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용돈 100만 원에서 10만 원이 되었습니다

by 또대리



나는 결혼하기 전 욜로족이었다.


지금 34살이고 결혼을 31살에 했으니 3년 전 이야기다. 취직을 하고 약 5년 동안 욜로족으로 살았다. 그때는 욜로족이라는 말이 없었으니 나는 욜로족의 리더인가?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부끄러울 수도 있는 과거이다. 정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았다. 내가 어디까지 해 보았냐면 말이다.


<내가 해 본 욜로 행적>

한 달 월급 1원도 안 남기고 다 써보기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타보기

동유럽, 서유럽, 일본, 대만, 태국 등등 여행 다니기

각종 피부과, 헬스, 요가, 취미활동해보기

엄마의 명품 가방 사드리기


이 정도면 욜로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월급이란 생명수를 모두 다 소비하며 생명을 연장하듯 살았다. 이번 달 월급을 다 써도 괜찮았다. 다음 달의 월급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한 달 용돈이 100만 원인 적이 많았다 그 보다 더 많은 적도 많았다. 사실 용돈이란 걸 따로 정하지도 않았다. 진정한 욜로족이란 상한선이 없어야 하지 않은가. 그만큼 제어가 없는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도 여행 간다며 적금은 꼬박꼬박 했다. 하지만 웃긴 건 적금을 타자마자 여행을 갔다. 나에게 적금이란 여행을 위해 자금을 모으는 수단에 불과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내게 정신이란 것이 돌아온 것은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이다. 그동안은 나 혼자 벌어서 나 혼자 쓰면 되었다. 하지만 30살이 되어 슬슬 결혼을 생각해보니 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동안 저축이란 것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 놓았는데, 그 미래가 벌써 당도한 것이다. 이젠 과거의 나에게 발목 잡혀버린 현재의 내가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취직을 조금 빨리 한 덕분인지 다 쓰면서도 수중에 돈이 있었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집 하나도 못 살뿐더러, 전세금도 못할뿐더러, 월세 보증금 정도가 될까 말까 였다. 신랑 역시 나랑 동갑이니 상대적으로 직장생활 기간이 적었다. 그래서 나와 모아놓은 금액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반전세 5000/50만 원으로 신혼집을 시작하게 되었다. 신혼집에 반전세 계약서를 하면서 또 한 번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는 더 이상 기댈 미래의 내가 없었다.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용돈 10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줄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용돈 100만 원도 모자라게 썼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내 용돈은 10만 원으로 줄었다. 사실 내 용돈을 따로 책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쓴 돈들은 생활비, 식비에 바로바로 계산된다. 그마저도 이젠 나를 위해 산 개인적인 품목들은 별로 없다. 내가 쓰는 돈이 라 봤자 가족을 위해 식탁에 올릴 오징어, 갈치 구입 비용이 전부다. 유일하게 결혼 후 나를 위해 처음 사본 청바지는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반품했다. 반품 비용만 버렸다.


그럼 내가 용돈을 10만 원도 채 안 쓰고 나고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욜로족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소비가 줄어든었다니. 어떻게 보면 너무 재미없는 일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반전은, 욜로족일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고 마음이 편하다. 나를 위해 쓰는 돈이 없어도 답답하지 않고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 있다니. 왜 그럴까?


<용돈 10만 원이 안돼도 행복한 이유>

1. 돈 쓰는 것보다 돈 모으는 재미가 훨씬 크다는 걸 알았다.

2. 나보다 가족들을 위해 소비하는 게 더 좋다.

3. 욜로 할 때 들었던 허전한 마음이 사라졌다.

4. 소비할 때 소요되는 시간, 고민에서 자유로워졌다.

5. 내가 안 사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가 되는 게 좋다


지금은 한 달에 적은 금액이지만 돈이 모인다. 물론 정말 적은 금액이지만 외벌이 가정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또한 나보다 가족들이 행복해할 걸 생각하며 소비를 하니 더 기쁘다. 욜로 할 때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소비했는데, 이상하게 허한 마음이 들었다. 소비할 때도 얼마나 고민거리가 많은가. 무슨 색상으로 살까, 무슨 사이즈를 살까. 이런 고민이 즐거운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는 곤욕이었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옷, 가방을 안 사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가 된다니 괜히 기분이 좋다.



이제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다. 5년 차 10년 차가 될 때는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그럼 모두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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