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장 자주하는 말 ‘밥먹고 가’
왜 엄마는 맨날 나만보면 밥을 먹으라고 할까? 궁금했어요. 우리 엄마는 항상 한결 같았어요. 학생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쭉 밥 먹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엄마가 가주 하는 말은 ‘밥 먹고 가’였어요. 심지어 지각을 할 때 조차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했지요. ‘밥 한 숟가락만 먹고 가’ 그럴 때는 ‘엄마! 아.. 쫌’ 이러고 학교에 부리나케 갔지요. 돌이켜 보면 무심했던 딸이었던 것도 같아요.
머리가 좀 크게 되자 알게 되었어요. 엄마에게 ‘밥’은 ‘한’이 었어요. 엄마는 어렸을 때 배불리 먹었던 적이 별로 없대요.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노름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래요. 물론 할머니가 밭에 나가 열심히 일하셨지만요. 그래도 집에 쌀이 제대로 있던 적이 별로 없었대요. 형제는 왜 이렇게 많은지요. 우리집은 삼촌만 5명이고요. 엄마까지 합쳐 총 6남매에요. 그러나 엄마에게 얼마나 못먹었던 게 한이 되었겠어요. 밥을 많이 먹는 게 소원인 날도 있었을 거에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사랑하는 외할머니께서 살아생전 자주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할머니가 어느 날은 수학여행을 가는 엄마에게 큰 맘 먹고 500원을 주셨대요. 평소에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이는 게 미안하셨나봐요. 심지어는 학교까지 타고 갈 버스비도 제대로 못줄 때가 많았다니 그럴 수 있겠죠. 그럴 때면 엄마는 멀고 먼 길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걸어서 다녔대요. 그래서 할머니가 모으고 모았던 돈 500원을 엄마에게 주셨는데요. 엄마는 그 돈이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고대로 가져왔대요. 할머니는 그 얘기를 손녀인 언니와 제게 해주고 또 해주셨어요. 마음 한 켠에 계속 자리잡으셨던 모양이에요.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밥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제가 ‘엄마’가 되었어요. 고작 10개월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이지만요. 내 아기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게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그 조그마한 입에 내가 만든 이유식을 한 입 두 입 받아먹는 모습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어요. 아기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게 어찌나 이쁘고 기쁜지요. 아기를 낳아보기 전에는 몰랐던 기쁨이에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이런 말이 조금은 이해가 돼요.
그러니까 엄마가 이해가 되었어요. 엄마가 왜 그렇게 밥, 밥, 밥을 외쳤는지를 요. 나에겐 우리 아기가 그렇듯 엄마에겐 지금도 제가 아낌없이 주고 싶은 자식이겠지요. 이제 엄마의 마음이 와닿아요. 그냥 먹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은 내 새끼라는 걸요. 그래서 어렸을 땐 매일 아침밥을 차려 주셨나봐요.
밥한 그릇 뚝딱
친정에 가면 엄마는 지금도 매일 아침밥을 차려줘요. 졸린 눈을 비비고 몇 시가 되었든요. 엄마의 아침밥에는 기꺼이 하는 수고로움이 담겨 있어요. 사랑 없이는 못 베푸는 수고로움이요. 이번에 친정에 가면 밥한 그릇 뚝딱 비우고 와야 겟어요. 저도 제 아기가 잘먹어 줄 때 세상 행복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