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입니다. 현재 집 안 이곳저곳을 기어 다니는 10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남편 혼자 벌어먹고사는 외벌이 3인 가정입니다.
반전세로 시작한 신혼생활
저는 2018년 9월 결혼을 했어요.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결혼하기 적당한 31세의 나이였지요. 직장생활을 26살에 시작해서 이미 5년 동안이나 월급을 받고 있었어요. 그러나 소비 요정에 여행매니아였던 제게 저축한 돈은 별로 없었어요.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20대 때는 경제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몸이 건강하고 돈 벌 날이 많은데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신랑 역시 직장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되어 모아둔 돈이 얼마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고민 끝에 반전세로 신혼집을 구했어요.
네, 반전세로 신혼집을 구했어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니 반전세가 맞지요. 돈이 없는 신혼이니 ‘시작은 다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뭐 어쩌겠어요. 내가 자초한 일인 거를요. 그리고 그때는 ‘내 집’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었어요.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두 발 뻗고 잘 수만 있으면 되니까요. 반전 셋집에 산다고 목욕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요.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2년 동안은 우리 집이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앞으로 열심히 맞벌이를 해서 돈을 모으자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나도 나의 집을 갖게 될 테니까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소중한 아기천사가 찾아오다
그러던 와중에 생각보다 빨리 아기천사가 찾아왔어요. 결혼한 지 1년이 안될 때였어요. 소중한 아기가 오다니 정말 기뻤어요. 이제 우리는 내년쯤에 ‘3명의 가족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되었어요. 아니, 걱정이 라니보다는 어딘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남편과 저, 이렇게 둘 만 있을 때는 지금의 반전세집도 좋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건강한 성인 두 명이 무엇이든 못하겠어요. 둘 다 맞벌이로 성실하게 월급을 받고 있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덜했고요.
그러나 아기를 갖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어요.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반전세 계약기간이 살다 보니 생각보다 짧은 거예요. 처음 신혼집 반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 2년이란 기간은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러나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1년은 우습게 지나가는 거예요. 생각보다 빨리 다른 집을 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만약 아이가 태어나서 어릴 때에 이사를 가야 한다면 그것도 막막했지요.
아기가 태어난 건 축복이었지만 절실히 내 집이 필요해졌어요.
임신 5개월,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시간은 흘러 흘러 임신 5개월이 되었어요. 임신 기간도 처음에는 느리게 가는 것 같았어요. 임신 초, 아기집을 확인하려고 기다릴 때만 해도 하루하루가 너무 길었거든요. 그런데 임신 초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드니 시간이 점점 빠르게 가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에는 남편과 함께 가족회의를 했어요. 비록 참가자가 2명인 소박한 가족회의였지만요. 참가자들은 누구보다 진지했어요. 앞으로의 거취를 결정할 문제이기도 하고요. 또 뱃속의 아가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니까요.
내 집 마련을 해야겠어.
남편이 먼저 말했어요. 저는 고민을 했어요. 다른 선택지도 있을까 하고요. 대출비 하며 너무 큰돈이 든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남편의 말처럼 내 집을 마련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 날부터 우리는 현재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을 세워보기 시작했어요. 비록 신혼생활 동안 저축을 열심히 했다고는 오로지 그 돈으로는 오로지 집을 사기에는 많이 부족했어요. 대한민국의 보통 30대 초반에게 내 집의 문턱은 높았어요. 특히 제가 육아로 인해 남편의 외벌이가 예정되어 있으니 그땐 더 막막했었어요.
내 집을 마련하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이 있었어요. 바로 지난 3년 동안 가계부를 쓰며 우리 집의 씀씀이가 고정적이었는 거예요. 그러니까 외벌이 생활을 해도 대략 얼마 정도 대출을 받아 가용이 가능하겠대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알맞은 예산 범위를 세울 수 있었어요. 이렇게 예산 범위가 세워지자 남은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어요. 바로 실제로 우리가 살 집을 찾아다녀 보는 것! 부동산 용어로는 ‘임장’이라고 하지요.
퇴근 후, 남편은 부동산을 돌며 가능한 집들을 찾아봤어요.
주말에는 저와 함께 돌아다녔어요. 결국 그렇게 하기를 몇 달째, 우리의 예산 안에 들어오는 집을 발견했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추운 크리스마스이브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가 살 집을 보러 갔던 기억이요. 그렇게 임신 9개월 때 남편과 함께 집 계약서를 쓸 수 있어요. 비록 우리가 계약한 아파트는 신축 아파트도 아니고요. 넓은 평수의 멋들어진 아파트는 아니지만요. 그렇지만 너무나도 소중하고 작은 내 집이 마련되었어요. 지금은 이렇게 마련된 집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천사를 키우고 있어요. 그 아기천사가 어느덧 10개월이 되어 집 안 곳곳을 탐험하고 있어요.
비록 넓은 새집은 아니지만 안락한 내 집이 참 좋아요
물론 사람마다 선택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의 선택에 만족해요. 이렇게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확실히 생각과 가치관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