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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대리 Dec 03. 2021

엄마는 오늘도 아침밥을 차린다




엄마가 가장 자주하는 말 ‘밥먹고 가’


왜 엄마는 맨날 나만보면 밥을 먹으라고 할까? 궁금했어요. 우리 엄마는 항상 한결 같았어요. 학생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쭉 밥 먹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엄마가 가주 하는 말은 ‘밥 먹고 가’였어요. 심지어 지각을 할 때 조차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했지요. ‘밥 한 숟가락만 먹고 가’ 그럴 때는 ‘엄마! 아.. 쫌’ 이러고 학교에 부리나케 갔지요. 돌이켜 보면 무심했던 딸이었던 것도 같아요.


머리가 좀 크게 되자 알게 되었어요. 엄마에게 ‘밥’은 ‘한’이 었어요. 엄마는 어렸을 때 배불리 먹었던 적이 별로 없대요.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노름을 좋아하셨기 때문이래요. 물론 할머니가 밭에 나가 열심히 일하셨지만요. 그래도 집에 쌀이 제대로 있던 적이 별로 없었대요. 형제는 왜 이렇게 많은지요. 우리집은 삼촌만 5명이고요. 엄마까지 합쳐 총 6남매에요. 그러나 엄마에게 얼마나 못먹었던 게 한이 되었겠어요. 밥을 많이 먹는 게 소원인 날도 있었을 거에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사랑하는 외할머니께서 살아생전 자주 해주셨던 말이 있어요. 할머니가 어느 날은 수학여행을 가는 엄마에게 큰 맘 먹고 500원을 주셨대요. 평소에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이는 게 미안하셨나봐요. 심지어는 학교까지 타고 갈 버스비도 제대로 못줄 때가 많았다니 그럴 수 있겠죠. 그럴 때면 엄마는 멀고 먼 길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걸어서 다녔대요. 그래서 할머니가 모으고 모았던 돈 500원을 엄마에게 주셨는데요. 엄마는 그 돈이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고대로 가져왔대요. 할머니는 그 얘기를 손녀인 언니와 제게 해주고 또 해주셨어요. 마음 한 켠에 계속 자리잡으셨던 모양이에요.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밥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제가 ‘엄마’가 되었어요. 고작 10개월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이지만요. 내 아기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게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그 조그마한 입에 내가 만든 이유식을 한 입 두 입 받아먹는 모습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어요. 아기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게 어찌나 이쁘고 기쁜지요. 아기를 낳아보기 전에는 몰랐던 기쁨이에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이런 말이 조금은 이해가 돼요.


그러니까 엄마가 이해가 되었어요. 엄마가 왜 그렇게 밥, 밥, 밥을 외쳤는지를 요. 나에겐 우리 아기가 그렇듯 엄마에겐 지금도 제가 아낌없이 주고 싶은 자식이겠지요. 이제 엄마의 마음이 와닿아요. 그냥 먹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기분 좋은 내 새끼라는 걸요. 그래서 어렸을 땐 매일 아침밥을 차려 주셨나봐요.


밥한 그릇 뚝딱

친정에 가면 엄마는 지금도 매일 아침밥을 차려줘요. 졸린 눈을 비비고  시가 되었든요. 엄마의 아침밥에는 기꺼이 하는 수고로움이 담겨 있어요. 사랑 없이는  베푸는 수고로움이요. 이번에 친정에 가면 밥한 그릇 뚝딱 비우고 와야 겟어요. 저도  아기가 잘먹어   세상 행복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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