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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또대리


안녕하세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입니다. 저희 집에는 쪽쪽이를 사랑하는 10개월 아기가 있고요. 저는 그런 아기를 키우느라 육아휴직 중입니다. 그래서 남편 혼자 벌어서 먹고사는 3인 외벌이 가정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 우리 언니

제게는 아주 아주 소중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요. 바로 저희 친언니예요. 언니와 저는 연년생 자매라 서로에게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예요. 물론 어렸을 때는 서로 예쁜 옷을 입겠다고 육탄전을 벌이기도 했고요. 별 것도 아닌 일로 티격태격 말싸움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버려서 그런 걸까요. 지금은 30대를 함께 보내며 둘 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어요. 심지어 언니와 결혼 전 30년 동안 같은 방을 썼어요. 그래서 항상 퇴근하고 오면 잠들 때까지 같이 수다를 떨고요. 심지어 취미생활도 같아 운동도 같이 하고요. 뭐든 같이 하고 비슷한 삶의 주제들로 항상 동질감을 느꼈어요.


이런 언니와 제가 서로 가는 길이 달라졌어요. 바로 제가 2년 전 결혼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는 제가 결혼하고 신랑 따라 다른 지역으로 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제 사는 곳도 달라졌어요. 그 사이 저는 아기를 갖고 출산을 하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직장을 다니는 언니와 육아를 하는 저는 삶의 패턴도 달라졌어요.


그래도 여전히 제게 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에요


언니의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제가 결혼하니 언니도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봐요. 언니는 원래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나 어느덧 30대 중반인 나이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대요. 가장 친구이던 동생이 결혼했으니 ‘나도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생각도 들고요. 아기를 키우는 삶도 괜찮은 것 같다고요. 또한 나이의 숫자가 올라가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되었나 봐요. 물론 아직 남자 친구는 없어요. 하고 싶은 공부는 많고요. 언니는 영어도 더 공부하고 싶고 대학원도 가고 싶대요. 그러나 당장 급한 게 결혼이라면 사람을 만나야 하나 고민이래요. 그래서 언니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동생아, 나 결혼해야 할까?




결혼을 해보니

저는 31살에 결혼을 했어요. 지금은 33살이고요. 그러니까 결혼한 지 3년 차 아내입니다. 신혼이라고 하기에는 아기도 있지만요. 저 역시도 나이 29살 때쯤 주변 친구들의 반이 결혼을 했어요. 나이 30살이 넘어가면 결혼에 대한 의식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언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 가요. 저도 사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걸 점점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길지 않은 신혼기간에 출산, 육아를 경험해보니 한 가지는 확실해졌어요. 결혼은 등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정말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사람과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사랑하는 아이를 낳았지만요. 때때로 쉽지만은 않은 결혼, 육아 생활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저는 제 선택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기에 후회는 없어요. 사실 제게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누구나 다 결혼, 육아가 맞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솔직히 원해서 결혼, 육아를 했어도 힘든 부분들은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남들이 하란다고 하면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차피 결혼을 하면 또 아기 낳으라고 하고요. 애 하나 낳으면 둘째 이야기 하지요.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다 보면 끝도 없이 끌려다닐 거예요.



언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결혼이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든 결국에는 내 선택이고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는 언니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걸 하는 게 더 행복하다면요, 제가 언니에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잘되기를 바라는 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해서 하는 결혼도 쉽지 않잖아요. 예쁜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도 행복하지만 자기 자신이 더 소중한 사람들도 있고요. 또 그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는 그저 제가 사랑하는 언니 행복해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 아이를 키우고 사는 것도 좋겠지만요. 무엇보다 언니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든 자기 인생을 선택할 권리는 있으니까요.


언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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