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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대리 Dec 04. 2021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손편지

용돈도 주면 더 좋지


입사 7년 차 직장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입니다. 이제 막 걸음마 연습을 시작하는 1살 아이가 있고요. 육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부부가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직장에 다녔습니다. 제가 33살이니 벌써 직장에 다닌 지 7년 차가 되네요. 작년의 저를 돌아보면 신입사원 티는 벗어나 어느 정도 직장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입사 7년 차 직장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만

그러던 제가 올해 초 출산을 하고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조리원에서 보니 배는 아주 조금 홀쭉해져 있고 제 옆에는 작디작은 아가가 있었습니다. 아기를 낳는다고 커다란 배가 금방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더라고요. 이런 엄청난 배신감!! 몸무게가 어쩜 아기 몸무게만큼만 빠지다니!! 어쨌든 아기를 낳는 순간 제가 엄마가 된 것이었습니다. 아기를 안을 줄도 몰라 벌벌 떠는 인간인데 말입니다. 조리원에서 아기를 안고 나오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것은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의 마음이었습니다. 총 쏘는 법도 모르는데 전쟁터에 나가라니!! 아기 똥 기저귀 치우는 방법도 모르는데 집에 돌아가라니!! 그렇게 저는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의 제 기분은 말이죠.


나 어떻게 해야 해???? 살려줘~~~~~



정신을 차려보니 늘어진 뱃살뿐

정신을 차려보니 아기는 이제 9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누워서 버둥거리던 아가는 없고 걸음마 연습을 하고 있네요. 또 한 번 정신을 차려 나를 살펴봅니다. 거울 속에는 늘어진 뱃살이 남아있습니다. 직장생활 7년 차의 박 대리는 이제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 엄마’만이 있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제일 많이 한 말은 ‘미안해’였습니다. 초보 엄마가 아기한테 늘 미안한 일 투성이었습니다. 아기가 맘마를 토해도, 넘어져도 제 입에서는 ‘미안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어떤 날은 아기 키우는 게 세상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어디 가고 아줌마가 되었을까?


나를 웃게 해 준 건 남편의 손편지

그러던 저를 얼마 전 웃게 해 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남편의 손편지였습니다.


사랑하는 여보에게
무엇이든지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보통 엄마. 이제는 아기까지 가족 셋을 꾸리느라 늘 꾸미지도 못하고 1+1로 산 플리스에 미소 지으며 좋아하는 모습에 정말 고맙기도 그리고 미안하기도 해요.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집 커피에 우유를 타 먹는 보통 엄마 모습에 저도 가까운 사무실 커피를 내려먹게 돼요. 그리고 늘 부단히 무엇인가 시도하는 모습에 저도 조금씩이나마 움직이려 합니다. 보통엄마씨! 물론 우리에겐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하지만 기분이 우울할 때, 심신이 지칠 때가 있을 거예요. 그때는 위해 비상금을 넣어둡니다. 더불어  미래에 즐거운 추억도 남기고요.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남편드림.


편지와 함께 담긴 비상금 몇만 원. 참 행복했습니다. 아내를 웃게 하는 건 남편의 손편지였습니다. 노고를 알아주는 마음만으로도 아내들은 힘을 낼 수가 있더군요. 연애 때 받은 프러포즈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때는 그냥 내 자체가 반짝반짝 빛났거든요. 그러나 그 빛이 잠시 꺼졌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나를 밝혀주는 손편지가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반짝이는 손편지였습니다. 물론 남편의 용돈 이 있어서 더욱 반짝거렸을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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