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에요. 현재 걸음마를 연습하는 10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어요. 아기를 키우느라 아내인 저는 육아휴직 중이고요. 그래서 남편 혼자 벌어서 세 식구가 먹고사는 외벌이 가정이에요.
올해 외벌이 가정이 되다 보니 절약에 힘쓰고 있어요. 오늘은 절약에 힘쓰고 있는 저희 가정이 겪은 작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여보, 티셔츠가 왜 이래?
얼마 전 남편과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어요. 티비에서는 좋아하던 경연 프로그램의 마지막 결승전이 방영되고 있었어요. 그래서 긴장감은 고조되었고 저희 부부는 무척이나 집중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다 문득 고개를 돌려 남편을 보았는데요. 그냥 스쳐보았을 뿐인데, 유독 시선이 꽂힌 곳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그곳은요. 바로 남편의 겨드랑이었습니다. 왜 남편의 겨드랑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을까요?
여보? 티셔츠가 왜 이래?
(무심) 응 왜?
구멍이 나서 겨드랑이가 다 비추잖아~
(시크) 응 티셔츠가 닳아서 찢어졌네.
남편의 티셔츠가 닳았어요. 아니 닳다 못해 다 헤져서 겨드랑이를 훤히 비추고 있던 것이에요. 그 덕분에 그의 겨드랑이는 시원하게 오픈되어 있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웃겼어요. 그래서 한참을 웃었지요. 그런데 웃다가 보니 뭔가 미안해지는 거예요.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의 구멍 난 티셔츠를 볼 때 아내의 마음
배우자의 구멍 난 양말이나 티셔츠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으세요? 헤지다 못해 큰 구멍이 난 걸 보면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 있지요. 저 역시 여러 생각이 들었답니다. 의심의 흐름대로 나열하자면요
남편의 구멍 난 티셔츠를 발견한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한다.
티셔츠가 헤져서 구멍 난 걸 안다.
겨드랑이가 보여서 신기하다.
너무 훤하게 속살이 보여 웃기다
계속 웃다가 괜히 찔린다.
왠지 아내로서 되어 미안하다.
하지만 미안한 맘보다 웃기다.
괜히 짠하다.
그러나 역시 웃기다.
처음에는 웃겼어요. 나중에는 짠해졌어요. 남편이 티셔츠를 헤질 때까지 입었다는 게 괜히 짠하더라고요. 이 남자, 결혼 전에는 자신만의 패션센스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철 따라 옷 사는 평범한 젊은이였지요.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는 남편이 바뀌었어요. 이 곳 저곳 돈 들어갈 때가 많아지고 저축을 해야 한다고 느꼈나 봐요. 그리고는 옷에는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게 되었어요.
200원짜리 커피와 구멍 난 티셔츠
우리는 3년 전 결혼을 했어요. 결혼을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가장 바뀐 게 있다면 미래를 위해 절약하는 거예요. 그래서 꼭 필요한 곳 외에는 소비를 잘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먹는 것이나 아기용품에는 돈을 써요. 그리고 투자 공부를 하거나 경험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 스스로를 위한 옷은 잘 사지 않아요. 기존에 있던 옷들은 최대한 입고요. 티셔츠를 못 살만큼 돈이 없어서는 아니에요. 다만 많은 옷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마다 소비의 기준이 다를 수 있어요.
남편에게 구멍 난 티셔츠가 있다면, 저에게는 200원짜리 커피가 있어요. 저는 매일 200원짜리 커피를 마셔요. 결혼 전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자주 마셨어요. 그러나 지금은 커피값을 아끼려고 집에서 200원짜리 커피를 마셔요. 제게는 200원짜리 커피라고 맛이 떨어지지 않아요. 똑같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커피예요. 아내의 200원짜리 커피는 남편에게 구멍 난 티셔츠였어요. 남편 역시 속에 입는 티셔츠라 조금 헤지고 구멍이나도 아무렇지 않았나 봐요.
내가 더 절약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동안은 제가 더 많이 절약하는 줄 알았어요. 커피값이며 화장품 값이며 내가 더 많이 아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그게 아니었어요. 제 옆에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던 거예요. 어차피 겉옷 속에 입어 안 보인다며 티셔츠를 찢어질 때까지 입다니요. 아주 강력한 절약 경쟁자예요. 저만 절약하는 게 아니었어요. 남편 역시 보이지 않게 같이 절약을 하고 있었어요. 사실 뭔가 억울할 때도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짠내 나는 부부였네요.
올해 외벌이 가정이 되다 보니 절약에 힘쓰고 있어요. 이렇게 절약한 돈을 모아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어요. 물론 절약만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없지요. 그래도 절약이 경제적 자유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소비를 절약 중이에요. 그래도 남편 티셔츠는 새로 사줘야겠죠? 오늘도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끼는 엄마 아빠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