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하는 아내와 쓸 떼쓰는 남편

by 또대리

나는 절약하는 아내이다. 속칭 짠순이이다. 원래부터 짠 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미혼일 때는 매 해 몇 번씩 해외여행을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는 편이었다. 맘에 들거나 해 보고 싶은 건 '이것도 다 경험'이라며 대부분 했었다. 다만 결혼을 하며 현실을 알게 된 후 점점 변했다. 지금은 절약해서 종잣돈을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남편은 쓸 떼쓰는 편이다. 물론 남편 역시 낭비하지는 않은 편이다. 특히 결혼하면서 경제권을 아내인 내게 주고부터는 착실히 용돈을 받아 쓴다. 용돈 역시 넉넉하지 않은데 그 안에서 이발비도 쓰고, 맥주값으로도 쓰고 알뜰 살 뜰 쓴다. 그래도 남편은 확실히 쓸 떼는 쓰는 편이다.


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집에는 구급상자가 없다. 살면서 자주 다치는 편도 아니라서 간단한 상비약 정도만 있었다. 그런 상비약 몇 개도 내 화장대 서랍장 안에 넣고 썼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아기가 움직이고 지금은 뛰어다니게 되면서 서랍장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닌다. 알약 같은 경우는 후딱 먹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구급상자를 샀다. 그런데 가격이 꽤나 비쌌다. 고작 상자일 뿐인데 2만 원이 살짝 안 되는 가격이었다. 짠순이 아내인 내 생각과, 쓸 떼쓰는 남편은 생각이 달랐다.


아내: 여보, 구급상자 너무 비싸다. 그냥 빈 상자 구해다가 넣으면 안 돼?

남편: 그래도 계속 쓸 건데, 안전을 위해 하나 제대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둘 다 물음표 대화였지만 결국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데 무게를 더 두었다. 결국 구급상자는 아이의 안전을 이유로 구매하였다. 그리고 남편이 알리에서 아이의 장감 감을 몇 개 더 구입한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개당 천 원하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래도 집에 장난감이 많은 데 또 사줄 필요가 있었나 싶다. (물론 남편이 사준 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집에 없는 종류의 자동차 장난감이었다)


한 마음 한 뜻인 부부 사이에도 이렇게 생각의 차이가 난다. 맞춰간다고 맞추는데도 각자 소비성향이 똑같을 수는 없나 보다. 다른 집도 이럴까? 궁금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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