 꺼, 그리고 한 마리는 아기 거예요. 온 가족이 두둑이 건강식을 먹을 수 있어요.


저는 이렇게 삼계탕 러버가 되었답니다.


닭 모가지를 손질해요

그런데 이게 참 웃긴 게요. 미혼일 때는 완성된 삼계탕을 딱 먹기만 하면 되었는데요. 결혼하고 엄마가 되니 삼계탕을 제가 끓이는 거예요. 저야 모 전업주부이기도 하고 삼계탕 끓이는 것도 좋은데요. 곤욕스러운 게 바로 닭 모가지며 닭을 손질할 때에요.


삼계탕 모가지, 꼬리, 날개 끝부분을 자르는데요. 이게 뼈를 자르는 거니까 느낌이 이상해요. 닭살은 또 얼마나 오돌토돌하게요. 아직 요리에 서툴러서 그런지 뼈를 칼질할 때 힘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몇 번은 남편에게 부탁해 봤는데요. 매번 그럴 순 없으니 이젠 제가 그냥 해요.


엄마니까 한다

이제는 닭을 손질할 때마다 징그러움을 참으며 생각해요. '괜찮다~이 과정을 거쳐야 남편, 아기에게 맛난 삼계탕을 먹일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어느새 있는 힘껏 닭을 손질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엄마가 된 것 같아요.


나 혼자 먹었으면 안 할 일을 가족을 위해 할 때가 바로 이 순간이에요. 그래서 저는 닭 모가지를 손질할 때 엄마가 되었다고 느끼나봐요.


언제 엄마가 혹은 아빠가 되었다고 느끼시나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어떤 글을 쓸지 모르겠겠다면, 아무거나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